•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法臺에서

    法臺에서 리스트

    두 마리 토끼 잡기 - 국립전자법원(National Electronic Court of Korea)

    두 마리 토끼 잡기 - 국립전자법원(National Electronic Court of Korea)

      (문제1) 한국사회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이고, 10대에서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 40대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은 공지의 사실이다. 법원 역시 위와 같은 통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두 달에 한번 가량 본인상(本人喪)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자살에는 스트레스요인, 보호요인, 그리고 위기 대처 간의 줄다리기가 작용한다고 한다. 주변의 판사들을 보면 업무와 가족 뒤치다꺼리에 소진된 분들이 흔하다. 심지어는 건강을 크게 잃으신 분들도 많다. 그래서 건강상 이유로 휴직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업무강도가 높은 업무를 가급적 피하기도 한다(물론 법률신문의 ‘사법부의 오늘’ 보도처럼 휴직을 전가의 보도처럼 기회주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들도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28년째 헛도는 항소심 개선 방안

    28년째 헛도는 항소심 개선 방안

    “여기 결정적인 증거가 있습니다.”재판연구원 임기를 마치고 고용변호사로 일할 때다. 민사소송 제1심을 맡긴 의뢰인이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승소로 가는 ‘치트키’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만하면 꽤 ‘똘똘한’ 간접사실 하나를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무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얼른 제출하시죠”라고 했다. 당시 초짜(?) 변호사였던 나보다 훨씬 오랜 세월 법원 주변을 맴돌았던 그는, “변호사님이 뭘 모르시네”라고 핀잔을 줬다. 항소심에 대비해 속된 말로 “꼬불쳐놓아야 한다”라고 했다. 적시제출주의(민사소송법 제146조)가 떠올랐지만, ‘두 번째 판’인 항소심에서 온힘을 쏟아야지 상대방의 반격 기회를 봉쇄할 수 있다고 믿는 그에게는 별로 통할 것 같지 않았다.예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뭣이 중한디?

    뭣이 중한디?

      올해 초, 사소한 추돌사고를 당하였다. 대물사고로 상대방 택시 기사가 책임을 인정했다. 문제는 차량수리를 맡기고 렌트카를 빌리면서 생겼다. 간단한 차량손상이었는데도 5000원 가량의 부품 하나를 2주일 내에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공제조합은 약관상 3일이면 수리가 가능하므로 위 기간만 렌트비를 보증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나의 항의에도 공제조합은 꿋꿋하게 약관상 보험개발원이 공표한 수리기간 3일만 책임질 것이고, 억울하면 소송하라고 했다. 그 사이에 렌트카 회사는 대금을 못 받을까봐 전전긍긍하여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다행히도 대법원은 작년에 ‘보험개발원 산정의 수리기간이 비용 산정의 원칙적인 기준이 되나, 실제 작업상황 등을 고려해서 정해진 것이 아니므로 위 기간 내에 수리를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달갑지 않은 재회

    달갑지 않은 재회

      “Can't go away. 난 아직 이곳에. 시린 마음 그 안에.”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OST ‘재회(再會)’의 한 소절이다. 극중 타인의 몸에 손을 가져다 대면 그 사람의 과거와 기억을 읽을 수 있는 능력(판사로서 부럽기 그지없는 능력!)을 가진 ‘카운터’ 도하나를 연기한 배우 김세정(글로벌 인기 케이팝 그룹 아이오아이와 구구단을 거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이 불렀다. 노랫말이 주는 미묘한 느낌(경계에 선 존재의 감성?)을 잘 살린 것 같아 여러 번 반복해 듣는다.   재회라고 하면 보통 이렇게 애틋하고 가슴 찡한 느낌을 준다. 각자 마음에 담아둔 누군가를 생각하며 잠깐 설레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법정에서 같은 이를 여러 번 당사자로 재회하는 건 결코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포토라인 재개장에 반대한다

    포토라인 재개장에 반대한다

          최근 법무부가 우려스러운 제도변경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바로 2019년 12월 1일 법무부훈령 제1256호로 시행되어 두 차례 개정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다. 이 규정은 전문공보관이 공보 업무를 담당하고 공개심의위원회 의결 없이 수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이 규정 전에는 헌법상 무죄추정을 받는 피의자가 한 달에 2~3번씩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얼마간 서서 수십, 수백명의 기자나 일반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진촬영 세례를 받으며 멘붕 상황에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았다(그 상황을 레드카펫으로 여겨 소신발표를 하는 강심장도 간혹 있긴 했다). 이 포토라인의 사진과 답변내용은 실시간으로 신문이나 언론 등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원수에게 권한다"는 지역주택조합

    "원수에게 권한다"는 지역주택조합

    원수를 망하게 하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선물옵션을 가르쳐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주택조합 가입을 권하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잘만 되면 이득이 크지만 그만큼 위험도 뒤따른다는 말일 것이다. 지역주택조합 관련 분쟁 중에는 결국 조합원들의 손해로 귀결되는 사건이 많아, 법에 따라 판결을 하다가도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안타깝다. 판결문 검색시스템에 따르면, 어느 한쪽이 지역주택조합인 민사 제1심 사건(합의, 단독, 소액 합산)은 선고일 기준으로 ▷2018년 30건이던 것이, ▷2019년 124건, ▷2020년 241건, ▷2021년 267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도 6월 16일까지 112건이 선고됐다. 하반기에 사건 처리가 집중되는 특성상 올해도 증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레벨업을 위한 방법(2)

    레벨업을 위한 방법(2)

    의료법인 회생사건을 처리하면서의 일이다. M&A 방식을 택했는데, 인수자가 의료법인에 무상출연 15억 원, 자금대여 60억 원을 지급하고 이사추천권을 얻는 방식이었다. 주심판사는 업무에 서툰 나를 위하여 관련 쟁점을 정리해서 설명해주었다. 이와 같은 이사추천권 승계방식이 의료법 51조의2, 즉 '누구든지 의료법인의 임원 선임과 관련하여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주고받거나 주고받을 것을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나 ① 입법취지가 의료법인 운영권의 유상 양도를 금지 처벌하기 위한 것인바, 금원을 제공받는 측이 기존 운영권자가 아니라 의료법인 자체이므로 위 조항에 위배되지 않고, ② 실무상 널리 위와 같은 방식을 취한다는 취지였다. 그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주심판사에게

    - 법조문부터 읽기-
    한동훈 법무부 장관님께

    한동훈 법무부 장관님께

    법무부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이 주요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 정보 수집·관리 권한(인사 검증 권한)을 위탁받아 행사하도록 하는 대통령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몇 가지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입법예고로부터 일주일 만에 처리됐습니다. 정치권에서 여야로 갈려 논란이 되는 사안이라 언급을 자제해야 하나, 사법권 독립과 관련된 부분이 있어 사법부를 구성하는 한 명의 법관으로서 부득이 한마디 보탭니다. "정치권력의 내밀한 비밀 업무에서 감시받는 통상 업무로 전환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볼 여지도 있습니다. 다만 그 말씀에 100% 공감하려면 대통령비서실의 인사 검증은 제도적으로 폐지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개정안은 인사혁신처로부터 검증 업무를 위탁받는 대상에 대통령비서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준비서면과 라스트마일(Last mile)

    준비서면과 라스트마일(Last mile)

    라스트마일(Last mile)이란 원래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마지막 거리를 뜻하나, 산업계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와 만나는 최종 접점을 의미한다.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의 접점은 라스트마일에 있으므로, 라스트마일을 장악한 업체가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그런데 라스트마일의 성패는 그 수요자인 소비자의 만족도에 달렸다. 통상 사용되는 새벽배송회사들이나 SNS서비스인 카카오톡과 같은 것들이 바로 이러한 라스트마일에서 소비자 만족도의 혁신을 가져와 관련 산업을 장악한 업체라 말할 수 있다. 송무업계에서는 변호사들이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이 바로 라스트마일이다. 준비서면을 작성할 때, 그 소비자인 판사가 어떻게 자신의 제품에 대하여 만족할지에 대하여 검토과정에서 한 번만 더 고려하여 다듬으면 어떨까?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국회의 권위와 팔짱

    국회의 권위와 팔짱

    "팔짱 푸세요."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김경율 회계사에게 박광온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렇게 요구했다. 김 회계사가 물러서지 않고, "이런 자세가 안 됩니까?"라고 반문해서 위원장과 같은 당 소속 위원들 여러 명이 증인의 태도를 꾸짖느라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국회에서 벌어진 '팔짱' 논란을 보면서 나는 지난해 가을쯤 한 일간지에 게재됐던 '법정의 존엄과 팔짱?'이라는 글이 생각났다. 요는 이렇다. 글쓴이인 임재성 변호사가 어느 법정 방청석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 판결 선고에 집중하고 있었다. 법원 보안관리대원이 다가와 팔짱을 풀라는 요구를 하였는데, 임 변호사는 그 요구가 법령상 아무런 근거가 없는 부당한 것이라고 확신하여 법원 당국에 문제제기를 했다. 그런데 오히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무죄판결 해 줄 판사 만나는 방법3

    무죄판결 해 줄 판사 만나는 방법3

    DNA 분석결과 다른 사람과 우연히 일치할 확률은 1조분의 1이 안 된다고 한다. 상습절도죄 등으로 여러 차례 실형을 복역한 48세 피고인이 미리 소지하고 있던 칼을 피해자인 택시기사의 목에 들이대어 제압하고, 미리 준비한 검정색 비닐테이프로 택시기사의 손과 발을 묶고 피해자로부터 택시 등 금품을 강취한 것으로 기소된 일이 있다. 검정색 비닐테이프에 나타난 DNA 분석결과가 피고인의 DNA와 일치하는 상황에서 과연 무죄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아니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할 배짱 있는 변호인이 있을까? 그런데 법원은 2010년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하였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서울중앙지법 2010고합407 판결)되었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DNA 감정과정에 오류가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법)
    제발 말 끊지 말고

    제발 말 끊지 말고

    "오 현자여, 말은 머리와 꼬리가 있으니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끼어들지 말라. 현명하고 사려 깊으며 지성을 갖춘 자여, 타인의 말이 끝날 때까지는 말하지 말라." 오래 전 이슬람 경구를 모아놓은 '장미의 낙원'이라는 책에서 보고 수첩에 옮겨 놓은 문장이다. 요즘 일주일에 반나절 정도는 수명법관으로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는데, 법정으로 향하면서 '말 끊지 말자'라고 늘 다짐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이러다간 현명함, 사려 깊음, 지성과는 영영 거리가 먼 사람이 될 것 같아 두렵다. 어느 날은 사건마다 한 시간씩 총 세 건의 준비기일을 쉼 없이 진행하고 돌아왔다. 몸은 파김치가 됐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너무 좋고, 내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700마력짜리 스포츠카를 타고 시원하게

    차기현 판사 (광주고법)
    1. 1
    2. 2
    3. 3
    4. 4
    5. 5
    6. 6
    7. 7
    8. 8
    9. 9
    10. 10
  •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