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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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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법을 세어 보아요

    당신의 법을 세어 보아요

    "변호사님! 법이 새로 바뀌었는데 왜 안 알려주셨어요!" 사내변호사로서 가장 당황스러운 상황 중 하나가, 평소에 잘 안보던 법이 갑자기 개정되어서 회사에 적용되었는데, 이러한 개정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사업을 수행하다가 책망(?)을 받을 때인 것 같다. 회사의 준법경영을 위해 관련 법과 규정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막상 이러한 법들을 모두 정리하고 수시로 업데이트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몇 년전 동종업계의 어떤 변호사님께서 적용되는 법을 세어보신 적이 있었는데, 약 320개(!) 정도로 이를 모두 팔로잉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토로하신 적이 있다. 특히 필자처럼 조그마한 회사의 작은 법무팀의 입장으로서는 이러한 법들을 일일이 팔로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정웅섭 변호사 (서울회)
    장인(匠人)

    장인(匠人)

    최근 도자기 장인의 예술혼에 대한 글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평생 자신이 빚고 구운 도자기 중 본인이 보기에 적정 가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가차 없이 깨버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반인의 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작품이고 오히려 훌륭한 도자기인데, 장인의 안목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바깥 세상에 내보일 수 없는 작품인 것이다. 자신이 직접 쓴 글은 이상하게 오타 하나 발견하기 어렵기 마련인데, 도자기 장인들께서는 스스로의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철저히 지켜내는 과정, 자신의 작품과 그러한 작품을 만들어낸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의구심을 가짐으로써 도예가로서 명성과 품위를 지켜내는 게 아닐까 싶었다. 요즘은 눈과 귀를 닫지 않더라도 어디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상이 빠

    장제환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와 예술가

    변호사와 예술가

    예술에 있어 현실적인 부분이나 금전적인 부분을 금기시하는 것이 선호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이를테면 마치 생전 작품을 거의 판매하지 못해 가난한 무명화가로 삶을 마감했던 반 고흐와 같은 화가들의 삶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사람들이 많은 관심과 환호를 보이는 것은 다름아닌 고가의 미술품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비평가 겸 작가인 프랜 리보위츠를 다룬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다큐멘터리 '도시인처럼'에서는 미술품 경매장의 낙찰 장면이 나온다. 경매장에 피카소 작품이 나오면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 그러다 거액으로 낙찰이 되는 순간 박수가 터진다. 이에 대해 프랜은 "그토록 좋은 작품이면 왜 작품이 등장하는 순간에 박수를 치

    김정현 변호사 (창경 공동법률사무소)
    자격시험

    자격시험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자격시험을 치른다. 법조직역의 여러 직군에서 요구되는 자격시험뿐만 아니라,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치르게 되는 수학능력시험, 더 나아가 결혼을 승낙 받기 위한 프로포즈도 광의의 자격시험에 포함될 수 있겠다.   이러한 자격시험의 통과는 그 시험이 목표로 했던 일정한 신분이나 지위의 취득을 주된 효과로 하지만, 이에 더하여 시험을 통과한 자에게 자신감을 주는 효과도 뒤따른다. 시험에 통과하였다고 하여 모르던 지식을 갑자기 알게 되는 것이 아니고, 연인에 대한 마음이 프로포즈를 승낙 받은 뒤에야 진정한 사랑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지만, 자격시험에 통과하게 되면 그동안 내가 기울여 왔던 노력이나 노력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는 믿음을 얻게 되고, 내가 알고 있

    장제환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증거 발굴에 임하며

    증거 발굴에 임하며

    송무 사건을 진행하면서 가장 답답한 순간을 묻는다면 그건 의뢰인의 설명에 믿음이 가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할 때이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한다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어서 누군가가 이를 알아보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한 쪽의 경험, 의견, 바람에 따라 일방적으로 취사 선택된 증거들로 인해 순식간에 그 자취를 감추곤 한다. 이럴 때는 의뢰인과 한 자리에 앉아 몇 시간이고 의뢰인의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함께 뒤져가며 증거를 찾아보곤 한다. 그럴 때면 십여 년 전 박물관에서 토기편을 맞추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필자는 변호사가 되기 전 큐레이터 자격증 취득을 위해 박물관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박물관에서 했던 여러 경험 중 발굴한 토기를 복원했던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차

    김정현 변호사 (창경 공동법률사무소)
    결론에 이르는 길

    결론에 이르는 길

    결론을 예측하는 것은 변호사로서 해야 하는 업무 중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소를 제기하면 이길 수 있을지,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지, 회사의 어떤 결정으로 이사가 업무상 배임의 책임을 부담할지 등등의 사안에서 결론을 예측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결론을 바탕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고객에게는 타당한 결론만큼이나 그러한 결론이 도출된 합리적 근거가 중요하다.    중고등학교 때 수학문제를 풀다가 틀리면, 문제풀이 해설을 보며 내 논리에 어느 부분이 틀린 것인지 납득하며 공부를 한다. 그러나 때로는 문제풀이를 보고도 정답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예컨대 A → B → C로 이어지는 논리에서 B가 생략된 채 A → C로 설명되는 경우가 그런 경우

    장제환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그날의 기억

    그날의 기억

    변호사로 활동한 지 수 년이 지났지만, 1월 초가 되면 매번 변호사시험을 봤던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5일 내내 매우 긴장한 탓인지 현재 남아 있는 기억은 단편적이다. 남편이 사랑으로 싸준 도시락을 들고 문 앞에서 인사했던 장면, 시험 시간 동안의 적막감, 내 필기구에서 났던 사그락거리는 소리 같은 것들, 그리고 사람 몸에 뇌가 2개가 있으니 무조건 합격일 것이라는 지인들의 농담을 계속 되뇌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난 뱃속에 8개월 차에 들어선 첫 아이를 품고 있었다.   평소 대가족을 꿈꾸고 있었기 때문에 일찍 취직이 결정되자마자 철없이 가족 계획부터 세웠었다. 그러니까 아이와 함께 변호사시험을 보기로 한 것은 오롯이 나의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어릴 적 보았던 신사임당 위인전

    김정현 변호사 (창경 공동법률사무소)
    목차 잡기

    목차 잡기

    글을 쓸 때 첫 문장을 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목차를 잡는 일인 것 같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명확하거나, 리서치를 깊이 있게 해 글감이 풍부하더라도 글의 흐름을 어떻게 끌고 가 어떤 끝맺음을 할 것인지 정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그리고 단순히 목차를 잡는 것에서 나아가 좋은 목차를 잡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어려운 것은 목차를 잡지 않고 좋은 글을 쓰는 일인 것 같다. 무엇에 방점을 두어야 할지 집중하지 않으면 쓸 데 없는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공들인 글과 시간을 허무하게 버리기 일쑤이고 글을 완성하더라도 흐름이 매끄럽지 않아 2중 3중의 노력이 요구될 때가 많다. 이와 달리 목차를 미리 준비한다면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는

    장제환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직업설명

    직업설명

    "엄마는 악당해, 나는 슈퍼영웅 할게."   이제 말을 제법 하게 된 막내가 어디에서인가 '슈퍼영웅'과 '악당'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배운 모양이다. 악당은 막내의 주문대로 공룡 흉내를 낸다. 피해자인 곰돌이 인형이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면, 그 순간 슈퍼영웅이 짠하고 등장해 악당을 무찌른 뒤 트램폴린 감옥에 가둔다. 정말 사랑스러운 슈퍼영웅이다.   아이들은 가끔 왜 엄마가 감옥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인지 묻는다. 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은 선생님에 비유할 수 있는 판사나 경찰에 비유할 수 있는 검사와 달리 설명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엄마는 왜 곰돌이 인형을 구해주는 슈퍼영웅이 되지 않고 악당을 도와주는지 묻는 아이의 말에 어떻게 대답할지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그 사람

    김정현 변호사 (창경 공동법률사무소)
    혼란 속의 질서

    혼란 속의 질서

    변호사를 자문 변호사와 송무 변호사로 (굳이) 나눈다면, 나는 자문 변호사에 속한다. 자문 변호사의 업무 스펙트럼은 너무 광범위해 일반화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자문 업무는 송무에 비해 비교적 호흡이 짧은 경향이 있다. 단시간 내에 빠르고 정확하게 마쳐야 하는 업무가 지속되는 것이 자문 업무의 성격이라면, 재판이라는 목표점을 향해 신중하고 긴 호흡의 준비가 필요한 것이 송무업무인 것 같다.   하지만 자문 업무가 단시간 내에 처리되어야 한다고 하여 검토의 깊이가 얕아서는 안 되는 일이고, 주어진 일정 안에 가능한 최대한의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검토를 마쳐야 하다 보니 그 단기간에 오는 부담감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부담감 속에서 해가 다시 뜬 뒤 퇴

    장제환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컴플라이언스 프로젝트를 마치며

    컴플라이언스 프로젝트를 마치며

    EBS에서 2008년부터 방영한 '극한직업'은 프로그램명 그대로 극한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을 촬영한 프로그램으로, 매번 경이로운 직업의 세계를 간접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변호사는 다양한 직업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직업이다. 개인적으로 그 중 백미는 기업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업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진행하게 되면 그 회사의 조직, 하는 일, 내부 규정과 지난 사건·사고까지 모두 접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당 분야의 산업과 고객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외부 변호사는 보통 기업 법무를 할 때 사내변호사 등으로부터 잘 정리해 준 일들을 주로 처리하게 되므로, 실무진과 직접 이야기하는 기회가 많지

    김정현 변호사 (창경 공동법률사무소)
    수능의 관문을 지나며

    수능의 관문을 지나며

    살면서 가장 긴장됐던 순간 중 하나를 꼽자면 역시 대학입학시험을 빼놓을 수 없다. 수능시험을 본 지 10년도 넘었지만 인터넷에 게시된 대학수학능력 시험 시간표를 보고 있자니, 잊고 있었던 그 때의 긴장감이 다시금 생각난다.   대입시험은 말 그대로 대학 입학을 위한 시험이지만, 수험생에게는 대학입학을 위한 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대부분 수험생들이 성인이 되는 시점에 치러지는 탓에 수능은 성인이 되는 관문이기도 하며, 선택에 대한 책임을 배우는 중요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더구나 수험생들이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주위사람들과 미디어로부터 들어온 소위 좋은 대학의 중요성 때문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수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더욱 극대화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장제환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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