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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변호사의 경험과 지혜를 흡수하라.

    김재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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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번째 이야기. 이 변호사는 후배인 박변호사에게 의견서를 부탁하면서 얼마 만에 결과물을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사흘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말에 이 변호사는 "내가 하면 3시간이면 된다"면서 화를 내고는 문을 쾅 닫고 가버렸다. 박 변호사는 좌절감을 느꼈다.

    이 이야기는 젊은 변호사들이 한번쯤 경험하는 내용이다. 3시간이면 된다는 이 변호사의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틀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후배들이 해야 할 업무와 선배의 업무가 다르다. 선배가 후배에게 일을 부탁하면 후배는 리서치를 시작해야 한다. 리서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 후배도 3시간이면 후다닥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선배가 좋아할 리가 없다. 선배는 후배 변호사 개인 의견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후배 변호사가 선배의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서는 리서치를 해서 객관적인 분석을 하고 이 분석을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 3시간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다. 만약 이런 작업을 선배가 직접 한다면 선배도 3시간 내에 해 낼 수 없다. 선배의 업무와 후배의 업무는 처음부터 비교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이 변호사의 말은 틀렸다.

    이 변호사의 말이 맞기도 하다. 경력이 쌓이면서 어떻게 의견서를 만들어야 할지 이변호사의 머릿속에 다 들어 있다. 최근의 판례정보를 확인하고 새로운 쟁점이 있는지 등 몇 가지를 간단하게 확인한 후 머리에 있는 것을 풀어내기만 하면 된다. 3시간이면 충분하다. 이변호사의 예리한 의견에 고객도 만족할 것이다. 시간당 보수가 경력이 쌓이면서 올라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변호사가 굳이 박 변호사에게 의견서 작성을 부탁할 이유가 없었다. 시간이 지체되어 고객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더더욱 원치 않았다. 박 변호사가 사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을 때 이 변호사는 더 이상 박 변호사와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던 것이다.

    이 변호사가 박변호사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이 변호사는 왜 급하게 일 처리를 하려고 하였는가 이다. 그것은 고객에게 신속하게 의견을 주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일 수 있다. 고객과 상대를 하게 되면 고객의 필요를 보게 된다. 고객은 항상 급하다. 고객은 변호사가 신속하게 움직여 주는 것을 좋아한다. 경력이 쌓이면서 고객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할 수만 있다면 신속히 좋은 결과물을 고객에게 제공해 주려고 노력한다. 선배변호사들이 서두르는 것은 성격이 급해서가 아니다. 고객만족을 위한 노력이고 정성인 것이다.

    그러면 이변호사는 어떻게 해서 3시간 만에 의견서를 완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을까? 변호사로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머릿속에서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 지기 시작하는 때가 온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감이 생기는 때가 온다. 말로서 설명이 다 되지는 않는데, 이것은 노력의 열매이다. 열심히 하지 않고서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 이변호사는 오랜 기간 동안 집중해서 일을 해 왔다. 어떻게 일을 풀어나가야 할지, 사건의 핵심은 무엇인지, 해결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가지고 있다. 그림이 있으니 이것을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3시간이면 할 수 있다는 이변호사의 말은 매우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다. 후배변호사들도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나도 3시간이면 내가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날이 곧 온다.

    두 번째 이야기. 김 변호사는 3년차인데 일이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계속 일만 해야 하는가 고민이 되고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었다. 어느 날 김 변호사는 선배들과의 식사자리에서 힘들다고 하소연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한 선배변호사가 비장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런 말을 하는 변호사를 볼 때마다 나는 또 한 명의 경쟁자를 물리쳤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선배는 김 변호사의 고민을 나약한 자의 넋두리로 보았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냉정하게 평가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선배 변호사가 한 말이 틀렸다고 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워커홀릭'이라는 단어는 일과 삶의 균형이 깨어진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일에 집중을 하려고 하다가도 '이러다 내가 워커홀릭이 되어버리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떠오르면 불안해진다. 여행을 즐기고 취미 생활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부러워지면서 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상당부분 오해인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워커홀릭은 일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다. 워커홀릭이 되지 않고서 어떻게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워커홀릭이 되어야 일을 잘하고 일이 재미있어진다. 고객도 자기의 일을 취미생활 하듯이 가볍게 다루는 변호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워커홀릭이 아니면 생존하기 쉽지 않다. 일은 인생에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일에서 재미를 찾지 못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불행이 아닐까?

    저년차 때는 힘들 때가 많아서 삶과 길의 균형을 고민하지만 선배들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 보라. 선배들은 삶과 일의 균형 문제를 놓고서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경력이 쌓이면서 시간적 여유도 있고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젊은 변호사들은 일이 힘들어서 괴로워하지만 선배 변호사들은 일이 없어서 괴로워한다는 점이다. 고객들이 젊은 변호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경력 변호사에게 맡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선배들은 일이 많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밤 12시가 넘어서 책상 앞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잘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격려하기 바란다. 지금 일이 많아서 힘들어 보여도 세월은 빠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유가 생긴다.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마음껏 즐길 필요가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내가 앞으로 할 고부가가치 업무를 위한 초석이 되는 것이다.

    나는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이 하나 사라지는 것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변호사가 책상에서 열심히 연구한다고 해서 선배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가능한 한 선배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선배들을 관찰하면서 이들의 지혜와 경험을 전수받는 것이 좋다.


    나의 제안: 선배변호사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그들의 지혜와 경험을 최대한 흡수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라


    연재를 마치며. 시니어노트의 연재를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연재하면서 선배, 동료, 후배들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았습니다. 특히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독자여러분들이 보여주신 과분한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까지 연재 했던 글들과 지면사정으로 못다 한 이야기들을 엮어서 책으로 출판하고자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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