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한·미 법조산책

    6. 미국 대법원 판사임명과 다양성

    박영선 변호사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지금 미국사회에서 떠오르는 화두는 '다양성(Diversity)' 이다. 워낙 미국이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사회이다 보니,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한 사람들이 인종, 종교, 성별 등 다양성을 반영하고 있느냐하는 것은 중요한 이슈가 된다. 예를 들어 미국 영화계의 꽃인 오스카 시상식에서 지난 몇 년간 소수계 영화인들의 입상이 적어지자, 오스카를 주관하는 사람들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 법조계에서도 주법원 판사부터 연방정부 판사까지 판사임명을 두고 이런 다양성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애플 대 삼성 케이스를 맡았던 한국계 루시 고 판사가 오마바 대통령에 의해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받은 것도 법조계에서 다양성을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2월경 사망한 스칼리아 미국대법관의 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지는 판사 후보들의 인종적, 종교적 다양성을 넘어 다른 종류의 정치적인 이슈이다.

    주법원 판사의 경우 주지사가 임명하는 것처럼, 연방 법원의 판사는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리고 연방 대법원판사는 미국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자리이다. 스칼리아 대법관의 후임으로 인도계, 베트남계 등의 소수계 판사후보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지난 3월15일경 오바마 대통령은 유대계 배경을 가진 머릭 갈랜드 연방판사를 임명했다. 여러 명의 후보 중 머릭 갈랜드 판사는 주류사회에서 반대하지 않을 가장 정치적으로 안전한 후보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상원의원에서는 아직까지 머릭 갈랜드 판사에 대한 인준을 미루고 있다. 이유는 대선이 끝나서 새로운 대통령이 생긴 후 인준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연방대법원이 지나치게 민주당적 색채를 가진 판사들로 채워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공화당의 반대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판사직은 정치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는 자리이다. 비록 임명 당시 여당이나 야당 등 정당적 색채를 가지고 있는 주지사나 미국 대통령에 의해 임명을 받는다 하더라도, 임명 후에 판사는 정치적 활동에서는 멀리 떨어져 주어진 법을 해석하고 케이스에 법을 적용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되어있다. 이는 판사들의 정치활동을 막는 변호사법 규례에 의해 그러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여당과 야당이 대법원 판사 임명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하는 고유한 역할과 대법원판사들이 간접적으로 미국정책결정에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방정부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51개주가 각각 다양한 주법을 가지고 있고, 처해진 사회적 분위기도 각양각색이다. 9명으로 구성된 미국연방 대법원은 각주에 위치한 하급 연방법원에서 항소되어 올라오는 케이스 중 특정 케이스만 선택적으로 골라 사건 심리 할 권리를 가진다. 이런 권리를 Certiorari, 즉 기록 송부명령이라고 하는데, 하급법원에서 신청된 서류 중 미국전체에 영향이 있을 중요한 사건들을 연방대법원으로 송부명령을 내림으로써 사건을 심의하게 된다.


    대개 선택하는 케이스는 연방헌법에 관련된 주대법원의 판결 및 주정부끼리 충돌이 있는 케이스이다. 가장 큰 사례가 낙태나 동성결혼의 합헌 등 역사적 중요성을 갖는 사건들이다. 또 항소 시에는 다시 재판을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급법원에서 심리가 된 사실과 증거를 가지고 그에 대해 법리적용이 잘되었는지 만을 보게 된다.

    연방대법원이 어떤 케이스를 선택하여 심리하는지는 그 사건을 심리한 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만큼 중요하다. 대법원 판사들의 구성이 어떤 정치 성향인지에 따라 연방대법원에서 다루고자 하는 케이스의 성격이 달라지고, 그 판례가 미국사회의 미래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데 주춧돌이 된다. 단순히 어떤 판사를 대법원에 입성시키느냐를 떠나 미국의 사회정책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미국연방 대법원 판사직이 갖는 의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갈랜드 판사의 인준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 노력이 언제, 어떤 결과를 맺을지는 지켜보아야 할 문제이다.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