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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어쏘 그리고 파트너

    강호석 변호사 (법무법인 정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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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개봉한 영화 ‘더킹’에서 부장검사 역할을 맡은 배우 정우성이 후배 평검사역의 배우 조인성에게 “그럴거면 변호사 개업해서 법률서비스나 제공하지 그래. 넌 사시 패스해서 법률서비스나 제공하면서 살거니?”라며 후배를 나무라는 장면이 있었다. 영화 맥락으로 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대사였지만, 순간 내가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묘한 웃음이 났다.

    이렇게 변호사라는 직업은 의뢰인을 만족시키는 최적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가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로펌들 사이의 경쟁도 매우 치열해졌고, 더 나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고용변호사(associate lawyer), 일명 어쏘에게 지워진 업무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

    현재 어쏘 변호사로 재직 중이거나, 어쏘를 경험한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금요일 퇴근 이후 달콤한 데이트나 모임 등을 꿈꾸다가 오후 늦게 퇴근시간이 임박해서 업무를 배당받고 좌절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법률서비스 제공을 원하는 의뢰인의 다급한 요청이 있었겠지만, 어쏘 입장에서는 그 업무를 직접 지시하는 고용주 변호사, 일명 파트너가 그토록 야속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어쏘의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인하여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심지어 과로사까지 이르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급기야 대한변협도 최근 ‘대형로펌들은 고용변호사 근무환경을 개선하라’는 취지의 성명을 내기까지 이르렀다. 비단 대형로펌 외에도 대다수 로펌의 어쏘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시급으로 따지면 그리 많은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다'라는 어쩌면 고용주 변호사 입장에서 들으면 펄쩍 뛸만한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파트너와 어쏘, 어쏘와 파트너는 의뢰인에게 최고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운명공동체로서 함께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상호 입장이 다르다보니 서운함을 느낄 때도 종종 있는 것 같다.

    어쏘를 경험한 후 파트너로서 일하게 되면서 참으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하지만 어쏘들의 고충과 아픔을 몸소 체득한 사람으로서 이 시대의 정신인 통합과 화합의 길로 상생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깊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함을 새삼 느끼며, 앞으로 우리 법인에 오게 될 어쏘 변호사들의 좋은 멘토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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