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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법조프리즘 리스트

    마감이 글을 쓴다

    마감이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소장이나 답변서, 준비서면 같은 법률서면도, 일기나 짧은 에세이도, 그리고 이렇게 칼럼을 쓰는 것도 좋아한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나 정서를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그 과정 자체가 즐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매번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 좀 더 미리 써두면 좋을 텐데, 매번 마감에 임박해서야 키보드를 잡게 된다. 글을 쓸 때마다 매번 깨닫는다. 더 오래 붙잡고 있다고 해서 더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초고를 쓰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초고를 쓰는 시간, 그리고 한 두 번 퇴고를 할 시간을 가지면 족하다. 작업 자체에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작업을 시작하기까지 마음을 다잡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 뿐이다. 이렇게 글쓰기에 착수하기까지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Strength in Numbers

    Strength in Numbers

    농구에 대한 첫 기억은 학창 시절 체육 수업에서였다. 농구공을 높이 던지는 것조차 버거웠던 나는 실기시험을 준비하면서 연습보다는 주술(?)에 의존하였는데, 방과 후 만화방에서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덩크'를 꼬박꼬박 읽어나가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우스꽝스러운 기복 행위에도 멘탈 트레이닝의 효과는 있었는지 시험 날에는 연습 때보다 공이 더 잘 들어갔던 것 같다. 그 후로도 슬램덩크 속 명장면 명대사는 늘 가슴에 품고 있었는데, 이번에 마침 농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지내게 된 김에 NBA 경기를 챙겨 보며 학창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는 중이다. 특히 이번 시즌은 샌프란시스코 홈팀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활약하고 있어 더욱 흥미진진하다. 예전에 다른 팀을 응원할 때는 스테픈 커리의 신들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ARS 안내멘트 들을 때

    ARS 안내멘트 들을 때

    언젠가부터 ARS 전화연결을 시도할 때마다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사오니 상담사에게 욕설, 폭언, 성희롱을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을 포함한 멘트다. 그 뒤에 "상담사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등의 멘트가 덧붙여지는 경우도 많다. 이런 멘트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씁쓸하다. 나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사람에게 욕설, 폭언, 성희롱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을 전화를 거는 모든 사람에게 안내해야 한다는 것이 법으로 의무화되었다는 것이. 그만큼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일 테니까.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라는 책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2018년 1월 초판이 나온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블랙 프라이데이 단상

    블랙 프라이데이 단상

    살던 집을 정리하고 해외로 유학을 오게 되면서 많은 짐을 비웠다. 틈나는 대로 중고거래 앱에 글을 올렸고 여러 단체에 물건을 기증했다. 특별히 아끼던 물건들은 지인들을 물색하여 나눠주거나 맡겼다. 그래도 십수 년을 이고 지고 지내온 물건들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고, 결국 이삿날 대형 쓰레기봉투 몇 개를 가득 채우고서야 끝이 났다. 그렇게 한 번 진절머리 나게 비우고 나니 미국에 와서도 한동안 새로운 물건을 사들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시 한국에 돌아갈 때 또 그 난리 법석을 치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더욱 그랬다. 숟가락으로 맥주병을 하도 따서 손등이 붓고 나서야 병따개를 샀고, 가끔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올 때면 부족한 의자 대신 여행용 가방을 꺼냈다. 소로우의 오두막처럼 의자가 세 개만 있었던 것은 아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한 해를 돌아보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

    한 해를 돌아보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

    11월 중순은 내년 목표를 세우기 좋은 때다. 12월로 넘어가면 소중한 사람들과 연말모임을 한 두번 가지다 보면 훌쩍 지나가 버리기 쉽다. 1월이 되면 신년 계획을 세우기에 이미 늦은 시점이 되어버린다. 올해 겨울은 특별히 코로나 확산을 위한 거리 두기로 인해 미뤄두었던 모임까지 잡히고 있어 한층 분주하게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비교적 여유가 있는 11월에 시간을 조금 떼어, 올해는 어떻게 살았는지 내년은 어떻게 살 것인지 돌아보고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매년 신년 목표에 빠지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업무와 관련된 목표다. '맡은 업무에서 좋은 평가를 받겠다', '새로운 분야의 업무에 도전해 보겠다', '연봉 상승'과 같은 목표는 매년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꼭 빼놓지 않고 넣는 것이 운동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낯선 이국에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수업 중 토론 시간에는 미묘한 중도적 입장을 표현하기 어려워 극단을 자처하게 되고, 나처럼 유학 온 친구에게 어설픈 농담을 건넸다가 의도와 달리 분위기가 싸해진 적도 수차례다. 한국에선 내로라하는 수다쟁이였던 나는 이곳에선 어느새 '고개 끄덕이기'와 '박수치기'를 가장 잘하는 경청의 아이콘이 되었다. 얼마 전에는 여행을 하다가 서툰 언어 탓에 우스운 일을 겪었다. 남편이 호텔 체크아웃을 하는 동안 내가 커피를 사두기로 했는데, 메뉴판에 써있는 커피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카페 직원은 캘리포니아 사람답게 여행은 어떠냐며 친근한 인사를 곁들였지만, 대화가 길어지는 게 부담스러웠던 나는 대충 제일 아래 써있는 메뉴를 가리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무료 법률상담은 하지 않는 이유

    무료 법률상담은 하지 않는 이유

    변호사가 되자 친척이나 지인들이 조언을 구하려고 연락을 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족 중에 의사와 변호사 한 명씩은 있어야 한다던데, 그 말이 꼭 맞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진짜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많이들 사용하고 있는 표현임은 분명한 듯하다. 그 속뜻을 짐작해 보자면, 변호사를 알아두면 좋다는 건 분쟁에 휘말렸거나 휘말릴 우려가 있을 때 마음 편하게 조언을 구할 수 있어 좋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예상하지 못한 송사에 휘말려 당황해서 연락을 주신 경우가 가장 많았다. 간혹 '지인 찬스'로 무료 법률상담을 받고 싶어하는 분들도 계시기는 했지만. 연락이 오면 나는, 일단 이야기를 들어준다.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이야기가 정리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판단되면 말한다. "변호사의 의견이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달콤함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달콤함

    내게 와인은 조금 어려운 술이었다. 마시고 취하면 그만인 여느 술과 달리, 괜히 그 한 모금에서 지구의 온갖 아로마를 찾아내야 할 것 같고, 바디감이니 타닌감이니 하는 생경한 단어들로 어설픈 평가를 곁들여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사람들 앞에서 와인을 골라야 할 때면 진땀을 흘리며 다짐했다. 언젠가는 제대로 와인 공부를 하고야 말리라고. 그리고 요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실컷 와인을 마시며 생각한다. 모르고 마셔도 참 좋은 게 와인이라고. 유학 온 직후에는 마셔 본 와인부터 찾았다. 캘리포니아산 와인만큼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마실 수 있으니, 역시 '먹는 게 남는 것'이라는 경제적 판단 하에 마트에 갈 때마다 쟁여 두었다. 기억하는 와인이 바닥난 이후로는 그냥 레이블만 보고 맘에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정리의 기술

    정리의 기술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겉옷을 입을지 말지 고민하던 꽤 더운 날씨였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온 초겨울 날씨가 반갑기도 하고, 또 놀랍기도 하다. 옷장 정리를 미뤄왔는데, 더이상은 미룰 수 없게 되었다. 얇은 소재, 짧은 기장의 옷들로 가득한 서랍을 비우고 포근한 소재의 니트로 채웠다. 마 소재, 홑겹의 자켓을 접어 넣고, 도톰한 소재의 코트와 패딩점퍼를 꺼내 걸었다. 계절에 맞는 옷들로 정리된 옷장을 보니 기분이 참 좋다. 이 계절에 입을 옷을 이미 꽤 많이 갖고 있다는 것도, 또 의외로 구비하고 있지 않아 구입해야 할 옷들이 있다는 것도 비로소 정확히 깨닫게 된다.   깨끗하게 정리된 옷장을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다. 업무용 컴퓨터의 바탕화면이다. 나는 보통 프로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오징어 게임, 승자는 누구인가

    오징어 게임, 승자는 누구인가

    유학지에서 만난 외국 친구들에게 출신 국가를 소개하면 대부분 매우 반가워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K-콘텐츠'를 먼저 늘어놓기 시작한다. BTS, 블랙핑크, 기생충, 킹덤, 런닝맨…. 심지어 와이너리의 어느 직원은 우리가 '드라마 속 그 나라'에서 왔다는 사실에 감격하여 예쁜 와인을 선물해주기도 하였다. 대학 신입생 때 떠난 배낭여행에서 한국을 설명하느라 "Do you know Samsung?"까지 시전했던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들어 다들 먼저 얘기하는 K-콘텐츠가 하나 더 생겼다.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오징어 게임(Squid Game)'이 바로 그것이다.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할로윈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

    2021년도 이제 4분기에 접어들었다. 남은 날이 채 100일도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니 올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저절로 돌아보게 된다. 아쉬운 점도 많고,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들도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올해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평안하게 넘어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인생 최고의 복은 무엇일까. 인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배울 점이 많은 멋진 선배들과 능력과 열정을 겸비한 동기, 후배들과 일할 수 있었고, 또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 허락된 참으로 큰 복이라 생각한다. 비상한 두뇌, 남다른 성실함을 지닌 사람들로 가득한 법조계에서 내가 가진 능력이 참 부족하다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탁월한 업무능력으로 앞에서 본을 보여주는 사수, 교학상장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는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주디 시카고와 쿠키

    주디 시카고와 쿠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새로운 미술관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딱히 미술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삶과 개성을 투영한 작품들이 의도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풍경은 늘 신선한 자극과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이곳 유학지에서도 도착 직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을 찾아 백남준 회고전을 즐겼고, 학생들에게 무료로 개방된 버클리 미술관(BAMPFA)은 등하굣길에 부담 없이 찾아가곤 한다.   얼마 전에는 샌프란시스코 미술관(FAMSF) 중 골든 게이트 파크에 자리한 드 영 미술관(de Yung Museum)에 다녀왔다. 1895년에 처음 문을 연 드 영 미술관은 그 역사와 규모에 걸맞게 예술적, 사료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세계에서 제일 큰 인공 공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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