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쓰여진 서면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서면을 쓰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의뢰인으로부터 사건 설명을 들은 후 나름대로 자료를 확인하고, 거기에 맞는 판례도 찾아야 하는데, 그 속에 한 사람의 삶과 인생까지 녹아 들어야 한다. 인고의 시간 끝에 서면이 완성되면 온 몸의 기가 빨려나가는 느낌이 들면서 한동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파우스트 박사는 무한한 지식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바쳤다고 하는데, 이 순간 우리는 모두 파우스트가 된다.
변호사는 슬픈 천명이다. 그를 대신하여 고민하여야 하고, 그녀를 대신하여 분노도 해야 하며, 가끔은 그들 대신 혼도 나야 한다. 하루는 24시간인데, 회의하고 접견하고 재판에 출석하고 조사에 참여하다 보면 정작 서면 쓸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나의 사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