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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국절 논쟁의 헌법적 검토

    송두환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전 헌법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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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 역사교과서의 또 다른 위헌성-

    지난 11월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공개되었다. 우려했던 대로, 현행 검정 교과서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수정했다. 건국절 논란을 의식하여 ‘대한민국 건국’ 대신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이는 결국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의 생일, 즉 건국일로 보아야 한다는 뉴라이트 학자들의 주장을 따른 것이다.

    2006년경 제기된 건국절 제정 주장의 요지는 국가의 구성요소인 국민, 영토, 국가권력(통치권)을 온전하게 구비하게 된 것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에 이르러서이니 이 날을 국가의 건립, 즉 건국일로 삼아 건국절로 기려야 한다는 것이다.

    위 주장에 대하여 헌법학계를 중심으로, 이는 대한민국의 제헌헌법 전문(“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의 선언에 반하는 것은 물론, 현행 헌법 전문(“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의 선언에도 반하는 위헌적 주장이라는 비판이 즉각 제기되었다. 한편, 역사학계 및 일반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위 건국절 주장은 1919년부터 1948년 8월 15일까지 29년간의 항일독립투쟁 기간을 대한민국 역사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위 기간 동안의 친일 부역행위자들에 대하여 면죄부를 부여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거센 비판이 일었으며, 그리하여 이른바 건국절 논란은 수면 밑으로 잠겨드는가 했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2015년경, 교육부의 검정을 받아 발행되는 역사교과서들이 단 1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좌편향적 내용을 담고 있어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관변 일각에서 제기되더니, 역사교육의 획일화, 역사해석 독점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15년 11월 3일 교육부고시 제2015-78호로써 국정 역사교과서를 제도화한 후, 국정교과서 집필자, 집필기준 등을 일체 공개하지 않은 채 밀실작업을 강행해 온 끝에, 그 결과물을 위와 같이 공개한 것이다.

    위 공개 직후 교육부장관은 “교과서 체제(국정, 검정 여부의 문제)를 떠나서 교과서 내용으로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고 입장 표명을 하였으나, 이를 검토한 학계, 교육계, 일반 시민사회단체 모두 위 현장검토본의 내용이 전문성 결여, 과도한 정치적 편향성, 졸속으로 인한 오류투성이 등 숱한 결함이 있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거부투쟁을 선언하는 등 큰 혼란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사태가 이러하다보니 필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해법을 함께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과정에서 이른바 건국절 제정 주장이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위에서 언급한 점들 외에 한 가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을 추가하여 지적하고자 한다. 그것은 공표된 국정 역사교과서가 채택한 건국절 제정론이 단지 시간적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일정 부분(29년간)을 배제할 뿐만 아니라, 공간적 측면에서도 대한민국을 반쪽으로 축소하고,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 중의 일부인 북한 지역 주민들을 대한민국의 범위에서 배제하는 결과가 되어 헌법에 정면으로 위반된다는 점이다.

    헌법은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 제66조 제2항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제3항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제69조는 대통령의 취임 선서 내용에서 ‘헌법 준수’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 노력’을 대통령의 핵심 직책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의 규정들에 의하면, 헌법은 대한민국이 비록 1948년 당시 현실적 장애 때문에 남북한을 포괄하는 선거를 치르지 못하고 남한 지역에 국한하여 남한 지역의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5월 10일 선거를 치르고 그에 기초하여 남한에 국한되는 대한민국 ‘정부’를 구성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남한 영토 위에 세워진 남한 주민들만의 국가가 아니라) 남북한을 통틀어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하여 남북한 주민들 전체를 국민으로 하는 한반도 유일의 국가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또한 그에 따른 당연한 논리적 귀결로, 비록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가 남한에 국한 구성되어 그 통치력이 사실상 북한 영토 및 북한 주민에게 미치지 못하고 있더라도 이는 잠정적, 한시적 상태일 뿐이고, 남북한이 언젠가는 다시 재결합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완성되는 것이 당위적 필연임을 전제로 하여 ‘조국의 평화적 통일 노력’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위 국정 역사교과서가 채택한 건국절 제정 주장에 의하면 1948년 8월 15일이 대한민국의 생일, 즉 건국시점이라는 것인바,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애당초부터 남한의 제한된 지역을 영토로 하고 남한 지역 주민들만을 국민으로 하는 구상 하에 국가로 출생하였다는 것을 뜻하고, 따라서 북한의 지역과 주민은 애당초부터 대한민국의 범위 내에 있지 않다는 결과가 되며, 대한민국과 북한은 각자 별개의 영토 위에 별개의 국민이 별개의 국가를 건립한 것이 되고, 따라서 왜 언젠가 필연적으로 통일되어야 할 존재인지 설명하기도 어렵게 되는바, 이는 헌법 제3조(영토), 제4조(평화적 통일) 등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다.

    교육부장관은 이와 같이 여러 면에서 헌법에 위반되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들끓는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중단할 의지가 없음을 공언하고 있다는 바, 이를 과연 어떻게 저지할 수 있을 것인가?

    먼저 헌법재판소의 결단에 의한 해결이 가능하다. 위 역사교과서 국정화 교육부고시가 발령된 직후 초중고교 학생들 및 그 부모들, 중고등학교 교사들, 종전 검정교과서 집필자들, 청원권을 행사한 일반시민 등 3374인이 2015년 12월 22일 위 교육부고시의 위헌성 및 기본권침해성을 들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고, 그 후 위 고시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도 제출한 바 있었다. 그 주장 요지는 (향후 공표될 국정교과서의 구체적 내용과 관계없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체제 그 자체가 헌법 제31조 제4항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원칙’에 반하고, 헌법 제31조 제6항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반하며, 헌법 제75조 ‘포괄위임금지원칙,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학생, 교사 및 교장, 학부모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아직까지도 심사숙고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조만간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므로 상론을 피하고자 하나, 만약 헌법재판소가 시기를 놓치지 않고 위헌 선언의 결정을 선고한다면, 헌법질서의 수호와 함께 새 학기를 앞두고 교육계에 닥치고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 사태로 인한 큰 혼란을 일거에 종식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국정 역사교과서는 내용면에서 졸속, 정치적 편향 등의 결함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시간적, 공간적, 국민구성적 측면 모두에서 반쪽 내는 결과가 될 무모한 시도로서 헌법에 위반됨이 명백하므로 평지풍파를 일으킨 교육부 스스로 이제라도 즉각 철회, 폐기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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