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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소시효 연장을 위한 입법 논의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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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 사회적 이목을 끈 몇몇 흉악범죄에 관하여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해 오자 공소시효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일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의 유가족이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3일 앞둔 시점에서 용의자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황산테러 사건은 1999년 범인이 길을 가던 6세 남아의 얼굴에 황산을 쏟아 부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경찰은 용의자에 대하여 수사를 하였으나 증거가 부족하여 기소하지 못하였다. 1999년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도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이다. 그리고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안이 법무부와 국회 차원에서 논의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공소시효 기간을 전반적으로 상향조정하였다. 법정 최고형이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15년에서 25년으로,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는 10년에서 15년 등으로 연장했다. 따라서 개정법에 의하면 황산테러 사건 등도 공소시효가 아직 10년 가까이 남아있어야 하지만 부칙에서 개정법 시행 전의 범죄에 대하여는 종전 규정에 의하도록 했기 때문에 15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것이다.

    흉악범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하여 다시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입법에 대하여는 찬성하기 어렵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들의 문제도 공소시효기간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부칙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하더라도 25년이면 충분하고, 외국의 입법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렇다. 국가는 끝까지 범인을 추적하여 처벌해야 하는 것이 유일한 정의(正義)라면 공소시효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전 세계 문명국가 중 공소시효제도를 두지 않고 있는 나라는 없다.

    공소시효의 본질과 이론적 근거에 관하여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어느 입장에 의하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거가 멸실되는 점을 중요한 논거로 들고 있다. 국가의 형사소추권에 초점을 맞추는 입장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국가의 권리인 소추권이 소멸하여 이를 행사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것이고, 피고인의 방어권에 초점을 맞추는 견해에 의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가 없어지고 기억이 희미해져 피고인이 억울한 누명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수사기관은 피의자에게 불리한 증거를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반면에 개인인 피의자는 그렇지 못하다. 피의자의 무죄를 증명해 줄 증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일이 지나는 사이에 연락이 끊기거나 사망할 수도 있으며, 기억이 흐려져 아무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또한 수사기관이 한 사람의 살인범을 찾기 위하여 25년간 수많은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감시와 조사를 한다고 가정할 때 그 자체로 주변사람들은 장기간 불안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공소시효가 너무 길면 국가권력이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소지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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