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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선공후(私先公後) 공화국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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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선사후(公先私後), 정치인이나 공직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다. 국가나 공동체를 위한 공적인 일을 우선시 하고, 개인의 이익이 걸린 사사로운 일은 나중으로 미루어야 한다는 뜻이다. 공직자는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조직과 국가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있어야 한다. 공직의 최정점인 청와대에서 10대 때부터 자라고, 국회의원이라는 공직에 투신한 지 십 수 년이 지났건만 대통령의 사선공후가 빚은 국정의 난맥상은 '이게 나라냐'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어느 후진국보다도 못한 국정운영으로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대통령은 첫 대국민 사과에서 '오랜 인연', '개인적인 인연', '사사로운 인연' 등을 언급함으로써 공직자의 덕목인 공선사후를 버리고 사선공후였음을 스스로 자백하였다. 사선공후의 요지경 속인 청와대가 지금 사상누각이다. 수명을 다한 듯 위태롭다. 국민적 불신과 나날이 높아만 가는 분노지수도 그렇지만 자신이 임명한 검찰의 수사에 의해 피의자 신분이 되었으니 말이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던' 사사로운 인연이 경계의 담장을 낮추었다는 말은 공과 사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얘기다. 가장 공적이어야 할 청와대가 비선으로 채워져 사설권력으로 전락하고 나아가 사리를 도모하는 장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적인 친분으로 쌓은 의리에 기댄 자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불법적 거래가 오고 갔음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비선실세를 키워 불법과 무질서가 판칠 수 있도록 부추기고 공모한 장본인이 바로 청와대와 대통령임이 밝혀지고 있다. 사사로운 인연, 온정과 사의로 가득채운 권력의 사유화로 민주주의가 붕괴되는 대재앙을 맞게 된 것이다.

    공과 사도 구분하지 못하는 대통령 곁에서 공직자들은 아무 말 없이 받아 적기에 바빴고 자신의 안위와 영전을 위한 충성에 몰두해 초래된 총체적 난국이다.

    공과 사의 경계가 무너져 제도와 시스템은 사라졌다. 정책결정이나 국정운영이 비선실세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과 언론을 비난하고 비선실세 옹호에 열을 올린 여당, 일부 언론의 침묵, 그리고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검찰권력 등은 대한민국 사설권력의 부역자들이다.

    전진해야 할 민주주의 역사의 시계가 박정희-최태민의 독재·반민주 대한민국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 대한민국 주권은 아무도 모르게 비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력을 비선에게 넘겨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권력의 사유화로 인해 고장나고 마비된 대한민국을 수선하는 데 때 늦은 결단이어서는 안 된다. 그래도 깨어 있는 광장의 촛불이 민주주의를 살려내려 애쓰고 있어 다행이다. 추위도 다가오는데, 먹고 살기 바쁘고 살인적 물대포도 두려운 시민들을 더 이상 아스팔트로, 광장으로 내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은 잠 못 이루는데 피의자 대통령은 잠이 보약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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