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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석천의 시놉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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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석천의 시놉티콘] ‘시간 가성비가 정의’인 시대, 당신의 콘텐츠는 끝났다?

    ‘시간 가성비가 정의’인 시대, 당신의 콘텐츠는 끝났다?

      “요즘 많이 본다는 드라마, OOO 있잖아요. 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가입해 있지 않아서 유튜브 몰아보기로 봤는데… 좋던데요. 시간도 절약되고!”얼마 전이었다. 지인의 얘기에 나도 유튜브에서 ‘OOO 몰아보기’를 검색했다. 1화부터 8화까지를 1시간 30분 남짓 분량으로 압축한 동영상이 튀어나왔다. 드라마 내용이 얼마나 제대로 전달될까, 반신반의하며 봤는데 줄거리부터 주요 장면까지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이런 식이면 드라마를 정주행할 사람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시청 소감을 출판사 편집자에게 전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최근에 비슷한 문제를 다룬 책이 나왔어요. 아, 잠깐만요. 제목이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네요.” 일본 작가가 쓴 문제의 책은 M

    권석천 고문(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권석천의 시놉티콘]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미친년처럼 행동한다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미친년처럼 행동한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 시즌 1에서 차무식(최민식)과 서태석(허성태)은 앙숙이다. 필리핀 호텔 카지노를 운영하는 민 회장의 오른팔과 왼팔로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차무식이 “언제까지 필리핀에 있을 거냐”고 묻자 서태석이 으르렁거린다. “아니, 남이사 있든 말든 뭔 상관인데, 응? 내가 여기 있는 게 그렇게 X 같아요?” “너는 이 전구 다마처럼 언제든 빼서 갈아 끼울 수 있는 존재야.” 현실세계에서는 이렇게 거칠게 막 나가진 않는다. 상대를 향한 악의가 감춰져 있는 만큼 더 음험하고 무시무시하다. 오죽하면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2년 5개월간의 청와대 생활을 마치며 이렇게 토로했을까. “남자의 질투는 여자의 질투보다 무섭더라. 남자는 칼로 찌른다.”(2010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무주택자 무시하면서 짐승들처럼 들떠 있었다

    무주택자 무시하면서 짐승들처럼 들떠 있었다

      “형, 요즘 80년대 학번 선배들 만나면 부동산 얘기밖에 안 해요. 난 집 있어서 다행이다, 집 없어서 죽고 싶다, 누구는 강남에 아파트 있어서 좋겠다…. 이러려고 대학 때 학생운동 한 건가요?”그러니까 2년 전이었다. 88학번 후배가 어느날 저녁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음을 서늘하게 했던 그의 말이 떠오른 건 며칠 전, 유튜브 동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였다. ‘당시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아파트 값을 계속 얘기하는 사무실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무주택자들을 은근히 혹은 대놓고 무시했다. 집 있는 사람들은 야생 짐승들처럼 들떠 있었다. 그들은 주변 동료들은 의식하지 않은 채 모두가 듣게 아파트 값을 매일 얘기했다. 너무 신이 나서.’사실이다. 지난 3, 4년간 어느 모임을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딸의 생명권이냐, 애끓는 모성이냐

    딸의 생명권이냐, 애끓는 모성이냐

      여기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있다. 부부는 20여 년간 넉넉하진 않지만 성실하게 살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아내의 보증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남편마저 직장을 잃는다.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올라온 두 사람은 공원에서 노숙하는 신세가 된다.지병이 있던 아내는 삶의 의욕을 잃고 남편에게 죽여 달라고 애원한다. 남편이 남은 돈을 털어서 아내가 좋아하는 단팥빵을 사지만 아내는 빵을 삼킬 기력조차 없다. 그날 밤 남편은 아내를 숨지게 한 뒤 새벽까지 넋이 나간 상태로 있다가 경찰에 자수한다.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판사 시보에게 판결문을 작성해보라고 한다. “동의살인으로 집행유예다.” “명백한 살인으로 실형이다.” 피고인 쪽에 서서 동기 연수생들과 치열한 토론을 거친 시보는 자신이 쓴 판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나의 슬기로운 담배 생활

    나의 슬기로운 담배 생활

      한 해가 시작되는 이맘때면 늘 그가 생각난다. 정말 오랜 기간 애증의 관계였다. 숱하게 결별을 선언했지만 그는 결코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너 때문에 힘들어. 제발 날 버려줘.” 하지만 그는 나를 포기하지 않은 채 긴 세월을 함께했다.우여곡절 끝에 그와 헤어진 지 어언 5년. 그런데도 가끔씩 그가 돌아올까 봐 가슴 졸이곤 한다. “오랜만이야. 내가 없어서 좋았어?” 그는 나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것이고, 기어코 다시 주인 노릇을 하려고 할 것이다. 그의 이름은 두 글자. 담배다.사실, 그에겐 숨겨진 장점들이 많다. 그중 한 가지는 대학 선배에게서 들었다. “담배를 피우면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는 거 알아?” “아, 정말입니까?” 흡연에 그렇게 ‘신박한’ 효과가 있다고? 니코틴이

    흡연, 그 은밀한 사회학
    [권석천의 시놉티콘]  ‘가녀장의 시대’ 도태될 자 누구인가?

    ‘가녀장의 시대’ 도태될 자 누구인가?

        “괜찮아요. 저 사람들 조만간 도태될 거야.” 요즘 뜨고 있는 소설 <가녀장의 시대>의 한 대목이다. 주인공 슬아가 방송국 윗분들의 복장 규제를 거부했다가 고정패널에서 잘린 뒤 날리는 조소(嘲笑)다. 자꾸 입안을 맴돈다. “저 사람들 조만간 도태될 거야.”2022년 한국은, 특히 여성들에게 ‘웃음기가 사라지는’ 오르막길이었다. 7월 15일 인하대에서, 9월 14일 서울 신당역에서, 10월 4일 충남 서산에서 여성들이 살해당했다. 어디 그곳들뿐이랴. 그런데도 ‘여성 혐오’를 ‘여성 혐오’라 부르지 말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슨 홍길동도 아니고…) 하지만 승패가 어떻게 가려질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 변화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박종원 판사가 “문신 시술은 불법” 판례에 맞서는 이유

    박종원 판사가 “문신 시술은 불법” 판례에 맞서는 이유

      월드컵 경기를 보다 보면 많은 선수에게서 발견되는 것이 있다. 바로 타투(tattoo)다. 얼마 전까지 국내에서도 “문신”이라고 하면 조폭(조직폭력배)을 떠올리곤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문신 시술자는 35만 명(문신 5만 명, 반영구 화장 30만 명). 문신 시술을 받은 사람은 전국에 1300만 명에 이른다.이상한 것은 이처럼 수많은 이들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문신이 불법의 영역 안에 있다는 사실이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할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청주지법 형사5단독 박종원 판사가 눈썹 문신 등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40대 미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차근차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두 장의 사진이 보여주는 리더십의 무서움

    두 장의 사진이 보여주는 리더십의 무서움

      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첫 번째 사진(아래)의 배경은 2001년 9·11 테러 직후의 미국 뉴욕이다. 맨해튼의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져 내린 현장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 있다. 점퍼 차림으로 시멘트 잔해 위에 올라선 그는 소방관의 어깨에 손을 얹고 확성기를 든다. “우리는 수천 명을 잃고 슬퍼하고 있지만 훌륭한 시민들과 함께 굳건히 버텨내고 있습니다.”   2001년 9·11 테러 <사진=연합뉴스>   두 번째 사진(아래)이 촬영된 곳은 2005년 8월 말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상공이다. 부시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초토화된 뉴올리언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1년 후 우리는

    1년 후 우리는

      2023년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 가을날 우린 무엇을 하고 있을까. 꺾이지 않는 물가를 걱정하고 있을까. 쉴 새 없이 북에서 동해로 날아오는 미사일들에 가슴 졸이고 있을까. 여전히 앙앙불락하는 여야의 모습에 혀를 차고 있을까.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누구누구가 어떻게 이합집산할지 궁금해하고 있을까. 아마도 우리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 내 월급만 오르지 않는지 한탄할 것이고, 나는 언제쯤 직장을 그만두게 될지 초조해할 것이고, 아이의 진학과 취업이 왜 마음대로 안 되는지 답답해할 것이다. 친구들과 만나면 시중에 떠도는 정치인 얘기, 연예인 얘기, 주식 얘기로 화기애애하게 술잔을 기울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하나 더 있다. 1년 후 우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당신의 오른손이 어느 날 브로콜리가 된다면

    당신의 오른손이 어느 날 브로콜리가 된다면

      “누구를 미워하고 괴로워하고 으응, 그런 나쁜 것들을 맘속에 오래 넣고 있다 보면 사람이 버틸 수가 없어져. 사람이 사람이 아니게 되는 것이지.”어느 날 복싱선수인 남자친구의 오른손이 브로콜리가 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박광석 할아버지는 “그 친구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라며 손이 왜 브로콜리가 됐는지 알려준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남자친구는 그제야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미워하지도 않으면서 상대를 곤죽으로 만들기 위해선 미움을 억지로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다”고.소설 ‘브로콜리 펀치’의 플롯이다. 황당무계하게 다가오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어딘가 현실 속에 존재할 것만 같다. 90년대생 작가(이유리)는 왜 손이 브로콜리로 변하는 상상을 했을까. 2030세대 독자들은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한번 망가져본 사람'이 판사라면

    '한번 망가져본 사람'이 판사라면

      “나는 사람도, 한번 망가져본 사람이 좋더군요.” 일본 여성 배우 키키 키린이 남긴 말이다. <걸어도 걸어도>,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 2018년 가을 75세에 작고한 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서 어머니/할머니로 등장했다. 늘 가족과 부대끼면서도 그 울타리 너머에 있는 ‘인간’을 보여주곤 했다.키키 자신의 말 그대로 그의 삶 역시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18세에 배우 생활을 시작. 21세에 결혼을 하고 25세 이혼. 30세에 록 뮤지션과 재혼. 2년 만에남편의 느닷없는 이혼 청구에 맞서 승소. 40여년 간의 별거생활. 34세 때 경매에 예명을 내놓고 키키 키린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공보관 오석준 vs 판사 오석준 vs 대법관 오석준

    공보관 오석준 vs 판사 오석준 vs 대법관 오석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법부엔 질풍노도가 밀어닥쳤다.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명박 정부에 눈엣가시였다. 이용훈 코트(대법원)가 진보 성향으로 기울었다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대법관 제청부터 주요 사건 판결까지 사사건건 충돌이 이어졌다. 당시 대법원 공보관으로 방패막이 역할을 했던 이가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이하 경칭 생략)다. 가장 큰 파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이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대거 재판에 넘겨지면서 불길은 법원으로 옮겨 붙었다. 2009년 2월 신영철 대법관이 임명되자 그가 원장으로 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사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신 원장이 촛불집회 재판에 관여했다.” 대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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