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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법조프리즘 리스트

    블랙 프라이데이 단상

    블랙 프라이데이 단상

    살던 집을 정리하고 해외로 유학을 오게 되면서 많은 짐을 비웠다. 틈나는 대로 중고거래 앱에 글을 올렸고 여러 단체에 물건을 기증했다. 특별히 아끼던 물건들은 지인들을 물색하여 나눠주거나 맡겼다. 그래도 십수 년을 이고 지고 지내온 물건들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고, 결국 이삿날 대형 쓰레기봉투 몇 개를 가득 채우고서야 끝이 났다. 그렇게 한 번 진절머리 나게 비우고 나니 미국에 와서도 한동안 새로운 물건을 사들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시 한국에 돌아갈 때 또 그 난리 법석을 치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더욱 그랬다. 숟가락으로 맥주병을 하도 따서 손등이 붓고 나서야 병따개를 샀고, 가끔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올 때면 부족한 의자 대신 여행용 가방을 꺼냈다. 소로우의 오두막처럼 의자가 세 개만 있었던 것은 아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한 해를 돌아보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

    한 해를 돌아보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

    11월 중순은 내년 목표를 세우기 좋은 때다. 12월로 넘어가면 소중한 사람들과 연말모임을 한 두번 가지다 보면 훌쩍 지나가 버리기 쉽다. 1월이 되면 신년 계획을 세우기에 이미 늦은 시점이 되어버린다. 올해 겨울은 특별히 코로나 확산을 위한 거리 두기로 인해 미뤄두었던 모임까지 잡히고 있어 한층 분주하게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비교적 여유가 있는 11월에 시간을 조금 떼어, 올해는 어떻게 살았는지 내년은 어떻게 살 것인지 돌아보고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매년 신년 목표에 빠지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업무와 관련된 목표다. '맡은 업무에서 좋은 평가를 받겠다', '새로운 분야의 업무에 도전해 보겠다', '연봉 상승'과 같은 목표는 매년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꼭 빼놓지 않고 넣는 것이 운동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낯선 이국에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수업 중 토론 시간에는 미묘한 중도적 입장을 표현하기 어려워 극단을 자처하게 되고, 나처럼 유학 온 친구에게 어설픈 농담을 건넸다가 의도와 달리 분위기가 싸해진 적도 수차례다. 한국에선 내로라하는 수다쟁이였던 나는 이곳에선 어느새 '고개 끄덕이기'와 '박수치기'를 가장 잘하는 경청의 아이콘이 되었다. 얼마 전에는 여행을 하다가 서툰 언어 탓에 우스운 일을 겪었다. 남편이 호텔 체크아웃을 하는 동안 내가 커피를 사두기로 했는데, 메뉴판에 써있는 커피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카페 직원은 캘리포니아 사람답게 여행은 어떠냐며 친근한 인사를 곁들였지만, 대화가 길어지는 게 부담스러웠던 나는 대충 제일 아래 써있는 메뉴를 가리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무료 법률상담은 하지 않는 이유

    무료 법률상담은 하지 않는 이유

    변호사가 되자 친척이나 지인들이 조언을 구하려고 연락을 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족 중에 의사와 변호사 한 명씩은 있어야 한다던데, 그 말이 꼭 맞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진짜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많이들 사용하고 있는 표현임은 분명한 듯하다. 그 속뜻을 짐작해 보자면, 변호사를 알아두면 좋다는 건 분쟁에 휘말렸거나 휘말릴 우려가 있을 때 마음 편하게 조언을 구할 수 있어 좋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예상하지 못한 송사에 휘말려 당황해서 연락을 주신 경우가 가장 많았다. 간혹 '지인 찬스'로 무료 법률상담을 받고 싶어하는 분들도 계시기는 했지만. 연락이 오면 나는, 일단 이야기를 들어준다.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이야기가 정리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판단되면 말한다. "변호사의 의견이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달콤함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달콤함

    내게 와인은 조금 어려운 술이었다. 마시고 취하면 그만인 여느 술과 달리, 괜히 그 한 모금에서 지구의 온갖 아로마를 찾아내야 할 것 같고, 바디감이니 타닌감이니 하는 생경한 단어들로 어설픈 평가를 곁들여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사람들 앞에서 와인을 골라야 할 때면 진땀을 흘리며 다짐했다. 언젠가는 제대로 와인 공부를 하고야 말리라고. 그리고 요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실컷 와인을 마시며 생각한다. 모르고 마셔도 참 좋은 게 와인이라고. 유학 온 직후에는 마셔 본 와인부터 찾았다. 캘리포니아산 와인만큼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마실 수 있으니, 역시 '먹는 게 남는 것'이라는 경제적 판단 하에 마트에 갈 때마다 쟁여 두었다. 기억하는 와인이 바닥난 이후로는 그냥 레이블만 보고 맘에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정리의 기술

    정리의 기술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겉옷을 입을지 말지 고민하던 꽤 더운 날씨였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온 초겨울 날씨가 반갑기도 하고, 또 놀랍기도 하다. 옷장 정리를 미뤄왔는데, 더이상은 미룰 수 없게 되었다. 얇은 소재, 짧은 기장의 옷들로 가득한 서랍을 비우고 포근한 소재의 니트로 채웠다. 마 소재, 홑겹의 자켓을 접어 넣고, 도톰한 소재의 코트와 패딩점퍼를 꺼내 걸었다. 계절에 맞는 옷들로 정리된 옷장을 보니 기분이 참 좋다. 이 계절에 입을 옷을 이미 꽤 많이 갖고 있다는 것도, 또 의외로 구비하고 있지 않아 구입해야 할 옷들이 있다는 것도 비로소 정확히 깨닫게 된다.   깨끗하게 정리된 옷장을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다. 업무용 컴퓨터의 바탕화면이다. 나는 보통 프로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오징어 게임, 승자는 누구인가

    오징어 게임, 승자는 누구인가

    유학지에서 만난 외국 친구들에게 출신 국가를 소개하면 대부분 매우 반가워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K-콘텐츠'를 먼저 늘어놓기 시작한다. BTS, 블랙핑크, 기생충, 킹덤, 런닝맨…. 심지어 와이너리의 어느 직원은 우리가 '드라마 속 그 나라'에서 왔다는 사실에 감격하여 예쁜 와인을 선물해주기도 하였다. 대학 신입생 때 떠난 배낭여행에서 한국을 설명하느라 "Do you know Samsung?"까지 시전했던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들어 다들 먼저 얘기하는 K-콘텐츠가 하나 더 생겼다.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오징어 게임(Squid Game)'이 바로 그것이다.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할로윈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

    2021년도 이제 4분기에 접어들었다. 남은 날이 채 100일도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니 올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저절로 돌아보게 된다. 아쉬운 점도 많고,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들도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올해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평안하게 넘어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인생 최고의 복은 무엇일까. 인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배울 점이 많은 멋진 선배들과 능력과 열정을 겸비한 동기, 후배들과 일할 수 있었고, 또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 허락된 참으로 큰 복이라 생각한다. 비상한 두뇌, 남다른 성실함을 지닌 사람들로 가득한 법조계에서 내가 가진 능력이 참 부족하다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탁월한 업무능력으로 앞에서 본을 보여주는 사수, 교학상장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는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주디 시카고와 쿠키

    주디 시카고와 쿠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새로운 미술관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딱히 미술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삶과 개성을 투영한 작품들이 의도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풍경은 늘 신선한 자극과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이곳 유학지에서도 도착 직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을 찾아 백남준 회고전을 즐겼고, 학생들에게 무료로 개방된 버클리 미술관(BAMPFA)은 등하굣길에 부담 없이 찾아가곤 한다.   얼마 전에는 샌프란시스코 미술관(FAMSF) 중 골든 게이트 파크에 자리한 드 영 미술관(de Yung Museum)에 다녀왔다. 1895년에 처음 문을 연 드 영 미술관은 그 역사와 규모에 걸맞게 예술적, 사료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세계에서 제일 큰 인공 공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노르웨이의 한 카페에서 있었던 일

    노르웨이의 한 카페에서 있었던 일

    요 며칠 사이, 하늘이 부쩍 높아지고 공기도 선선해졌다. 완연한 가을 날씨를 몸으로 느끼니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어서 코로나 시국이 진정되고 마음 편히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그 날이 왔으면 한다. 해외에서의 추억을 되짚다 보니 2015년 노르웨이에 출장을 갔던 때가 떠오른다. 북유럽에 한 번쯤 가보고 싶었지만 막상 갈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당시 근무하던 회사에서 노르웨이 사업자와 계약협상을 하고 오라며, 프로젝트팀의 일원으로 출장을 보내주었다.오슬로는 생각보다 더 인상적인 공간이었다. 말로만 듣던 백야현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는데, 밤 11시가 되어도 마치 오후 3시처럼 꽤나 밝은 빛이 남아있었다. 곳곳에 테슬라 자동차가 길거리에 비치된 전기충전기 옆에 주차되어 있었다(당시 한국은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생명의 가치

    생명의 가치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최악의 테러'가 뉴욕 한복판에서 일어난 지도 벌써 20년이 되었다. 강산이 두 번은 변했을 세월이지만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은 그날의 상처와 교훈을 되새기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올해는 9·11 테러 20주년을 맞아 미국 전역에서 추모의 열기가 뜨겁다. TV와 라디오에서는 추모행사와 유족 인터뷰가 연일 방영되고, OTT 플랫폼에서도 관련 다큐멘터리와 영화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미국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 '워스(Worth)'도 9·11 테러에 대한 것이다. 영화는 실제 9·11 테러 직후 조성된 피해자 보상기금의 특별 위원장이었던 변호사 켄(Kenneth Feinberg)의 실화를 바탕으로, 켄이 소송전을 막기 위해 정해진 기간 내에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삶은 몸에 새겨진다

    삶은 몸에 새겨진다

    1년 전 이맘때였다. 오전 업무를 끝내고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일어섰는데 갑자기 허리가 잘 펴지지 않았다. 일어서려고 할수록 허리 뒤쪽에 상당한 통증이 계속 느껴졌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대신 근처 정형외과에 들러 증상을 이야기하고 '신경차단주사'라는 것을 맞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들러 도수치료를 받고, 평소 근력운동을 챙겨서 하라는 처방과 함께. 충격이었다. 이런 증상은 50대쯤 되어야 겪는 줄 알았는데. 진료를 받고 나오면서 그동안의 생활을 돌아보니 '참 척추를 오래 고생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엔 좋은 대학에 가겠다고 오랜 시간 앉은 자세로 공부를 했고, 그 후엔 변호사가 되기 위해 또 오랜 시간 공부를 했다.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일과 시간의 대부분을 앉아서 업무를 하고 있다. 하루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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