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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 노트

    보수약정의 원칙을 세워라

    김재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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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대표에게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분쟁이 생겼다. 박 대표는 소송을 제기해야 할 지 말아야 할지를 김 변호사와 상의했다. 김 변호사가 검토해 보니 금액도 크고 충분히 승산이 있는 소송이었다. 김 변호사는 착수금 없이 성공보수로 소송을 수행하겠다고 제안했다. 박 대표가 패소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머뭇거리자 "패소하면 상대방 변호사보수 등 소송비용을 내가 부담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결국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을 수임하게 되었고 예상대로 1심에서 승소하였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패소하면서 김 변호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 더군다나 대법원에서 뒤집을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였다. 김 변호사는 성공보수도 못 받고 상대방 변호사보수도 물어주게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보수약정은 변호사에게 중요하다. 보수 약정에 대한 원칙을 세워 놓고 있으면 업무에 도움이 되는데, 생각보다 보수약정의 문제는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첫째, 성공보수는 고객의 이익에 참여하는 것이므로 신중해야 한다.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제3자다. 제3자로서 객관적 시각을 가지고 고객을 돕는 자다. 고객과 운명을 같이 하게 되면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 그런데 고객과 운명을 같이 하게 되는 것의 전형적인 예가 바로 성공보수이다. 성공보수라는 것은 성공하면 보수를 받는 것이고 성공하지 못하면 받지 못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고객이 망하면 나도 망한다. 근본적으로 성공보수에는 객관성을 잃게 만드는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이런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착수금 없이 성공보수조건으로 사건을 수임하게 되면 여러 문제들이 생긴다.

    착수금을 적게 하고 상대적으로 성공보수를 크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성공보수의 비중이 높을수록 점점 더 무료자문과 가까운 것이어서 고객의 신뢰가 약해진다. 별로 부담이 없다 보니 고객이 잘 협조를 하지 않는 경향이 생긴다. 진행하다가 마음이 바뀌거나 별로 유리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중간에서 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그러면 변호사가 외롭게 사건을 끌어가야 한다. 결과가 대체로 좋지 않다. 그러므로 고객과 신뢰관계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성공보수조건으로 일하는 것은 위험하다.

    둘째, 사건수임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많은 사건을 맡길 수 있다고 약속하면서 "이번 사건은 저렴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앞으로 기회를 제공해 줄 테니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라는 것이다. 이들의 말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지금 사건에서 변호사를 충분히 신뢰하고 그 신뢰를 담아서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향후에 사건이 연결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셋째, 적정한 착수금을 받아야 한다. 착수금의 수준이 얼마여야 하는지는 상황에 따라서 다르지만 사건의 난이도, 투입해야 할 시간 등을 고려해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만약 고객이 지급하고자 하는 착수금이 일에 집중할 만큼이 아니라고 느낀다면 변호사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당연히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라면 처음부터 일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또한 착수금은 고객의 협력이 담보되는 것이어야 한다. 고객이 얼마든지 중간에 포기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라면 고객의 협조와 지원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이 안도와 주면 변호사 혼자서 일해야 하는데 업무가 잘 되기 어렵다. 착수금은 고객이 중간에서 마음이 흔들려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변호사를 도와 줄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어야 한다.

    자금 사정이 어려우니 착수금을 깎아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홍 사장은 자금난으로 고생하고 있다. 거래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송에서 이겨서 돈을 받아내야 했다. 그러나 자금사정이 어렵다 보니 변호사에게 충분한 착수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보수를 제대로 지급하여 변호사가 열심히 일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장변호사에게 착수금을 적게 하고 성공보수를 많이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런 보수조건을 제시하면서 미안해 했다. "사정이 좋아지면 그 때 보수를 더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고객의 사정을 잘 헤아려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것과 변호사를 신뢰하고 일을 맡긴다는 것은 별개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자금 사정이 어렵더라도 고객이 변호사를 충분히 신뢰할 수만 있으면 다른 곳에 쓸 자금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착수금을 기꺼이 지급하려고 할 것이다.

    만약 착수금을 깎아 달라는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착수금을 깎는 것이 고객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나를 믿고 사건을 맡긴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여 달라'고 고객에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고객이 변호사를 믿어줘야 변호사도 고객을 믿고 열심히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사정이 변경되면 신속하게 고객과 대화해서 대책을 찾아야 한다. 박 사장은 강 변호사에게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자문을 의뢰했다. 보수는 시간당 보수지급방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강 변호사는 열심히 일을 하였고, 박 사장은 열심히 강변호사의 업무를 지원해 주었다. 몇 개월 후에 박 사장의 사업에 어려움이 생기자 자문료가 연체되기 시작했다. 박 사장은 강 변호사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앞으로 1년 정도는 더 일을 해야 하는데 강 변호사로서는 일을 중단할 수도 없고 계속 진행할 수도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생기면 지체 없이 고객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객이 보수를 안 준다고 해서 일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도 못 받고 일을 해도 안 된다. 업무를 중단할 것인지, 중단한다면 인수인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계속 진행한다면 어떤 조건으로 일을 할 것인지 등을 고객과 신속하게 협의해서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업무가 중단된 후에도 고객과의 관계가 깨지지 않고 유지된다.


    나의 제안: 보수약정을 잘하기 위한 원칙을 개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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