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은 정말 존재하지 않았을까
시카고의 존경받는 대주교 살해범으로 체포된 19살 애런은 “시간을 잃었다”고 표현했다. 애런이 ‘시간을 잃은’, 그러니까 기억을 상실한 바로 그 순간 그는 대주교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다만 그때의 그는 애런이 아니라 로이다. 순수한 눈망울을 가진 말더듬이, 자기의 감정 표현조차 서투른 애런이 아니라, 증오의 눈빛에 험한 욕설을 거침없이 쏟아내며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로이. 정반대의 완벽히 다른 두 인격이 한 몸 안에 있었다. 애런은 1급살인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정신이상으로 판단되어 사형선고를 면하고 정신병원으로 가게 된다. 애런의 변호인은 자신의 변론으로 이끌어낸 최상의 결과에 들떠 있다가 실은 애런이 완벽하게 로이를 ‘연기’했음을 눈치채게 된다. “그럼 로이는 없었던 거야?” 허
정혜진 (수원고법 국선전담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