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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초심(初心)

    강호석 변호사 (법무법인 정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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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0월 어느 가을 날, 너무 긴장이 되어 견딜 수가 없어서 당시 개봉 중이던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영화 ‘맘마미아’를 보러 오전 11시경에 휴대전화 전원을 끈 채 홍대 앞 영화관에 들어갔다. 물론, 눈과 귀가 매우 즐거운 영화임에 틀림없었지만, 영화에는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고 좌불안석이었다. 그 날은 바로 사법시험 2차 합격자 발표일이었다. 벌써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영화관에서 나와 떨리는 마음으로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던 그 때가 또렷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법조경력 40년이 넘는 우리법인 대표변호사님도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시는 것을 보면, 아마도 모두의 뇌리에 깊게 남아있는 것 같다.

    일부 법조인들이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잘못된 선택을 하여 비난받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일련의 대형 법조비리 사태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실망한 것은 아마도 그들이 초심을 잃고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일 것이다.

    변호사업계에서 이른바 갑을관계로 인한 열정페이를 강요당하는 일도 종종 일어나고 있는데, 누구도 선뜻 나서서 이를 바로잡지 못할 뿐더러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그것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발생한 문제임을 방증한다. 그리하여 최근 대한변협도 법조환경 및 근로문제 개선 등을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며칠 전 제6회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발표되었다. 우리 법인에도 숨죽여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예비변호사가 있었는데, 다행히 경쟁을 뚫고 이제 예비 타이틀을 뗀 후 변호사가 되었다. 선배의 입장에서는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간절히 원하던 결과를 얻은 만큼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한 사람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순수한 마음으로 법조인을 꿈꾸며 공부하고 있는 많은 예비법조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하여 2008년 10월 어느 가을 날 그 초심으로 돌아가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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