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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You are fired!(당신 해고야)

    이인석 고법판사 (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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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당선 전 NBC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 출연해 “당신 해고야!(You are fired!)”라는 말을 유행시켰던 도널드 트럼프. 그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지난달 30일 샐리 예이츠 법무부장관 대행을 제1호로 해임했다. 자신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트럼프는 "반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정지하라"고 결정한 제임스 로바트 워싱턴 주 서부 연방지방법원 판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위(so-called) 판사의 의견이 터무니 없어 뒤집힐 것이다"라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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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바트 판사의 이 결정으로 미 국무부는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에 대해 취소하였던 6만개 비자를 원상회복 조치하였고, 전 세계 항공사들도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탑승을 즉각 허용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에 반발해 항고장을 제출하면서 반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을 회복시켜달라고 청구하였으나 샌프란시스코 제9연방항소법원은 지난 9일 이러한 법무부의 항고를 기각했다.

    트럼프로서는 체면을 많이 구긴 셈이다. 그는 아마 로바트 판사를 향해 “You are fired!”라고 외치고 싶었을 터이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로바트 판사를 해고하지 못한 것은 판사의 독립과 신분이 철저히 보장되기 때문이다. 로바트 판사가 이제 막 대통령이 된 트럼프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연방헌법에 따라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결정을 할 때 그 결정 때문에 판사직에서 해임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전보발령 되는 등 불이익한 처분을 받게 된다고 걱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판사는 의회의 지갑도 행정부의 칼도 없기 때문에 독립성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설계한 제도가 이제 막 대통령이 된 트럼프로부터 로바트 판사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판사 개개인의 용기나 개인적 결단에만 의존하는 시스템 아래서는 판사가 정치적 다수에 의하여 대변되지 못하는 소수자의 인권을 온전히 보호해내기 어렵다. 여러 가지 사안에 관하여 수많은 논란과 의견 대립이 있음에도 미국이 강대국으로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소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눈치 보지 않고 판결할 수 있는 이러한 시스템의 역할이 크다. 공화당 의원들조차 ‘판사를 개인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것이 옳다’,‘판사는 그럴 권한이 있고 이를 존중하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1983년 6월 10일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제1차 사법권독립 세계대회에서 채택된 선언문은 "판사는 어떠한 측으로부터 혹은 어떠한 이유로도, 직간접적으로 어떠한 제한이나 영향, 권유, 압력, 위협, 혹은 간섭 등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하여야 하며, 어떠한 위계적 조직과 직급상 차이도 판사의 법적 판단을 자유로이 공표하는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천명하고 있다. 독립된 사법부는 그 나라를 더욱 강하고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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