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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형사사건도 전자소송으로 진행돼야

    채다은 변호사(법률사무소 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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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업변호사가 되고 처음 해보는 일들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형사사건 기록복사다. 철끈으로 묶인 두꺼운 기록을 뒤집어들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복사를 했다. 그러다보니 손가락과 손목이 아픈 건 둘째 치고, 기록편철은 너덜너덜 엉망이 되었고, 복사물은 원본보다 훨씬 보기가 좋지 않았다. 심지어 아침부터 시작된 기록복사 도중 오후가 되어서는 '판사님께서 기록을 찾으신다'며, 복사를 완료한 기록의 일부를 반납해야 하기도 했다.

    '전자소송'은 대한민국 법원이 운영하는 전자소송시스템을 이용하여 소를 제기하고 소송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2010년 4월 26일 특허법원에 제기되는 특허사건을 시작으로 민사, 가사, 행정, 그리고 민사집행·비송에 이르기까지, 전자소송은 현재 가장 보편적인 소송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자소송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에 도입된 것이어서, 형사사건을 맡게 되는 경우 '전자'가 아니라 '종이' 소송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그래서 형사사건을 수임한 변호사사무실은 형사사건 기록을 열람·복사하는 것으로 그 업무를 시작한다. 이렇다보니 형사사건을 진행하면서 다른 관련 형사사건 기록에 대해 문서송부촉탁 신청을 하는 경우 같은 기록을 두 번이나 복사하러 가야만 하는 소모적인 일도 발생한다.

    과연 형사소송에서 전자소송을 도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가?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 안내 페이지를 보면, 전자소송 서비스 장점으로 '안전성'을 들고 있다. '전자소송은 개인정보와 전자문서가 첨단 기술로 보호되므로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형사사건에서만 전자소송을 막아야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애초에 개인정보를 가리거나 암호화해 형사기록을 전자문서화 해놓으면, 개인정보 보호에 더 유리할 것인데, 원본을 쥐어주며 개인정보를 관리하겠다는 것이 논리에 맞지 않아 보인다.

    형사사건도 전자소송으로 진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두꺼운 기록뭉치를 들고 저녁이 되어서야 법원을 나서야 했던 그 날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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