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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과 민주주의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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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작고한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그의 저서 ‘미국헌법과 민주주의’에서 미국 헌법이 가지는 비민주적 요소를 지적하면서 헌법의 정당성이란 헌법이 민주정부의 수단으로 유용한가 하는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헌법에 비민주적 요소가 있는지를 이야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확산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이 규정한 불소추특권의 갑옷을 입고 국민적 요구를 거부한 채 헌법이 정한 절차인 탄핵을 하라며 헌법을 방패삼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헌법과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이어 우리는 또 다시 대통령 탄핵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2004년 탄핵은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 간의 대립과 충돌에서 빚어진 정치적 갈등을 사법의 테두리내로 가지고 왔던 것으로서 주권자인 국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는지 의문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기에 탄핵을 주도하였던 한나라당은 몰아치는 역풍 속에서 바람 앞의 등불이 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대통령의 하야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며 반헌법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야는 관직에서 물러나 시골로 내려가는 것, 곧 퇴진을 의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헌법이 대통령의 하야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하여 하야가 반헌법적인 것인가? 대통령이 아무런 이유없이 물러나거나 개인의 사정을 들어 임의로 퇴진할 수는 없다. 그것은 헌법이 퇴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임기 동안 대통령직을 성실하게 수행하겠다고 주권자인 국민과 약속하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주권자인 국민의 요구에 따라 물러난다면 그것이 반헌법적인가? 대통령의 퇴진이 반헌법적인 것이면, 헌법이 탄핵대상으로 규정한 국무총리, 국무위원, 법관이 퇴진하는 것도 반헌법적인 것인가? 대통령은 주권자, 곧 주인인 국민에게 충성을 다 하겠다고 약속하여 주인이 곳간 열쇠를 맡긴 종이다. 종이 주인의 뜻을 거스르고 다른 사람에게 충성하거나 마음대로 곳간의 곡식을 빼내 다른 사람에게 가져다 주거나, 곳간의 곡식을 훔쳐 가는 것을 보면서도 막지 않았다면 주인이 그 종으로부터 곳간 열쇠를 빼앗고 엄히 그 죄를 물어 내쫓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헌법이 정한 절차인 탄핵이 아닌 하야를 요구하는 것은 반헌법적이라고 하는 것은 헌법을 방패삼아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헌법은 그런 곳에 사용하는 방패가 아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하였다. 무슨 뜻인지 참 이해하기 어렵다. 헌법은 대통령의 궐위시 60일 이내에 후임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지금 보니 60일로 정한 헌법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해결책을 내지 않고 혼란스러운 정치적 셈법 속에 공을 떠 넘긴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도리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상황을 정치적 계산속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 역시 국민에 대한 도리는 아니다.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이 짙은 안개가 하루 빨리 걷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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