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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臺에서

    法臺에서 리스트

    나 어릴적 꿈

    나 어릴적 꿈

    터보 김종국의 어릴 적 꿈은 너를 나만의 여자로 만들겠다는 것이었으나 저는 의외로 주위적으로 판사, 예비적으로 수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당시 과학자나 위 노래에 나오듯 대통령 하겠단 애들도 있었는데, 요즘엔 애들 아닌 어른인 법조인들이 대통령을 많이들 하고 싶어 하네요. 초등졸업문집에 적어낸 장래희망을 17년 후 이루고 법관 17년차에 접어들었으니 험악한 세월도 일부 있었으나 수고했다고 혼잣말을 해 봅니다. 그런데 로스쿨 교수님들 말씀이 요즘 우수한 로스쿨생들은 높은 급여가 기대되는 대형로펌을 선호하는 반면, 최소경력요건에 따라 로스쿨 졸업 직후 선택지에서 이미 빠진 판사를 나중에 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네요. 그래도 LH사태 무렵 판사는 LH직원과 동급으로, 로펌 변호사는 이에 못 미

    김창모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염치와 부끄러움을 아는 법행동

    염치와 부끄러움을 아는 법행동

    "저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런 말을 듣는 사람일수록 법이 없다면 더 힘들어진다. 법을 교묘히 이용하거나 있는 법조차 무시하며 사는 사람들이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을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사사건건 법대로 하자는 말이 난무하고, 도덕과 정치의 영역에서 그 기준에 따라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법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다. 대학 새내기 법학개론 수업에서 들었던 '법이란 무엇인가'를 떠올려 본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갔던 법철학에서는 어땠는지 돌아본다. 사법시험을 공부하고 실무수습을 하며 현실의 법을 다루는 삶을 살면서 늘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과연 법이란 무엇인가.개인의 사적 자치를 전제하는 민사법의 각종 법조항이 아무리 정치하다 한들

    류기인 지원장 (마산지원)
    먼 훗날 언젠가

    먼 훗날 언젠가

    올해 초 장차 어떤 미래를 계획하는지 질문을 받아 별 생각 없어 당황했는데 형사단독과 더위로 버거운 지금 그 질문을 받으면 민사중액을 하고 싶다 할 거 같네요. 그런데 그 경쟁률을 생각하면 사직 후 전담법관 임용이 더 빠를 거 같습니다. 법원은 연공제에 기반하여 능력과 무관하게 연차가 오르면 급여가 일률적으로 상승하는데, 이는 '젊어 고생하면 늙어 보상된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제도이나 경제성장 정체, 인구구조 변화로 사적 영역에서는 거의 사라진 거 같습니다. 과거 판사들은 지방배석, 단독, 고등배석을 거친 후 지방부장이 되어 일부가 고등부장으로 승진하곤 했지요. 일부 부장님들은 승진 앞두고 배석 목숨 걸고 재판했는데, 당시 자기 목숨 걸고 재판하던 부장들이 고등부장 탈락을 이유로 사직하여 부당하다고

    김창모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누구나 나이 든다. 당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종종 늙는 것을 잊곤 한다. 특히 젊고 건강하면 오늘 살기도 바쁘다보니 노년과 아플 때를 생각할 틈이 없다. 어느새 나이 들고 어쩌다 아프다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서글픔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쑤욱 밀려 올라온다. 나이 들어 몸 이곳저곳 불편하기 시작하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그것들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 이상할 정도다, 정도와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이 듦과 장애를 다르다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순간 글자가 흐릿하게 보여 조금 거리를 띄우면 선명하게 보일 때, 속칭 노안이 그렇다. 중년이후에는 가스레인지 위에 음식을 올려놓곤 절대 불 앞을 떠나서는 안 된다. 순간 가스레인지 위 음식을 잊

    류기인 지원장 (마산지원)
    좋은 법원 있으면 소개시켜줘

    좋은 법원 있으면 소개시켜줘

    법원은 사람과 건물로 구성됩니다. 10여 년 전 해외연수 시절 클리닉 수업을 통해 현지 법원에 몇 주간 방문하였습니다. 법조명문가 자제인 판사님과 양국 재판제도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재판도 법대에서 같이 볼 수 있었는데, 판사님께서 굉장히 또박또박 천천히 말씀해 주셨던 게 굉장히 감사했었습니다. 또한 판사님의 집무실과 전용법정이 바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법정에는 자신이 애장하는 그림들을, 복도에는 주한미군 시절 사진을 걸어 놓았던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당시 대구에서 5명이 한 방을 사용하다 유학 간 저는 그 환경이 매우 부러웠습니다. 저는 신청사에서 2년간 북향 씨티뷰 방에서 건설전담으로 건물신축 소음을 직접 경험하다 현재는 독방은 아니나 남향 레이크뷰를 즐길 수 있는 방으로 옮겼습니다. 청사 곳곳에

    김창모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이미 8년 전 부천지원에서 회복적 사법 시범실시사업이 있었고, 그 재판업무 담당 법관께서 '처벌 뒤에 남는 것들'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형벌의 기능하면 응보, 일반예방과 특별예방을 떠올리게 된다. 회복이라고 하면 언뜻 피해회복이 연상되는데, 형사조정이나 배상명령제도가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충분치 않다는 것을 형사재판 과정에서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형사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처벌이 높지 않다는 의견들도 많다. 그렇지만 피고인을 엄히 처벌하더라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깊은 골을 남길 뿐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마음 깊이 서로에 대한 원망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득안고 살아갈 현실을 마주해야

    류기인 지원장 (마산지원)
    뜨거운 수사는 가고 남은 공판은 볼품 없지만

    뜨거운 수사는 가고 남은 공판은 볼품 없지만

    우리 회사는 다 탔지만 옆 회사인 검찰과 법무부, 공수처의 공방을 강 건너 불구경처럼 안타깝게 보고 있네요. 명배우 로완 앳킨슨처럼 선한 인상의 검사는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 후 열정만으로 고검장까지 오르면서 피고인 지위도 득하셨고, 뎅기열 사진을 오마주한 검사도 영전 후 피고인 지위를 득하셨네요.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게 이거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또한 역시 서울지검 출근 첫날 '평생 할 출세 다했다'고 다짐했으나 의도치 않게 승승장구한 분은 열혈검사의 소중한 신체, 단정한 머리칼에 대한 유형력 행사를 고소하여 피해자 겸 증인의 지위를 득하셨네요. 위 다짐은 북두신권 계승자 켄시로가 뇌까리던 "넌 이미 죽어 있다"는 말만큼 제 영혼에 큰 울림을 주었고, 통영보다 더한 좌천을 계

    김창모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죽음을 생각하다

    죽음을 생각하다

    어느 누구도 태어나리라 마음먹고 이 세상에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죽고 싶지 않다고 하여 죽음을 피할 수도 없다. 생명 있는 모든 육체는 언젠가 세상을 떠나야 한다. 심지어 순서도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분주한 일상을 살다보면 죽음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뿐 아니라 당장 다음날 준비조차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럼에도 모든 삶은 늘 죽음과 짝이 된다. 그렇게 분명한 죽음이지만, 죽음이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다 보니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삶을 사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법정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사건들 대부분이 죽음과 무관하게 아니 죽음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벌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고단한 삶,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삶은 때로는 죽음보다 더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고,

    류기인 지원장 (마산지원)
    중2의 시간

    중2의 시간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셨는데 그 이유는 가족들을 위한 경제적 이유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던 당시 심정이 어떠셨을지 철없던 저는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네요. 어느 선택이나 후회가 남겠지만 여전히 건강히 일하시고 부모님 모두 백신도 무사히 맞으신 것만으로 감사하네요. 그런데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제 딸이 그때 저처럼 중2가 되었고, 저도 이런저런 고민에 딸에게 아빠 회사 그만두면 어떨까 물으면 싫다고 자기는 변호사 아빠보다 판사 아빠가 더 좋다고 이야기 해 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가끔 중년의 중2병으로 돌연 새벽에 르상티망에 빠져 잠에서 깰 때 잠든 아이 얼굴만 봐도 큰 위로가 됩니다. 부모가 되어 보니 부모님의 그 마음을

    김창모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잊어버린, 잃어버린 마을공동체!

    잊어버린, 잃어버린 마을공동체!

    옆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고 지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동네 골목에서 해가 떨어질 때까지 아니 사방이 캄캄해서 서로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워도 노느라 정신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 집에 몰려가서 있는 반찬 없는 반찬 가리지 않고 한 끼를 때우기도 했다. 무작스럽게 먹어치우던 아이들을 위해 수고스럽게 밥상을 차리던 어머니들에 대한 감사는 아무리 표현해도 부족하다. 친구 집에서 밤늦게까지 놀다 그냥 내처 잠을 자고는 아침밥까지 먹고 나오는 일도 비일비재하였다. 투닥투닥 다투는 경우에는 내 아이 네 아이 할 것 없이 어른들은 혼냈다. 소소한 문제들이 종종 발생하지만, 큰 일로 비화하지는 않았다. 동네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다 알고 소문도 금방나기 때문이었다.   텔레비전이 있는 집이 드물었

    류기인 지원장 (마산지원)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과거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는데, 쌀쌀한 초봄에 합정역 아닌 서초역 5번 출구에서 가을에나 필 법한 국화를 보았네요. 그들은 허리가 끊긴 채 장례화환에 박혀 큰 법원의 흰 청사를 품고 있었고,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가 그린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의 인물이 된 것인 양 처음 보는 기괴한 모습에 압도되어 할 말을 잃었습니다. 게다가 리본에 적힌 운율 맞춰 기재된 골계미 충만한 글을 보니 헛웃음도 나고 부끄러웠네요. 어떤 글들은 그 표현에 비추어 적시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표현의 자유를 일탈한 것으로 보였고 이에 대하여 고위 공무원도 모욕죄 고소를 하던데 대리인 통한 고소는 없는지, 왜 저들이 방치되어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편 이 모습이 사법부

    김창모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물과 햇볕 그리고 바람을 잊지 말아야지

    물과 햇볕 그리고 바람을 잊지 말아야지

    창가에 화분 몇 개가 있다. 햇볕을 잘 쬐여주고, 적당한 간격으로 물도 준다. 그런데도 나무 상태는 시원치 않다.   "창문을 자주 열고 바람을 쐬어줘야 하는데…"라는 아내의 말을 듣는다. 이전보다 자주 창문을 열고 바람이 흘러들어오게 한다. 나뭇잎이 살랑살랑 흔들리며 노래를 한다. 진작 바람을 쐬어줄 걸 그랬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다. 흘러가는 바람의 숨결을 나뭇잎만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모든 것이 신나한다. 베란다 창문과 주방 창문을 마주 열면 바람은 더욱 신나게 뛰어논다. 주방 쪽에 놓여 있는 음지식물들도 활기가 돋는다. 햇볕을 직접 쬐지 않더라도 바람은 쐬어주어야 한다. 신선한 바람이 온 집안을 몇 바퀴 휘젓고 다니면 마음속까지 상쾌해진다.   흘러야

    류기인 지원장 (마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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