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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변호사의 방

    채다은 변호사 (법률사무소 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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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변호사회 선거와 관련하여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할 일이 많았다. 수백 명의 변호사가 일하는 대형 법무법인에서 한 명의 변호사가 일하는 작은 법률사무소까지, 많은 분들을 뵙고 또 많은 곳을 다녔다. 나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변호사의 방’을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변호사에게는 방이 있다. 요즘은 상황이 많이 바뀌어 1년차 변호사에게 방을 제공하지 않는 사무실이 제법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변호사에게는 자신의 방이 있고, 이는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징 중 하나이다.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에게는 십여 년 동안을 근무해도 내 방이 생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변호사에게는 취업과 동시에 바로 자신의 방이 생기니 말이다.

    어떤 방에는 커튼이 쳐져 있었다. 접이식 침대가 놓여있는 방도 많았다. 운동기구가 있는 방도 있었고, 피아노가 놓여있는 방도 있었다. 수많은 기록봉투 사이에서도 개인의 일상이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기분이다. 변호사의 방은 변호사의 생활과 관심사가 묻어나는 공간이다.

    요즘은 친구들과 사무실을 새로 내려고 알아보는 중이다. 몇몇 건물을 함께 둘러보며 텅 빈 공간에 벽을 세우고 문을 달아 새로운 공간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시 말해, 변호사의 방을 만드는 작업이다.

    덕분에 또다시 변호사의 방을 둘러볼 일이 늘었다. 최근 개업한 선배님의 방을 들렀다. ‘사무실 인테리어를 할 때는 방을 나누는 벽의 두께까지 고려해야 한다. 방의 길이는 상관없지만 폭은 2.5미터 내외가 가장 좋다’는 조언을 들었다. 변호사 방에 대한 수치를 듣기는 처음이다. 변호사의 방이 물리적인 공간으로 다가왔다. 한 층에 방을 나누다보면 모든 방의 크기가 다 같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연차가 높을수록 크고 창이 넓은 방을 쓰고 막내는 작은 먹방(창이 없는 방)을 쓰는 경우가 많다.

    내 방은 운이 좋게도 폭이 2.5미터이고, 적당한 크기의 창이 나있다. 책상에 앉아 방을 천천히 둘러보며 변호사의 삶과 변호사의 방은 어떤 의미일까 새삼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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