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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려라

    김재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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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법조인이 막 되었을 때 리걸 마인드가 없다는 충격적인 평가를 받았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시간예측이 안 돼 문서 작성 기한을 잘 지키지 못했다. 선배들이 질문하면 답을 잘 하지 못하고 머리를 긁었다. 선배들로부터 야단을 많이 들었다. 선배들의 야단을 들으면서 좌절감을 느꼈다. 몸을 던져서 일에 집중하는 동료 변호사들도 있었다. 이들이 실력을 인정받아 거침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부러워했다. 단독 개업을 해서 활동하는 동기들은 고객을 리드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었다. 고객들의 존경을 받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언제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수년이 지나도 변호사로서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일만 계속 해야 되나 고민도 했다. 동료들과 신세 한탄을 자주 했다. 힘들고 고단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내 동료들도 내 선배들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어떤 선배는 매일 밤늦게 일을 하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 문득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라는 절망감에 혼란스러웠다. 10년차, 20년차 변호사도 매일 밤늦게 일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는 자신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무실을 그만 두었다. 선배들이 일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어떤 선배는 저년차 때 외국인과 회의를 하면서 무시를 당하였다. 어떤 외국인 고객이 변호사들과 회의 중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신참내기 젊은 변호사를 보니 거슬렸던 것 같다. 참지 못하고 파트너 변호사에게 "저 젊은 변호사가 왜 회의에 참여하느냐? 저 변호사 시간도 보수로 청구하느냐? 내보내라"고 했다. 그 고객은 젊은 변호사가 말을 못하고 앉아 있으니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으면서 비용만 축낸다고 생각한 것 같다.

    세월이 흘러 나의 변호사 경력이 20년이 넘었다. 이제 나도 시니어라는 말을 듣는다. 후배들을 지도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옛 모습을 떠올리는 즐거움도 있다. 내가 이런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가되니까 열매가 맺혀지는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그 열매가 맺히는 시기도 다르고 열매도 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변호사로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지치고 좌절하는 순간을 자주 맞이하게 된다. 이런 절망의 순간들이 왔을 때 아래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첫째, 성장할 때 고통이 반드시 따른다. 달리 말하면 고통이 없으면 성장도 없다. 우리가 자연을 통해서도 이것을 배운다. 나비가 고치에서 나오려고 애를 쓰는 것을 보고 불쌍하다고 사람이 고치의 배를 갈라 나비를 꺼내 주면 나비가 죽고 만다. 스스로의 힘으로 고치를 뚫고 나와야 그 힘으로 나비가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변호사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와 몸부림, 고통은 필요한 것이다. 또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다. 변호사들 중에는 시행착오를 적게 겪고 빠른 성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성장이 느리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면 겪을수록 이것이 피가 되고 살이 되어서 더 높은 단계에 도달하게 해준다. 그러므로 지금 힘들고 어렵다고 느낀다면 '잘 하고 있으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둘째, 기다리면 돌파가 일어난다. 돌파라는 단어는 깨뜨려서 뚫고 나간다는 의미이다. 위기를 극복하거나 새로운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위기가 극복이 되거나 새로운 단계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것을 보고 돌파가 일어났다고 말한다. 물이 끓는 것은 100도가 되어야 한다. 그 전에는 끓지 않는다. 변호사로서 일을 하다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진전이 없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오타를 내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오타가 나고, 법적 분석도 헛다리를 짚기 일쑤다. 선배들의 따가운 눈총을 한 몸에 받을 때에는 변호사가 나에게 어울리는 직업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스스로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실제로는 무언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100도에 도달하면 물이 끓는 것과 비슷하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 대나무는 성장과정이 매우 신비한 식물이다. 대나무를 기르기 위해 씨를 심고 물을 주면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고 삼년이 지나도 싹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가 일단 싹이 나면 놀라운 속도로 자라는데 하루에 1미터가 자라기도 한다고 한다. 수년 동안 변화가 없어 보여도 대나무는 땅속에서 자라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대나무처럼 변호사에게도 돌파가 일어나면 폭발적인 변화가 생기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셋째, 조급해 하면 일을 망친다. 씨감자를 심어 놓고 "감자가 언제 생길까?"라고 의문을 가지면서 매일 땅을 파내고 잘 크고 있는지 확인하면 감자가 안 생긴다. 가만히 놔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감자가 생긴다. 밥을 하면서 언제 밥이 다 될까 생각하면서 솥뚜껑을 자꾸 열어 보면 밥이 안 된다. 젊은 변호사들은 마음이 급하다. 빨리 유능한 변호사가 되고 싶어 한다.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어차피 시간이 걸리므로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열매가 맺힌다.

    넷째, 변호사로서 자신감은 적어도 5년차가 넘어야 생긴다. 변호사가 자신감이 있어야 고객을 리드할 수 있다. 자신감이 생기면 일이 더 재미있어 진다. 여러 선배들에게 물어 보면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자신감은 대체로 5년이 넘어야 하고 10년차가 되어야 생긴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어느 시점이 되면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면서 갑자기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그러니 지금 자신감이 없다고 불안해하지 말고 열심히 일을 하면서 기다리면 된다.

    다섯째, 힘들면 선배들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나 혼자만 절망과 좌절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내가 남보다 특별히 못 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선배들과 상의하면 위로와 격려를 받을 것이다. 선배들도 이미 다 겪어 본 과정이라 후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해 줄 수 있다.

    나의 제안: 힘들고 어렵다고 느껴지면 조금만 더 참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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