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곳
해가 바뀌고도 어느 새 달포가 지나고 있다. 다섯에서 여섯이 되어 자랑스런 막내와 달리, 나는 몰래 손을 꼽아보고서야 나이를 센다. 그러다, 문득, 내 기억 속 그때의 아버지, 어머니가 겨우 지금의 내 나이였음을 깨닫는다. 가슴이 슬쩍 내려앉는다.
그때는 삶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가족들은 저마다 각자의 몫을 견디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어른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가끔은 야속했으며, 내색하지 못하는 것이 서럽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 그때의 아버지, 어머니가 아마 서 계셨을 그곳에 닿았다. 나는 생각만큼 여물지 않았고, 원하는 곳에 손이 잘 닿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그때 그곳에 있는 상상을 해 본다. 때로는 도망가고 싶었겠다. 내려놓
황성욱 판사(상주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