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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갤러리

    윤배경 변호사 (법무법인 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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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2차 청문회.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석한 자리였다. 야당 간사들은 김 전 비서실장에게 최순실의 존재를 알고 있었느냐고 줄기차게 캐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은 일관된 것이었다. “최순실에 대해 전혀 모른다.” 12시간을 넘긴 청문회는 맥이 빠져 있었다. 파장 분위기가 짙어질 무렵 더불어 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이 청문회 운영 실무진들에게 동영상시스템이 가동되는지를 확인했다.


    이윽고 공개된 것은 2007년 7월 19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 동영상이었다. 동영상에서는 패널들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에게 최순실 관련 루머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고, 당시 박 후보의 법률특보였던 김 전 실장이 앞자리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동영상이 공개되자 김 전 실장의 태도가 바뀌었다. 상체가 흔들리고 육성도 떨렸다. “최순실이란 이름은 이제 보니까 못 들었다 말 할 수는 없겠다”고 했다. 핑계는 “나이가 들어서…” 였다. 비록 최순실을 접촉하였다고 시인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가 한 증언의 신빙성에 타격을 가하기에 충분했다.


    김 전 실장 본인도 이런 자료가 있었는지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게다. 문제의 동영상은 디시인사이드의 주식갤러리라는 곳에서 제공한 것이었다.“주식 빼고는 다 잘 한다”고 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국민 탐정 역할을 멋지게 수행해 내었던 것이다. 물론 10년 가까이 된 자료를 찾아낸 사람들도 대단하지만, 이런 정보에 손쉽게 접근가능하다는 것이 놀랍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의혹과 의문만 난무하던 최순실의 국정 농단의 실체가 밝혀지게 된 계기도 그녀 소유로 알려진 조그마한 기기 하나 때문이었다. 최순실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없애기 시작했다. 드나들던 여러 사무실을 폐쇄하고 온갖 서류를 폐기한 정황이 역력했다.


    핵심 인물들도 해외로 도피하거나 종적을 감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한손으로 가볍게 들고 다닐만한 태블릿 PC가 종편 방송 기자의 수중에 들어가면서 그녀의 온갖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그 속에는 최씨의 대통령 연설문 수정본, 고위 인사 정보, 대북관계 자료까지 들어 있었다.‘강남 아줌마’에게 이런 기밀을 넘겨준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은 처음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압수된 그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문자 메시지와 녹음된 통화내용 때문에 더 이상 버티지 못 했다. 그의 무거운 입도 애지중지하던 핸드폰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현재 최순실 국정농단, 세월호 7시간 등에 대한 특검이 진행되고 있다. 진실을 파악하는데 많은 진술과 문서가 필요하겠지만, 의외의 결정적 증거는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PC나 휴대폰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했던 정보통신 기술에서 튀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정의감에 불타는 개개인의 제보 한방이다. 꼭꼭 숨긴 증거를 정보의 바다에서 파헤치는 또 다른 주식갤러리의 출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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