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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법률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투리 시간이 나면 브런치라는 앱에 올라온 글을 읽곤 한다. 1년 전쯤에 이혼을 준비하는 당사자가 쓴 '이혼변호사 찾아 삼만리'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옷을 한 벌 사는데도 따져보고 비교해보고 구입하는 것이 소비자의 마음이니, 인생에 옷보다 훨씬 더 큰, 이혼에서 좋은 소송대리인을 고르고 싶은 마음은 그 몇 천배가 아니겠느냐, 그런데 변호사 시장에서는 선택을 위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라는 것이 글의 골자였다. 글을 읽으며 각종 서비스와 상품을 상세정보 검색, 후기 검색, 최저가격 필터링 등으로 구매하는 지금의 소비자들에게 법률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겠다 싶었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법률플랫폼을 표방하는 업체들이 계속 생겨나는 것은. 소비자들이 변호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마음의 시간

    마음의 시간

    두 시간이 흘렀다. 꼬불꼬불 길게 늘어선 줄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달라진 건 두 시간 동안 내 위치가 줄의 마지막에서 검사원이 보이는 곳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오래 기다릴 줄은 생각지도 못한 탓에 손엔 읽을거리도 없었다. 마음의 속도와 달리 하염없이 느리게 흘러가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무기력과 불안이 엄습했다. 나 때문에 첫째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도 아직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고, 둘째도 새로 다니게 된 유치원에 갈 수가 없다. 가족들의 격리기간도 PCR 검사 검체채취일을 기준으로 기산하므로 어떻게 해서든 오늘 검사를 받아야했다. 화상회의를 마치고 나온 후 방문한 인근 검사소에서는 마감이 임박한 탓에 이제는 더 이상 접수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지금 두 시간째

    조웅규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우울을 건너는 방법

    우울을 건너는 방법

    오미크론 변이 때문인가. 내 주변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넘쳐난다. 누군가의 직장 동료, 누군가의 부모님, 누군가의 자녀, 누군가의 친구가 코로나에 걸려 격리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일상이다. 얼마 전 정말 가까운 지인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차라리 좀 돌아다니기라도 할 걸, 그는 씁쓸하게 자조하였다. 회사, 집만을 오가며 충분히 조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확진되었다면서. 배우자 회사의 동료 직원이 작년에 확진되었을 때가 떠올랐다. 당시에는 확진자의 동선을 철저히 조사, 공개하여 관리했는데, 조사 결과 지난 2주간 회사, 통근버스, 집만을 오간 것이 밝혀졌다고. 안타까운 한편, 좀 슬프기도 하였다. 사람의 노력으로 질병을 피해갈 수 없는 것 같아서. 지난 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연일 뉴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팬데믹 너머

    팬데믹 너머

    최근 미국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잇달아 해제되고 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정점을 지나면서 확진자 수가 꾸준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엄격한 방역 수칙을 시행해 오던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최초로 엔데믹 전환을 선언하기도 하였다. 엔데믹이 결코 바이러스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2년여 동안 전 세계를 패닉에 빠뜨렸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도 이렇게 변곡점을 맞이하는 듯하다. 당장 자주 가던 카페에서 마스크를 벗고 인사하는 직원의 모습이 너무도 낯설다. 똑같은 목소리로 변함없는 눈인사를 하는데도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다.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 뒤에는 저렇게 커다란 미소가 숨어 있었구나.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안면근육을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편리함의 이면

    편리함의 이면

    주말이면 삼시 세끼를 무엇을 해 먹어야 하는지가 늘 고민이다. 평일에 집에서 밥을 잘 해먹지 않다보니 주말 메뉴선정, 재료 구입부터 신경이 쓰인다. 이럴 때 밀키트와 배달음식은 참 편리한 대안이 되어 주었다. 다만 밀키트나 배달음식을 주문하면 필연적으로 딸려오게 되는 플라스틱 용기, 비닐포장지는 신경이 쓰였다. 명절을 맞아 시댁에 갔다가 1993년에 발간된 과학잡지 '까치'의 발행본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신기한 마음에 펼쳐 보았다가,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인 학생기자가 작성한 기사에 시선이 머물렀다. "최근 일회용품이 문제다, 한번 쓰고 버리는 비닐, 플라스틱이 제대로 분리수거가 되지 않고, 분리수거를 한다고 해도 실제 재활용이 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나부터 우유갑이라도 잘 정리해야겠다"는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황제를 위하여

    황제를 위하여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우드론 공동묘지에는 미국의 유일한 황제가 묻혀 있다. 묘비명은 "노턴 1세, 미합중국의 황제이자 멕시코의 보호자". 1859년 스스로 즉위 선언을 하여 1880년 사망하기까지 적어도 샌프란시스코에서만큼은 황제로 군림하였던 조슈아 에이브러햄 노턴(Joshua Abraham Norton)의 묘이다. 낡은 군복을 입고 나타나 황제를 자처하던 몰락한 사업가는 과대망상증 환자로 취급될 법도 했지만,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끼던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황제의 등장에 열광하며 그를 도시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부패와 전쟁에 반대하여 의회를 해산하고 대통령을 소환하겠다는 허무맹랑한 기행조차 황제의 칙령으로 대서특필되었고, 도시의 식당과 호텔들은 그가 발행한 채권을 대가로 무전취식을 허용하였다.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내과 박원장'을 보다 슬퍼졌다

    '내과 박원장'을 보다 슬퍼졌다

    '내과 박원장'이라는 웹툰작품이 핫하다. 최근 드라마로도 제작되었을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품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히포크라테스 선서'라는 제목의 12화가 특별히 마음에 남았다. 인고의 세월 끝에 전문의를 따고 내과 의원을 개원한 박 원장. 그의 현실은 대출이자와 월세를 걱정하는 자영업자다. 그런 그에게 전문의약품을 그냥 처방해 달라는 사람, 보험 청구를 위해 허위 진단서를 작성해 달라는 사람, 상비약을 보험 처방으로 해달라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보험사기에 협조할 수 없다", "불법임을 알고도 해줄 수는 없다"며 거절하는 박 원장에게 그들은 "영수증 리뷰를 기대해라", "진료거부로 보건소에 신고하고 맘카페에 맨날 악플 올릴 거니 각오해라"라며 압박을 한다. 박원장은 "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나는 도착했네

    나는 도착했네

    이곳 유학지에서 단연 인기 있는 로스쿨 강의는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에 대한 수업들이다. 수강신청 서버가 열리자마자 '광란의 클릭'을 해보았으나 이번에도 역시나 눈 깜짝할 사이에 수강인원이 다 차고 말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등의 연구에 의하면, 변호사는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은 직업군으로서 자살률도 일반 인구에 비해 5배가량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에 2000년대 이후 미국의 로스쿨들은 마음챙김 명상을 교과과정에 도입하는 등 예비 변호사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학생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변호사는 직업 특성상 분쟁의 한복판에 놓일 때가 많다. 첨예한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감정의 샌드백'을 자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보호종료아동'이라는 모순어법

    '보호종료아동'이라는 모순어법

    3년 전 쯤 한 세미나 뒷풀이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변호사님께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부모가 사망하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어 아동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자라온 아이들을 보호대상아동이라고 하는데, 아동복지법상으로는 만 18세가 되면 아동이 아닌 성년으로 분류되어 보호조치를 종료하거나 입소시설에서 퇴소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그래서 아직 민법상으로는 미성년자인 아이들이 주거와 생계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채 어른이 되기도 전에 집을 구하고, 일을 구해야 할 아이들을 위해 같이 법률교육 봉사를 하지 않겠냐고. '아동'에게 '보호종료'라니 그 자체로 모순어법이 아닌가. 마음 한 곳이 묵직하게 내려 앉았다. 결혼 직전에 신혼집을 구하러 다녔던 때가 생각났다. 당시 나는 30대였고, 변호사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엘리자베스 홈즈의 교훈

    엘리자베스 홈즈의 교훈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배심원단은 바이오 벤처 '테라노스'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엘리자베스 홈즈에게 4건의 사기 관련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한때 '여자 스티브 잡스'라 불리며 인기를 끌던 홈즈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하여 형량을 다퉈야 할 판이다. 테라노스는 손가락에서 채취한 피 몇 방울로 200가지 이상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메디컬 키트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단숨에 실리콘밸리의 총아로 떠올랐다. 한때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90억 달러에 이르렀고, 홈즈는 최연소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로 언론의 열광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 테라노스의 기술로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은 매우 기초적인 몇 가지에 불과하였고, 테라노스와 홈즈는 그 얄팍한 실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새해가 밝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해가 바뀐다는 것이 마냥 들뜨고 설레었는데. 지금은 새롭게 잘 시작해 보자는 마음 반, 어딘지 씁쓸한 마음 반이다. 내로라할 성과 없이 한 살 더 쌓이는 나이의 무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연말연시에는 자연스럽게 작년의 삶을,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한가롭고 여유 있게 보낸 것도 아니건만. 제 딴에는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살아온 날들이건만.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어?'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지?' '노력한 것 치곤, 뭔가 가시적인 성과라는 것이 없지 않나?' 이런 내면의 목소리에 자책감이 들곤 한다. 바쁜 일상 속에 눌러두었던 강박관념, 뭔가 더 해야 한다는 생각과 만나게 된다.하지만 생각을 찬찬히 따라가 보면 내면의 목소리에도 반박할 구석은 많다.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해파리 명상

    해파리 명상

    소위 '해파리 수면법'이라 불리는 수면법이 있다. 미 해군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하여 개발된 방법이라는데, 근육을 이완시키고 심호흡을 하면서 마치 해파리처럼 온몸의 힘을 빼다 보면 옆에서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2분 내에 잠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까닭 없이 찾아오는 불면의 밤마다 나는 바닷속을 둥둥 떠다니는 해파리를 상상하며 그 수면법을 성공시켜 보려고 애썼다. 이미 상상 속에서 친근해졌기 때문일까. 550종 이상의 바다생물이 전시되어 있는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Monterey Bay Aquarium)에서 나를 가장 매혹시킨 것은 귀여운 바다 수달도, 초대형 수조에서 군무를 펼치던 정어리 떼도 아닌 해파리였다. 반투명한 몸으로 형형색색의 빛을 내며 물속을 둥실둥실 유영하는 모습은 너무도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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