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부터 수년간 개인 사업을 하던 후배 A가 있다. 그는 사업을 하며 연간 억대의 수익을 올렸다. 그런 그가 요즘 법률사무소에 신입 변호사로 취업하기 위해 입사원서를 쓰고 있다고 한다. 소식을 들은 A의 지인들은 그에게 하나같이 이런 질문을 한다. “넌 뭐하러 변호사를 하니?” 필자도 그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자신이 운영하던 사업은 이미 노련해져서 일주일에 몇 시간 투입하지 않아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새로 시작하려는 변호사 일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뿐만 아니라,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해가며 수년간은 묵묵히 해내야 겨우 익숙해질 수 있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사업에 비해 큰 돈을 벌기도 힘들다. 결국 변호사 일은 그가 운영하던 사업에 비해 어느 것 하나 좋을 게 없어보였다. 필자의 질문에 A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제 삶에 더 이상 발전이 없는 거 같아서요.” MIT 경제학 교수인 데이비드 아우터(David Autor)의 강연 '왜 아직 이렇게 많은 직업이 존재할까요?(Will automation take away all our jobs?)'가 떠올랐다. 자동화된 기계는 사람을 대신해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노동을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술이 인간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을 주며, 인간의 전문 지식과 판단력 그리고 창의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은 끊임없는 독창성과 끝없는 욕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인간은 어떤 일을 수행하는 데 시간이 줄어든다면, 그 시간에 자신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아 도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판례를 서치하고 서면을 작성해주는 로봇변호사가 등장할 것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변호사는 미래에 없어질 직업 중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변호사가 다루는 일은 사람 간의 일이다. 의뢰인들은 사람에게서 상처받은 자신의 답답한 상황을 변호사에게 하소연한다. 의뢰인 개개인의 마음에 공감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앞으로 이 사건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논의하는 것은 변호사의 중요한 업무이다. 이러한 것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변호사 일을 시작하고 싶다는 A를 보며, 역시 변호사라는 직업은 쉽게 없어지지 않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