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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so-called judge’ 그리고, 주권재민

    전재민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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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권력 서열 1위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미국 판사에 의하여 효력이 정지되자, 격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 판사를 ‘판사란 작자(so-called judge)’라 부르며 맹비난했다. 최근의 일이다.

    미국 판결은 우리나라 판결과는 많이 다르다. 논리적 정교함이 떨어지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읽어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번 결정문에도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에 관한 사항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정부측은 주장하나, 전시나 평시나 시민적 자유의 헌법적 보루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법원에 있다”란 설시를 읽으면서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은 왜일까.

    ‘일개 판사’가 미국 대통령 권한의 상징인 행정명령을 즉각 정지시킬 수 있는 현실, 그리고 그런 결정이 내려지면 ‘행정부’ 소속인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부터 이를 따르는 모습, 이것이야말로 미국 권력구조의 건전한 작동원리를 보여준다. 요건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이유와 증거들을 설시하지 않더라도, 이런 판결에는 대통령의 권한에 맞서는 힘이 실린다.

    영국 수상의 차량을 수상이 타고 있음을 알면서도 과속했다고 단속한 경찰, 해당 경찰관이 기특하여 특진시키려 했더니 과속차량 단속했다고 특진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수상의 인사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은 경찰총수, 어렸을 때 읽었던 윈스턴 처칠 수상의 일화다. 윈스턴 처칠로서는 ‘내가 수상인데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한탄할 노릇이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한탄을 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한탄 소리가 나면 날수록 어쩌면 국민들에게는 보다 바람직한 권력구조인지도 모른다.

    대통령과 국회를 통제할 수 있는 '시민 자유의 헌법적 보루'는 법원이고, 이러한 헌법적 보루가 작동할 수 있도록 사법절차를 ‘개시’하는 것은 변호사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변호사에 대해 (맘껏 웃지 못할) 농담이 끊임없이 나오지만, 동시에 권력을 가진 자과 권력을 감시하는 자, 양측에 포진해 있는 수많은 변호사들 덕분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솔직히 걱정되지 않는다.

    필자는 헌법 강의시간에 ‘주권재민’이라는 용어가 나올 때마다 이름을 부르는 줄 알고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주권재민’의 나라는 대통령이 누가 되든 국민이 걱정할 필요가 없는 나라(필자 논리로는 판사와 변호사가 보루가 되어 지켜주는 나라)를 일컫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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