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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농부가 씨앗을 고르듯

    이남철 법무사(서울중앙지법 외부회생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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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는 설이 늦어 정월 대보름과 이월 초하루 사이에 우수·경칩이 있다. 이맘때 농가에서는 깡통에 구멍을 뚫어 짚이나 나뭇가지를 넣고 불을 붙여 빙빙 돌리다가 들판에 던져놓는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오름태우기 등을 한다. 논이나 밭두렁의 잡초를 태워 해충이나 쥐의 피해를 줄이고 거름을 만들어 농사준비와 더불어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기도 한다.

    '전쟁과 평화'의 저자 톨스토이(Lev Nikolaevich Tolstoy, 1828~1910)는 81세 때 인류에 대한 자신의 가장 큰 사랑의 표현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라는 책을 남겼다. 그 중 '농부가 씨앗을 고르듯'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진리를 찾는 이들은 농부와도 같다. 우선은 농부가 좋은 씨앗을 고르듯 진리를 선택하고, 다음으로는 농부가 씨앗을 흙에 심듯 그 진리를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할 연장은 말(言)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노자의 도덕경 첫 구절에 '도라고 말할 수 있는 도는 도가 아니다(道可道非常道)'라고 하고, 같은 경 81장에 '믿음직스러운 말은 아름답지 못하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信言不美 美言不信)'고 한다. 이렇듯 말 자체는 진리가 아니요, 표현된 말을 쫓아가서는 도를 볼 수 없다. 하지만 말을 가지고 소통하고 공감을 하여 방편으로 삼아 진리에 들어갈 수는 있다.

    법조인은 개인적으로 수많은 날들의 노력과 땀 그리고 가족과 주위의 헌신적인 도움이 함께 어우러져 일구어 놓은 값진 자격이고, 법조계는 나라에서 교육과 시험이라는 시스템을 만들고 엄청난 에너지와 정력을 투입하여 양성하고 엄격한 절차를 거쳐 부여한 자격사의 공동체이다. 최근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는 변호사나 시험에 최종합격한 법무사가 조만간 새내기 법조인으로서 실무에 임하게 된다. 진로에 대하여 재조로 갈지 재야로 갈지, 특히 재야로 방향을 정하고서도 개업을 할 것인지 취업을 할 것인지 고민이 많아 선배들의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한다.

    16일 법원에서는 '어느 법관의 삶' 이라는 이름으로 사도법관 김홍섭에 대한 추모행사를 개최하는데, 이와 같은 법조인의 귀감이 되는 훌륭한 분들의 삶과 생애를 조명하는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도 좋다. 재야의 경우 각자가 처한 사정과 생각이 달라 통일을 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점은 전문가로서의 책임감과 본직중심의 역할을 깊이 인식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하여 위헌결정한 것이 사회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듯이, 법조인이 하는 생각과 말이 갖는 무게는 어찌보면 사회전체가 하는 말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울 수 있다.

    톨스토이는 위의 글에 이어서 '타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받아들이기'를 권한다. 개개인의 진로에 대한 말을 포함하여 법조계의 각종 현안과 이슈에 대한 말들에 대해서도 농부가 씨앗을 고르듯이 곰곰이 생각을 해보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씨앗을 흙에 심듯이 이치를 생각한 연후에 마음 밭에 간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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