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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의 방법

    이주영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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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은 일방적인 절차로 여겨지기 쉽지만, 실상은 검사, 피고인과 재판부, 또는 양 당사자와 재판부 사이의 대화에 가깝지 않나 생각된다. 물흐르듯 서로의 맥을 짚으며 마땅한 결론으로 수렴되어 가는 재판도 있고, 힘은 엄청 드는데 제자리에서 맴맴 돌며 참가한 사람이나 구경하는 사람 모두가 갑갑한 경우도 있다. 그러다 한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글을 접하였다. 대화의 방법을 설명한 글인데, 좋은 재판으로 바꿔 보아도 어색함이 없었다.

     

    대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를 보면, 대개 서로가 자신의 견고한 틀을 세우고 고집하는 경우라고 한다. 부모와 자녀 간에 벌어지는 설전이 보통 그런데, 부모가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니 마땅히 공부를 함이 옳다는 결론을 정해 놓았고, 자녀는 도저히 못하겠다는 결론을 정해 두었다면, 그러한 상황에서는 해당 주제로 대화를 나누어 봤자 상황은 악화될 뿐이라고 한다. “이러이러하니 공부해야 한다”와 “그래도 싫어요”의 무한 반복일 뿐. 이럴 때 닥치고 하라며 강요해봤자 실패하기 마련이고, “그래 때려쳐!”를 외치면 반감만 커질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화를 이어가고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때 등장하는 단어가 흔하지만 어려운 단어, 공감이다. "네가 이러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억울할 만하다. 화낼 만하다"라고 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입장과 존재가 무시되지 않고 인정받는다고 느낄 때 비로소 가장 합리적인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엄청나게 치열한 법정 다툼 속에서도, 어느 한 쪽의 한 풀 내려놓는 현명한 대처에 얼어버린 감정이 순간 풀리고 한결 유연해지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물론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지만, 그럴 때면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대부분의 동기는 사실 감정이라는 것, 부정적인 감정을 몰아내는 유일한 방법은 공감이라는 것을 절감하곤 한다. 고정된 틀에 갇히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 상대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항상 열어 두는 것. 좋은 대화 상대, 또 괜찮은 재판부가 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이주영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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