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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칭을 제대로 부르자!

    이건리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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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가다보면 여러 가지 현수막을 보게 된다. 거기에는 간단한 단어 몇 개나 짤막한 문장으로 함축적인 뜻을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누구나 개인이든 집단이든 언어로 그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이심전심으로도 가능하지만 대부분 밖으로 표현된 말과 행동으로 타인과 생각을 나누고, 그러한 생각들이 다시 관여되는 사람들의 생각에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미친다. 말에는 생명이 들어있다.

    경험이 많고 식견이 높은 사람을 전문가나 장인으로 존중하면서 지혜를 전수받기 위해 협업이나 채용을 하는 사례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편화되어 있다.

    전관은 오랫동안의 실무경험과 식견을 활용하여 현실에서 일어나는 과제를 합리적으로 또는 창의적으로 처리하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전관의 단점은 직연(職緣)으로 맺어진 기존의 질서와 네트워크 안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이루어지게 하고 상부상조(?)하게 함으로써 그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들과 벽을 쌓고 네트워크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혜를, 그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차별과 불공정한 결과를 준다.

    전관에 따른 부조리는 법률분야에서도 오래 전부터 비판받고 있다. 전관 부조리의 원인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전관 부조리를 줄여나가는 첫걸음으로 전관에 대한 호칭부터 제대로 불러야 한다.

    공직에서 퇴직한 후, 만나는 분들이 과거 공직에서의 직함을 부르시면 현재의 직분을 드러내는 OOO변호사라고 불러 주시도록 정중하게 요청드린다.

    정확한 호칭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직분이나 역할에 합당한 직함을 불러야 한다. 현재의 상황과 다른 말이나 호칭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사건관계인 등 제3자에게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달리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사회에서 흔히 보는 현상 가운데, 한 번 회장의 직분을 한 사람에게는 언제 어디서나 ‘회장님’이고, 한 번 국회의원을 지내면 죽을 때까지 ‘의원님’이고, 한 번 장관이었으면 평생 ‘장관님’이다. 공직에서 맡았던 직함을 퇴직 후까지 적용하여 부르는 것 자체가 부지불식간에 전관 부조리로 연결될 수 있다.

    봉건시대가 아닌 현대사회에서, 공직의 직함은 잠시 거치는 것일 뿐, 그 사람의 이름처럼 그 개인 전속의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과거의 공직에 따른 직함은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관의 폐해와 부조리를 비판하면서도 과거에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든가 다른 기회에 알게 되었던 분을 만나면, 금방 ‘무슨 장관님’, ‘무슨 의원님’ 이라고 부르게 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종종 주변에서 그런 단어가 들리면 그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훌륭해 보이지 않는다.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 일이다.

    공직(公職)이든 사직(私職)이든 현직(現職)이 아닌 사람에게 과거의 직함을 부르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명실상부하게 그 사람의 현재의 역할에 따른 호칭을 부르는 것이 정정당당한 인간관계의 출발이고 자연스럽다. 호칭이 변하면 호칭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조리한 현상도 상당부분 해소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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