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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장의 임기에 관한 헌법해석

    김진한 변호사 (헌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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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법재판소가 22일 준비절차를 여는 등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소장의 헌법재판관 임기는 내년 1월 31일 끝난다. 이와 관련해 박 소장의 임기가 이날 당연히 끝난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박 소장의 임기가 ‘소장에 임명된 날로부터 6년’인 2019년 4월까지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박 소장이 현직 재판관으로 근무하다 처음으로 소장에 임명됐기 때문에 비롯됐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소병훈 의원 등이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만료하거나 정년이 도래한 경우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전임자가 직무를 계속 수행하게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헌법재판소장의 임기와 관련한 여러 쟁점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들어본다.





    헌법은 중요한 헌법기관의 임기를 직접 정해놓고 있다. 헌법기관의 임기는 그 기관의 독립성, 다른 기관과의 견제와 균형관계 등을 결정하며, 종국적으로는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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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구조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임기 규정은 고위공직자의 ‘감투’를 쓰는 기간을 정하는 규정이 아니다. 임기 규정은 그 ‘헌법기관’의 권한의 한계를 정하는 규정이다. 그러므로 헌법기관의 임기를 함부로 줄여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 권한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면 다른 권력과 적절한 균형관계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헌법에 정해진 헌법기관의 임기는 그 기관별로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그 기간이 확정적이라는 점이다. 임명권자가 누구를 임명했는가, 몇 년의 임기를 의도했는가에 따라 그 기간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은 임기 규정의 대원칙이다. 확정적인 임기는 그 기관의 독립과 안정적인 직무수행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초이다.

     헌법재판소와 별개로 그 스스로 중요한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를 헌법에서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제정자의 잘못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 임기에 관한 합헌적 관행이 있다. 헌법재판관의 임기로 규정된 6년을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로 해석하는 관행이다. 헌법재판소가 창립한 이래 취임하고 퇴임하였던 네 분의 헌법재판소장은 6년의 임기 동안 재임하였다. 헌법재판소장으로서 임명받는 동시에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받은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국가기관, 학자, 실무가, 언론, 일반 국민 등 어느 누구도 이 해석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약 25년간 헌법적 관행이 형성된 것이다.

    2006년 8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전효숙 당시 헌법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할 뜻을 밝혔다. 그러자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던 일부 보수언론에서 만일 재직하는 헌법재판관을 재판소장으로 임명한다면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재직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잔여기간을 그 임기로 보아야 한다는 해석론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는 전효숙 재판관을 재판소장으로 임명할 경우에는 그 임기를 문제 삼겠다는 경고였다. 당시 청와대는 임기에 관한 논란을 피하는 방안을 검토하였고, 후보자가 재판관 직을 사퇴하고 재판소장으로 임명받는 방안이 적절한 것으로 보였다. 청와대는 후보자에게 재판관직의 사임을 권하였다. 전효숙 재판관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자문을 거친 후 재판관직에서 사직했고, 대통령은 사임한 전 재판관을 재판소장 후보자로 임명하였다. 보수언론과 야당 정치인들은 그 선택을 헌법재판소장으로서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한 잔재주라고 비난하였다. 정치권과 보수언론의 부당한 공격을 받던 전효숙 후보자는 스스로 청와대에 후보자 지명 철회를 건의하였다. 그 후 이강국 전 대법관이 새로운 후보자로 지명되었고, 제4대 헌법재판소장으로 취임하였다. 그의 임기는 6년이었다.

     현직 헌법재판관을 재판소장으로 임명한 경우 임기를 다르게 해석하여야 할까? 임명권자가 누구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달라진다면 그것은 헌법재판소의 독립에 치명적이다.

     재판관으로서의 잔여임기가 헌법재판소장으로서의 임기라고 하는 해석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해석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재직 중인 헌법재판관들 가운데 잔여임기를 살펴 임명함으로써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장 임명권을 여러 차례 행사할 수도 있게 된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 되지 않았다면 자신의 임기 중에 두 명의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였을 것인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밑받침이 되었던 것이 바로 그 위험한 해석이었다.

     헌법재판소장이 단기의 임기만을 마치고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임명권자의 권한남용 측면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임명받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 후보자 측면에서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국가 제4부요인으로서, 헌법재판소의 수장이라고 하는 '관직'은 현직 헌법재판관들에게 매력적인 유혹이 아닐 수 없다. 헌법재판관들이 이 유혹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순간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는 판단을 하게 만드는 기계로 작동한다.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를 단축시키는 해석은 헌법재판관들을 대통령의 권력에 순치시키는 장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요한 심판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박한철 재판소장의 퇴임으로 재판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면서도 그의 2017년 1월말 퇴임을 기정사실로 보도하고 있다. 더욱이 그로부터 한 달 여 지나서는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임기만료 퇴임이 예정되어 있다.그것으로 헌법재판소에는 일곱 분의 재판관만 남게 된다. 현재의 정치상황에서 새로운 헌법재판소장이나 재판관이 임명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3월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 전까지는 재판을 마쳐야 한다는 논리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할 변수가 등장하여 그 시간을 확정할 수 없는 것이 재판이다. 더욱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재판이다. 국민들의 통합에 상처가 되고 앙금이 남는 재판이 된다면 그 후유증을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공정한 절차의 재판,오류 없는 심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론을 정해놓고 졸속으로 진행했다는 뒷말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라는 사건이 계속되어 있는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장의 임기에 관하여 논란을 시작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잘못된 해석,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을 해치는 헌법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다. 그것은 더욱 큰 위험을 초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임명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재판관으로서의 잔여임기만 재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자발적인 사임’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논리적으로 가능하다. 공직자는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임 시기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임기 종료 퇴임이라면 이를 연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한 사임이라면 약속 상대방의 양해에 따라 시기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약속을 현재의 상황에서 어떤 내용으로 확정할 것인지에 관한 정치권과 국민들의 지혜로운 합의가 요청된다.

     헌법재판이란 칼 날 위의 재판이다. 헌법재판소가 독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 언론, 정치권이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규정에 대한 잘못된 해석은 그 독립성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해석이다. 헌법재판소장의 임기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의 창립이래로 단 한 번도 달리 해석된 바 없었던 해석의 관행이 있다.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는 6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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