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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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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소의 풍경

    패소의 풍경

    변호사 개업 후 얼마 되지 않아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중 일명 ‘상간자 소송’의 피고 측을 대리하게 됐다. 우리 측 의뢰인은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원고의 배우자와 내연관계를 유지했던 사실이 있었기 때문에 도의적으로 원고에게 혼인파탄으로 인한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원고의 배우자가 부정행위로 인한 혼인파탄의 위자료를 이미 지급했다면 법적 책임은 도의적 책임과 정반대의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   필자는 원고의 전 배우자에 대한 증인신문까지 하며 이혼 당시 원고의 전 배우자가 피고와의 부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모두 지급했기 때문에 원고의 청구는 사실여부를 떠나 피고가 추가적으로 위자료를 지급해야할 법적 근거가 없음을 입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소송’이란 이름의 늪

    ‘소송’이란 이름의 늪

    “누군가 요제프 K를 모함했음이 분명하다.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날 아침 체포되었으니 말이다.”    프란츠 카프카 소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일어나 보니 벌레가 되어 있었던 것처럼, 소설 '소송'의 주인공 요제프 K는 어느 날 갑자기 체포가 되어 있었다. 흔히 인간을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라고 하는데, 시민들은 누군가의 고소나 고발로 인해 갑작스럽게 소송이라는 상황 속으로 내던져진다.    “무죄가 되어도 상관없다. 오직 그(녀)가 고통 받기를 바랄 뿐”이라는 의뢰인의 분노에 변호사의 묵인 내지 방조(!)가 더해지고, (ⅰ) “사기죄의 기망은 반드시 중요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임을 요하지 않는다”(95도2828), (ⅱ)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선배님, '라떼(나 때)는' 커피숍에서…

    선배님, '라떼(나 때)는' 커피숍에서…

    꼰대를 감별하는 ‘꼰대 육하원칙’이 유행이다. WHO(내가 누군지 알아), WHAT(뭘 안다고), WHERE(어딜 감히), WHEN(나 때는 말이야), HOW(어떻게 나에게), WHY(내게 그걸 왜)이란다. 작년 영국 BBC방송은 오늘의 단어로 한국어 '꼰대(KKONDAE)'를 선정하며 "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청년에서 중견 변호사에 가까워지고 있는 내게 '꼰대 육하원칙'이나 '꼰대 체크리스트'는 웃으며 지나칠 수 있는 단순한 유머가 아니다. 젊은 의뢰인들과 상담하거나 대학생과 신입사원을 만나 강의를 할 때면 겉으로는 젊은 세대에게 공감하는 척,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척 하지만 뼛속까지 경직된 틀에 갇혀 있는 '청바지를 입은 꼰대'로서의 면모를 발견하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다시 태어나도

    다시 태어나도

    “오빠,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꺼야?”    우리는 살면서 많은 곤란한 질문을 받는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우리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도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의 소리(96헌가11)에는 잠시 귀를 닫고 출제자가 원하는 정답을 정확하고도 신속하게 말해야 한다.    변호사로 일을 하면서도 곤란한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새로운 사건에 관여가 가능한지’, ‘내일까지 서면을 작성할 수 있는지’, ‘심야조사에 동의할 것인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와 같은 질문을 받을 때면, 정말 나에게 거부할 권리가 있긴 한 것인지, 이것들이 과연 질문으로서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변호사로서 승소전략 만큼 고민이 필요한 것은 법적구제가 희박해 보이는 사건에 대한 수임여부일 것이다. 개업 직후, 연인이었던 성인남성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미성년 피해자가 사무실을 찾아와 많은 고민을 했다. ‘데이트폭력’이라는 용어도 생소했던 시절, ‘연인 간 성폭력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은 당연히 맞는 명제였을지 모른다.   이 사건은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예상대로 불기소 처분이 나왔다. 그러나 강간사건을 관계의 친밀성에 매몰되어 사랑싸움으로 치부한 불기소이유서를 검토하며 전투력이 치솟아 재정신청을 진행하게 됐다. 국회 국정감사 등 통계자료에 의하면 작년 상반기 전국평균 재정신청 인용률은 0.31%로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이 재정신청을 통해 다시 공소제기 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나쁜 놈들의 변호인

    나쁜 놈들의 변호인

    “역사적 심판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사법적 진실만을 추구할 뿐이다.”    2년 전, 국내에서 가장 신뢰받는 방송사 중 한 곳은 악당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파트리크 메조뇌브’의 이 발언을 인용하며 국내에서 가장 큰 로펌을 비판하였다. 그 회사는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변호사들만 모여 있는,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로펌이라 다행히(?)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긴 하지만, 선량한 시민들은 재판정에서 대부분 나쁜 놈이 되기 마련이므로, 단순히 남의 회사 일이라고 무시해 버리기는 어렵다.   괴테는 열심히 일하는 것은 훌륭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했다. “나쁜 놈을 변호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우리에게 왜 법학을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자유의 소가(訴價)

    자유의 소가(訴價)

    “자유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50년 걸렸네요. 수백억을 줘도 자유와 바꾸지 않을 겁니다.”   50년 만에 한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되찾는 순간, 70대 할머니 의뢰인께선 자유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소감을 내뱉으셨다. 할머니는 배우자의 통제와 폭력으로 50여 년의 혼인 생활 동안 사소한 자유도 허락되지 않았고, 잠자는 순간까지도 흉기를 머리맡에 두고 위협을 가하는 배우자에게 자녀들을 남겨두고 집을 나설 용기를 낼 수 없었다. 유난히 보름달이 밝았던 어느 밤 할머니는 성인이 된 자녀들과 가정폭력피해지원단체의 도움으로 비닐봉지에 슬리퍼 달랑 하나 넣고 맨발로 집을 뛰쳐나와 쉼터에 숨어 이혼소송을 시작하셨다.   이혼전문변호사로서 다양한 이혼 사건을 진행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죽은 판례들의 사회

    죽은 판례들의 사회

    내가 치렀던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시험에는 시인 백석의 '고향'이 출제 되었다. 객지에서 진료를 받던 이가 의원의 맥을 짚는 따뜻한 손길에서 어렸을 적 고향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내용인데, 그 내용이 너무나도 공감되어 고3수험생이라는 신분을 망각하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시는 그 자체로 삶의 목적이 되기 때문에, 한 편의 좋은 시는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다시 일으키기도 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들 하는데, 법조인에게 예술을 위한 시간은 너무나도 짧다. 옆 방 선배는 얼마 전 결혼 10주년을 기념하여 한 명의 아내와 두 아들, 그리고 세 권의 기록과 함께 비행기를 탔다. 우리는 단지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사무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오래된 판례와 마주할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때론 삶에도 '유산슬'이 필요하다

    때론 삶에도 '유산슬'이 필요하다

    "싹-다 갈아 엎어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싹-다."   '싹-다'라는 귀에 쏙 들어오는 후크가사로 최근 펭수 버금가는 열풍을 몰고 다니는 신인 트로트가수 '유산슬'. 그의 정체는 바로 29년차 국민MC 유재석이다. 그가 출연하고 있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제(?)로 트로트계에 입성하게 되면서 유재석은 트로트계의 용을 꿈꾸는 가수지망생 유산슬로 변신해 신선한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유산슬은 신곡 홍보를 위해 인천차이나타운과 합정역출구에서 버스킹을 하기도 하고, 아침마당에 출연해 신인 트로트 가수들과 경연을 펼치기도, 선유도 공원에서 단 2시간 만에 초저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도, 각종 지방행사 무대에 올라 시민들과 소통하며 흥을 돋우기도 한다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참을 수 없는 승소의 가벼움

    참을 수 없는 승소의 가벼움

    “변호사님, 무죄 받으셨다면서요? 승소 축하해요.”   얼마 전 후배로부터 들은 말이다. 구속된 피고인이었는데, 길고 긴 재판 끝에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라 관여한 변호사들 모두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가끔 무죄를 받으면 마치 싸움에서 이긴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 ‘승소 사례’라고 하며 SNS에 그 내용을 게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때때로 승소는 슬픈 일이다. 공익법무관으로 지방에 근무할 당시 주로 농민들의 민사소송을 대리하였다(소송구조). 그 시절에는 교과서로만 배웠던 지식을 처음으로 실무에 적용해 보는 설렘과 동시에 어쩌다가 승소 판결을 받게 되면 나름대로 사회적 약자의 억울함을 풀어주었다는 뿌듯함이 가득하였다. 그러나, 내 의뢰인보다 더 약자일 수도 있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떼샷과 쪽수의 법칙

    떼샷과 쪽수의 법칙

    “나쁜 놈은 백 중에 하나 나오는 쭉정이지만 착한 놈들은 끝이 없이 백업디야.”   “우리는 떼 샷이여. 니들이 암만 까불어봐야 쪽수는 못 이겨. 그게 바로 쪽수의 법칙이고, 니들은 영원한 쭉정이. 주류는 우리라고.”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인생 드라마로 등극해 버릴 만큼 깊은 여운을 남겼다. 특히 연쇄살인범 까불이를 쫓던 파출소 순경 황용식은 검거된 까불이가 “까불이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고 또 계속 나올 것”이라며 악의 귀환을 예고하자 ‘떼샷과 쪽수의 법칙’을 설파하며 사이다 멘트를 날렸다.   최근 몇 해 동안 예술·출판·체육·학교·기업 등 다양한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젠더폭력 사건을 진행하며 현실의 까불이들과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그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갖는 이유

    그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갖는 이유

    반 O마나이O. 필리핀에 있는 내 아이의 이름이다. 올해 10살인데, 그림 그리기가 취미이고, 장래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 한다. 코피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2013년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하여 1만 명 이상이 사망하였는데, 그 무렵부터 한 국제구호개발 기구를 통해 후원하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이다.   보통 외국에 있는 아이들에게 기부를 한다고 하면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른 나라까지 신경 쓰냐”는 반응을 듣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한 편에서는 5세 이하 어린이들의 3분의 1가량이 영양실조로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인구의 10%인 8억 2160만 명이 기아에 시달렸는데(UN식량농업기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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