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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원전폐쇄에 관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의 의의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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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2월 6일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2011년의 제13차 개정원자력법 즉, 제2차 원전폐쇄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사건에서 청구인의 주장을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사고처럼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INES)에 의하면 최고단계 재난에 해당하는 7단계사고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곧바로 2011년 3월 14일에 제11차 원자력법 개정에서 규정된 - 평균적으로 12년인 - 가동연장을 3개월간 중단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일련의 비상가동중단조치(Moratorium)를 발하였다. 그 후 7월과 8월에 에너지전환을 위해 원자력법 제13차 개정을 비롯한 개정한 일련의 법률이 공포되었는데, 가장 핵심적 사항은 신속한 원전폐쇄(Atomausstieg)이다. 2002년의 제1차 원전폐쇄법을 전면적으로 수정한 제11차 원자력법개정(2010.12.8.)이 행해진 지 4개월 남짓 사이에 원래의 2002년 원전폐쇄의 상황으로 되돌아갔다. 마치 냉온탕이나 롤러코스터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조성되어 독일 원자력법제와 전력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으며, 독일 공법학계 역시 지난 2002년의 제1차 원전폐쇄에 이어, 제13차 개정법의 내용 가운데 특히 원전의 운전가동연수의 제한을 두고서 가히 대회전에 필적하는 치열한 논쟁을 전개하였다{상론은 김중권, 법률신문 제4015호(2012.3.15.); 행정법학 제6호(2014.3.31.); 정남철, 헌법논총 제25집(2014.11)}.



    독일의 모든 원자력발전소는 4개의 전력콘체른(EnBW AG, RWE, E.ON, Vattenfall)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이중 Vattenfall은 스웨덴국가가 100% 출자한 母콘체른이 출자한 콘체른이다. 지방공기업인 EnBW AG을 제외한 독일의 전력회사들은 과거 2002년 원전폐쇄 때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권리구제를 도모하여, 비상가동중단조치에 대한 행정소송과 더불어 제13차 원자력법개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하였다. 즉, E.ON, RWE와 Vattenfall은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하였는데, 나아가 Vattenfall은 미국 워싱턴의 국제중재재판소에 독일정부를 상대로 49억 유로에 상당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전력회사들은 제13차 개정법이 재산권을 침해하였고, 신속한 원전폐쇄는 공용개입(수용)에 해당함에도 보상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서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설령 그것이 분리이론의 차원에서 공용개입이 아니라 내용한계의 결정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보상적, 재정적 보전을 필요로 한다고 강변하였다. 2016년 12월 6일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원전폐쇄가 보상부 공용개입(수용)에 해당하지 않으며, 동법률이 대체적으로 기본법과 일치한다고 보면서도, 다음과 같이 전력회사의 주장을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2002년의 제1차 원전폐쇄에서 각 원자로에 할당되었다가 제2차 원전폐쇄에서 삭제된 잔여전력량의 경우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가동기간의 연장을 규정한 제11차 개정법의 발효이후 제2차 원전폐쇄결정 사이에 체결한 투자와 관련해서 아무런 보전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것은 기본법과 일치하지 않는다. 요컨대 2016년12월6일의 독일 연방헌법재판소판결에 의해 전력회사에 대해 상당한 손실보상이 주어져야 하며, 동 판결에 의해 입법자는 2018년 6월말까지 상응한 규율을 마련하여야 한다. 물론 연방헌법재판소가 손실보상을 위한 구체적인 금액을 확정한 것은 아니며, 보전(Ausgleich)을 위한 다수의 가능한 수단은 입법자에게 개방적으로 맡겼다.

      한편 2013년  2월  27일에 Kassel 고등행정법원이 Hessen주의 두 원전(Biblis A, Biblis B)과 관련하여 원전운영자인 RWE가 제기한 비상가동중단조치취소소송에서 비상가동중단조치가 절차적 차원은 물론, 실체적 차원에서도 위법하다고 명확하게 판시하였다(VGH Kassel, Urteil vom 27. 02. 2013 - 6C824/11.T und 6C825/11.T). 여기서 동 법원은 Moratorium을 ‘대안부재의 행위’라고 말할 수 없으며, ‘대안부재’의 미사여구는 법학적으로 영(0)이라고 판시함으로써, 극단적인 비상상황에서도 법의 좌표를 모색하여 법치국가원리를 여하히 관철하려고 하였다. 일찍이 실정법규정에 천착한 동 판결이 향후 다른 원전의 동일한 사건은 물론, 헌법재판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지적되곤 하였는데, 그것이 금번 헌법재판에서 확인된 셈이다. 한편 Muhlheim-Karlich 원전 건 역시 사법적으로 매우 특이한 케이스이다. 지진위험을 감안하여 원래 예정한 부지로부터 70미터 떨어진 곳에 신규건설허가 없이 원자로가 건설되었고, 이런 위법사유로 가동을 개시한 다음 해인 1988년 9월에, 정상가동 100일만에 가동중단이 내려졌다. 그 뒤 주정부가 1990년에 신규 건설허가를 발하였지만, Koblenz 고등행정법원은 행정청이 원전에 대한 지진리스크를 철저히 충분하게 조사·평가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신규 건설허가에 대해 취소판결을 내렸고, 연방행정법원 역시 이를 확인하였다(BVerwG, Urteil v. 14. 1. 1998 - 11C11 13/96).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후속상황은 우리의 경우 고리원전의 폐쇄논의처럼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점에서 원전폐쇄를 둘러싼 독일의 논의현황은 에너지정책의 전환과 원전의 차원만이 아니라 공법학의 차원에서도 매우 흥미롭다. 특히 종래 사회전체의 리스크로 감내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 잔여리스크가 법적 통제의 대상이 되어 새로운 개정원자력법에서는 잔여리스크의 범주가 포기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원전폐쇄와 같은 민감한 주제에 즈음하여, 자칫 긴급피난의 이름으로-“긴급필요는 법을 알지 못한다”: Not kennt kein Gebot- 법적 논쟁이 실종될 우려가 있다. 국가개입의 확대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안전국가나 예방국가 등이 운위되면 될수록, 공법학은 민주적 법치국가원리에 의거하여 법적 쟁점에 대해 절문근사(切問近思)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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