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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작가 같은 변호사’도 말을 잘하고 싶다

    채다은 변호사(법률사무소 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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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의 ‘변(辯)’은 ‘말하다’ 또는 ‘말을 잘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호사는 말을 잘할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나 드라마 속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말을 잘한다.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라고 시작하며 주인공 변호사는 화려한 언변으로 법정 분위기를 사로잡는다. 상대방이 누구이건 말로 싸워 이기고, 말로써 정의를 실현한다. 그러나 실제 변호사는 법정에서 큰 소리를 내며 상대방을 공격할 일도 거의 없음은 물론 증인신문을 제외하고는 장시간 말을 하지도 않는다.


    막상 변호사가 되고 나니, 변호사는 말을 하는 직업이라기보다는 글을 쓰는 직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변호사는 누군가 자신에게 "뭐하시는 분이세요?"라고 물었을 때, "소설 같은 글을 쓰는, 일종의 작가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농담처럼 한 말이지만 전혀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변호사는 말보다는 글로써 자신의 주장을 펼칠 일이 훨씬 많고, 건조한 법률문장을 사용하면서도 소설처럼 독자를 설득시키고 때로는 감동을 주는 글을 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대부분의 법률문장은 길다. 필자도 짧은 문장으로 적으려고 매번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어려운 법률용어들로 채워진 문장을 길게 나열하며, 끝에는 ‘하지 아니하였다 할 수 없다’와 같은 법조인 특유의 표현도 얹어본다. 그러다보면 주술 호응이 맞지 않거나 자기가 써놓고도 이게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는 상황이 벌어지기 쉽다.


    그래서 요즘은 문장이 이상하다 싶을 땐 소리를 내어 읽어보곤한다. 들어서 이해하기 쉬우면 읽어서도 이해하기 쉽다. 글을 말로 하다보면 얽히고 설켜 길어져버린 문장 중에서 끊어야 할 부분도 찾을 수 있다. 결국 문자로 써내린 글이 다시 말이 되었다. 그래서 변호사의 변(辯)은 ‘작가 같은 변호사’에게도 의미 있는 글자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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