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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중용(中庸)의 미덕

    강호석 변호사 (법무법인 정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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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쯤 이른바 '집단 성폭행 사건' 피고인들을 변호하기 위해 재판에 출석한 적이 있다. 변호사로서 자주 맡는 유형의 사건은 아니었기에 긴장된 마음으로 법정에 출석하였는데, 변호인이었지만 마치 피고인의 심정으로 숨죽여 변론한 기억이 난다. 법정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고, 재판부에서 피고인들을 호되게 꾸짖을 때에는 마치 함께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러한 유형의 사건을 맡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변호사의 숙명이며, 또한 의뢰인의 입장에서 주로 이야기를 듣다보면 때로는 감정이 이입되어 비록 죄를 지었지만 피고인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변호사로서는 사건의 실체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그 과정에서 의뢰인에게 적절한 법률적 조언을 하여야 할 것이나,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변호사가 어쩔 수 없이 법정에서 쟁점과 다소 동떨어진 주장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는 의뢰인이 그 외에 달리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간절히 호소하여 이를 변호하기 위해 행해질 때가 대부분이지만, 이럴 경우 법관으로부터 불필요한 주장을 한다고 제지를 받거나 면박을 당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변호사로서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법관으로 재직 중인 동기나 선배들을 사석에서 만나면 특히 형사사건의 결론을 내리는데 고민이 많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변호인은 의뢰인의 장황한 입장을 청취하고 그 중에서 법리적인 주장을 가려내야 하는 고충이 있지만, 법관은 한정된 시간 속에서 그 주장의 당부를 전부 판단하여야 하는 입장이기에 또 다른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각자 관점은 다르지만, 그 과정에서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 최근 헌법재판 과정에서 모 변호사가 재판부에 대하여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모욕적인 언사를 행한 것이 국민들은 물론 거의 모든 법조인들부터 비판 받는 것은, 법정예절을 지키는 것이 재판의 공정성 확보 및 사법부의 독립을 위한 출발점이라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한 쪽의 입장에만 치우쳐 법정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면서, 오늘도 경건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재판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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