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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생과 욕심 사이

    권양희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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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법정
    “국제중학교, 생각하고 있어요.”

    피고석에 앉은 그녀의 얼굴에 묘한 자부심이 피어올랐다.

    그녀의 과도한 교육열이 다툼의 불씨가 된 사건이었다. 남편은 아이의 교육비를 더는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는 사립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아이가 졸업해서 중학교에 가면 좀 낫지 않겠느냐는 말에, 그녀가 대답했다. 아이가 공부를 곧잘 해서 국제중학교에 보낼 것이라고. 최고로 키울 것이라고. 부모가 되어 이 정도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라고. 동의하지 않는 남편이 이기적인 것이라고….

    결국 부부는 이혼에 합의했다.

    과연 그 아이는 행복할까. 자라서 자신의 교육 문제가 빚어낸 갈등으로 부모가 이혼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면, 어떤 생각을 할까.

    #소년법정
    폭력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음주와 흡연, 잦은 가출로 심하게 무너져 내린 중학생 아이가 들어왔다. 초등학교 시절의 소년은 각종 경시대회에서 금상, 은상을 휩쓸었던,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소년에게 방황의 이유를 물었다.

    소년은 울먹이며 대답했다.

    “제가 가출하고, 담배피고, 친구들과 놀면서 사고치기 시작하니까 엄마가 더는 공부하라는 말을 안했어요. 저도 이러면 안 된다는 건 아는데, 엄마가 공부하라고 안하니까, 너무 편하고 좋아서 자꾸 더 그러게 돼요.”

    소년의 어머니는 오열했다.

    가끔 그 소년이 떠오른다. 지금은 잘 지내고 있는지, 어머니와의 관계는 회복되었는지,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그리고 조그만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던 공부에 대한 부담감은 벗어버렸는지….

    아이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심리적 압박은 때로 정서적 학대가 된다.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 부모로서 희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자칫 잘못하면 훈육이든, 교육이든 선을 넘기 쉽다.

    선을 넘는 순간 관계는 무너진다. 무너진 관계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결국 지켜야 하는 것은 아이의 성적이 아니다.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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