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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례해설

    판례해설 -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의 판단 기준

    김도형 변호사 (법무법인(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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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7.21. 선고 2014가합60526 판결 -

    1. 사건의 개요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인 원고의 산하에 있는 각 지회의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하 '교섭대표노조'라고 함)으로 결정된 기업별 노동조합들이 사용자들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함) 제29조의4 제1항의 공정대표의무(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하지 아니할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원고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권을 사실상 박탈당하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8곳의 노동조합(교섭대표노조)을 상대로 손해배상(위자료) 청구를 하였다. 나아가 원고는 3곳의 회사에서 체결된 단체협약들은 그 체결 과정이 사회질서에 반하여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확인을 구하였다.

    2. 판결의 요지

    가.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의 판단 기준

    이 사건 판결은 공정대표의무의 도입 취지, 소수노조의 보호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는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이를 집행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소수노조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등의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는 물론, 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도 합리적 이유 없이 소수노조를 차별하지 아니할 실체적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면서, 절차적 및 실체적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아래와 같이 설시하였다.

    ⑴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 판단 기준
    교섭대표노조는 교섭요구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등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고 협의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교섭요구안 결정 이유 등에 대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교섭대표노조에게는 교섭요구안 의제를 선택하고 구체적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구체적인 의제나 개별적인 협상 절차에까지 무조건적으로 소수노조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거나 참여를 보장해야 할 의무까지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그 절차적 보장이 형식적인 것에 그치거나 특별히 소수노조에게 핵심적이고 중요한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의견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는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교섭대표노조의 재량권 범위를 일탈하는 경우에는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⑵ 실체적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 판단 기준

    소수노조는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뿐만 아니라 노조활동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도 단체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단지 교섭대표노조가 사용자와 협상을 통하여 얻어내는 결과물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이 일단 차별적으로 보일 경우 그 차별의 합리성에 관하여는 보다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하고, 특히 그 내용이 노조의 기본적 활동에 관한 것일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나. 구체적 사안에 대한 판단

    ⑴ 이 사건 판결은 단체협약에서 노사협의, 노사합의 등의 주체가 되는 노동조합을 교섭대표노조로 한정한 것, 노동조합 창립기념일을 교섭대표노조의 창립기념일로 제한한 것은 실체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소수노조를 차별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단체협약에서 근로시간면제 시간의 70%를 교섭대표노조에게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30%를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의 조합원 수에 비례하도록 정한 것도 각 노조의 조합원 수를 비교하여 볼 때 실체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고가 제세한 단체교섭요구안에 대하여 교섭대표노조가 어떠한 응답도 해주지 않은 행위, 교섭대표노조가 최종적으로 마련한 단체교섭요구안을 원고에게 알려주거나 설명해 주지 않은 행위, 사용자와의 단체교섭 진행 과정도 전혀 알려주지 않은 행위 등에 대하여는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이에 따라 법원은 3곳의 교섭대표노조에 대하여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 각 5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명하였다.
    ⑵ 원고보다 고작 1명의 조합원이 더 많다는 이유로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취득한 노동조합의 경우에는 절차적으로 더욱 강화된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임에도 교섭요구안에 대한 공지나 설명, 잠정합의안에 대한 설명 등을 불이행함으로써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되나, 사용자와 사이에서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아 위와 같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한 원고의 손해가 아직 현실적으로 확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는 배척하였다.
    ⑶ 하지만 법원은 ①교섭대표노조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의 공동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까지는 없고, 이를 인정하는 것은 사실상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점, ②교섭대표노조는 노조법에 의해 독자적으로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 자신의 사무로서 사용자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로부터 위 권한을 위임받아 타인의 사무로서 사용자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③교섭대표노조의 규약에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의 조합원들의 찬반의사에 구속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점, ④교섭대표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함에 있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의 의견을 수렴할 의무가 있다고 하여 더 나아가 그 동의까지 받아야 할 의무는 인정되지 않고, 이를 인정하는 것은 사실상 법이 부여한 교섭대표노조의 교섭체결권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워, 나머지 4곳의 교섭대표노조에 대하여는 공정대표의무 위반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였다.
    ⑷ 단체협약 무효 확인 청구에 관하여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단체협약이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고, 그와 같이 체결된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3. 판결에 대한 평가

    이 사건 판결은 노조법 제29조의4 제1항에서 정한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절차적 기준과 실체적 기준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설시하면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교섭대표노조의 소수노조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 판결에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단체협약의 사법상 효력을 인정한 점에 관하여는 납득하기 어려운바, 노조법에서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여한 것은 헌법상 노동3권의 보장에 어긋나지 않도록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의 위헌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데에 그 취지가 있으므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단체협약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사법상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교섭대표노조의 단체교섭 및 단체교섭 체결권한이 노조법에 의해 독자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와 사이에서 법정 위임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인바, 앞으로 대법원이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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