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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트럼프 당선으로 깨질 수 있는 꿈

    박영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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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몽을 꾼 것 같아요. 언제 이 로펌을 떠나야 할지도 몰라요."

    유진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로펌에서 법정 비서로 일하게 되었다. 그녀는 대학을 다니면서도 여러 민주당 의원들의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정치에 특별한 관심을 갖던 20대의 한인(韓人) 아가씨이다.

    지난 11월 8일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여자 대통령이 선출될 것이라는 대다수의 기대와는 달리 막말로 좌충우돌하던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뽑히게 되었다. 유진과 같은 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불법체류청년추방유예) 키즈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한국의 경제위기 때 미국에 온 유진의 부모는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있을 비자가 만기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했다. 이런 부모의 선택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살던 유진이 4년제 대학을 나오고 로펌에서 떳떳하게 직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2012년 시행된 DACA, 즉 오바마 대통령의 드림 법안(Dream Act) 때문이었다.

    드림 법안은 국회를 통과한 정식 법안이 아닌 친 이민정책의 민주당 소속인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이민법은 파산법 등과 함께 대표적인 연방법으로 주정부가 아닌, 미국 연방정부가 방대한 관할권을 가지고 있다. 당시 불법체류자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드림법안을 시행했다.

    드림법안의 수혜자가 되기 위해서는 2007년 이전 16세의 나이가 되기 이전에 미국으로 들어온 사람이어야 한다. 이 법안을 드림법안이라 부르는 이유는 부모의 선택에 의해 불법체류자의 신분이 돼서 직장을 잡거나 운전면허를 받을 수도 없는 젊은이들에게 미국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 젊은이들이 그들의 부모처럼 평생 동안 추방의 위기 앞에서 음지에서 숨죽이고 살아가게 하는 것 보다 일자리를 잡고 정식으로 세금을 내며 미국에서 살길을 마련해 주려는 의도를 가진 법안이었다. 드림법안에서 제시하는 이런 자격조건을 갖출 수 있다면 DACA키즈는 2년마다 갱신하는 취업허가증을 받을 수 있고 추방명령에서 제외될 수 있다. 그러나 드림법안으로 미국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드림법안이 통과될 당시 한 인구조사기관에서는 드림법안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약 170만명이라 추정했다. 그러나 드림법안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공화당의 거센 반발뿐만 아니라 실제 수혜를 볼 수 있는 불법체류자들이 취업허가증을 받기 위해 자신의 거주지를 밝히는 것에 대해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드림법안이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시작된 법안이었기 때문에 임기가 정해진 대통령만 믿고 자신의 위치를 밝힌다는 것을 꺼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드림법안이 공표된 후 2년이 지난 2014년까지 연방이민국을 통해 드림법안의 취업허가증을 받은 사람의 수가 50만명을 훌쩍 넘었다.

    유진이 선거 때마다 시간을 아끼지 않고 선거캠프에서 일한 것은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DACA키즈는 시민권이 없기 때문에 직접 선거가 불가능하지만, 친 이민정책을 가진 민주당 후보들을 도우면서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살아갈 방법을 위해 싸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유진과 같은 DACA키즈는 풍전등화의 상황에 처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예정자는 이민, 세금, 의료보험법, 무역정책 등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대대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통령 행정명령은 대법원의 심의에 의해 번복되거나, 국회에서 그 행정명령과 충돌이 되는 후속 명령을 만들면서 그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예상과 달리 공화당 상, 하원들이 선전했다는 점과 스칼리아 대법원의 사망으로 생긴 대법원 판사의 공석을 이제 트럼프 대통령 내정자가 임명권을 가지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행정명령으로 시행된 여러 법안들의 앞날이 아주 어둡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인 행정명령은 오바마 케어로 알려진 의료보험법과 드림법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예정자가 선임자의 모든 행정법을 모두 다 번복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굳이 선택을 해야 한다면 의료보험법에 비해 드림법안을 번복하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 이유는 드림법안의 번복으로 인해 피해를 볼 사람들이 이민법을 어긴 불법체류자 혹은 불법체류자 자녀들이기 때문에, 의료보험법보다는 민심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한국과 미국 모두 대통령에 관련한 이슈로 사회가 술렁거리고 있다. 사회가 후퇴하지 않고 한걸음 성숙하게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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