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태평양

    재판지연과 입법대책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2022_nondan_sub_face.jpg2022_nondan_sub.jpg


    조선시대 재판지연은 체송(滯訟)이라고 하였고,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eid)”라는 서양의 법언이 있다. 이처럼 재판지연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중요한 사회문제이다.


    재판은 공정성과 신속성을 그 핵심적 가치로 한다. 헌법 제27조 제3항에서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지연으로 인해 신속한 재판의 이념은 헌법의 장식적 문구로 전락하고 있다. 재판의 처리 기간이 늘어나게 되면 소송당사자의 불안정한 삶이 지속되고 사법비용이 늘어나며 사법 불신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전국 법원에서 민사소송의 경우 2년 안에 제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이른바 ‘장기 미제’사건의 비율이 최근 5년간 약 3배로 증가하였고, 민사합의부의 경우 소제기일로부터 150일이 되어야 비로소 최초 기일이 잡히고 있다는 언론보도 기사는 재판지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국의 배석판사들이 주당 3건의 판결문만을 작성하겠다는 암묵적 담합에 관한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그것이 사실이라면 사법행정상 직무감독의 적정한 행사를 통한 시정이 요망된다.

    재판 지연은 사법 불신의 주된 원인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하는 법관
    승진·보상하는 인사시스템 마련
    재판 지연에 대한 제재 수단도 필요


    소송사건이 법원에서 적기에 처리되지 않고 누적될수록 사법적 정의의 실현이 지체되므로 재판지연을 최소화하고 헌법상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의 실현을 위한 입법대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법원조직법을 개정하여 법관에 대한 실적제에 의한 인사관리시스템 마련과 사법행정상 직무감독권의 명문화가 필요하다. 국민을 위하여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는 우수한 법관이 법원의 조직 내에서 승진하고 보상받는 실적제에 기반한 인사 관리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사법행정의 감독권 행사를 규율하고 있는 독일 법관법(DRiG; Deutsches Richtergesetz)과 같은 법관의 직무범위와 한계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검토할 단계이다. 

    둘째로, 재판지연에 대한 제재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민사소송법 제199조에서 소제기일부터 5월 이내의 판결선고기간이 규정되어 있다. 이 규정을 훈시규정으로 보아 법원이 이를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법적 효과가 없는 것은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민사소송법상 판결선고 기간 내에 판결을 선고해야 할 법률상 의무가 없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국민의 법감정에 비추어 앞으로 국민과 동일하게 법원도 그 기간을 지켜야 하는 법률상 의무규정으로 성격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법률상의 판결선고기간을 재조정하되, 엄격한 강행규정으로 하게 되면 오히려 재판의 졸속이 초래되므로 정당한 사유와 같은 예외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제하에 독일 법원조직법(GVG: Gerichtsverfassungsgesetz) 제198조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소송절차의 당사자가 부당한 소송기간의 결과로 불이익을 입은 경우 지연기간에 상응하는 적정한 보상제도의 도입도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다. 

    셋째로, 다양한 형태의 법관제도 도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재판절차를 통해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고 국민의 권리를 구제한다. 국민을 위한 신속한 재판을 보장하고 효율적 권리구제 장치가 되도록 제도개선을 강구하지 않는 것은 법원의 책무 방기에 속한다. 산적한 사건 처리를 위해 대법관의 증원과 하급심 법관의 대폭 증원이 필요하다. 최근 대법원의 2023년 경력변호사 로클럭 선발계획은 우회적 임시처방으로 시니어판사 등 새로운 형태의 법관제도 도입이 바른 길이다. 

    끝으로 ADR(대체적 분쟁해결제도,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법무부는 ADR법 제정을 주도하여 중재와 함께 민간조정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조정인의 도움을 통하여 소송 전 단계에서 당사자간에 자율적으로 합의하여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여 법원에 과도하게 소송사건이 몰리지 않도록 사전예방적 분쟁 해결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할 단계이다. 왜냐하면 법원이 민사사건의 분쟁 해결을 독점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사법에 대한 국민적 불만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재판지연을 극복하고 효율적인 분쟁 해결을 위해 ADR의 법제화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이다.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