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자와 응시자
법관은 소송사건을 심리, 판단하는 자로서 재판의 '주재자', '판단자'라고 하거나, 운동경기의 '심판'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은 법관의 위치, 입장에 대해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주말에 집에 있으면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큰아이, 작은아이 둘 다 문제를 읽는 둥 마는 둥하면서 답 구하는 것을 서두르고 그러다보니 틀리고 실수하는 것이 많다. 그러고서는 "문제가 어렵다", "문제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이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문제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출제자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이렇게 잔소리하다보니 문득 재판도 학생의 문제 풀이와 다르지 않겠
임영철 부장판사 (대구지법 포항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