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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퇴직, 기관여사(棄官如사)

    이건리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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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임명직 공직자들 상당수가 자리를 떠나게 된다. '기관여사'라는 말이 있다. 관직을 떠나는 것을 헌신짝 버리듯 한다는 뜻이다. 목민심서 해관육조(解官六條)의 첫 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공직자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의연한 자세로 공직을 수행해야 한다. 시작하는 순간에 이미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면서 직무에 임하여야 한다. 매 순간 사사로움 없이 성심성의를 다한다면 떠남에 있어서 무슨 미련이 있으랴.

    공직이라는 것은 잠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임을 누구나 유념해야 한다. 자기의 소유가 아니고 위임한 자를 위해 수임한 취지에 맞게 그 직을 제대로 수행하여 한다. 자기의 뜻을 이루는 것이 아니고, 위임인의 뜻을 제대로 이루어 나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내 마음대로 내 소신대로 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본시 내 것이 아니고 잠시 맡아 관리하다가 때가 되면 바람처럼 물처럼 자연스럽게 물러나면 된다. 공직을, 공직에서 내가 담당하고 있는 책임과 권한을 내 것으로 착각하고, 내 방식과 내가 정하는 시기에 내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때로는 공직을 개인의 욕심과 야망을 추구하는 디딤돌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더 나아가 개인의 이익추구나 소속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적인 직분을 수행하는 잘못도 종종 저질러짐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다.

    한편, 공직에서 떠날 때 마치 공직 내부에 엄청난 부정과 비리가 있는 듯 그동안 몸담았던 그 조직을 부패의 집단처럼 매도하면서 자신은 군계일학인양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사실과 다른 각종 주장을 내세우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상도 종종 발생한다. 과연 그 사람이 공직에 있을 때 자신이 주장하는 것처럼 바람직하게 살아왔던가?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하루하루를 공직에 성심성의를 다하면서 살아왔던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주인으로 섬겨 왔던가? 차라리 그러한 주장을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힘쓸 수는 없었을까?

    빈 수레가 더 요란하고 구린 사람이 더 떠드는 것이 세태이다. 허위와 허세, 거짓을 일삼는 사람들, 언행이 일치되지 않고 모범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의 앞날은 밝을 수 없다. 그러한 사람들의 앞날이 밝다면 이 땅에 정의는 세워지지 못할 것이다.

    세탁소에 있는 옷걸이는 자신이 새 옷이나 비싼 옷을 걸치고 있든지, 오래된 옷이나 값싼 옷을 걸치고 있든지, 자신의 정체성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부 공직자들 마치 고위직에 보임되게 되면 자신의 역량이나 인품이 그만큼 높은 곳에 있는 양 착각하는 사례들이 있다.

    떠날 때는 말없이 물러남이 더 바람직하다. 있을 때 잘하였으면 떠날 때 후회하거나 아쉬워할 이유가 없다. 아름다운 마무리, 즉 유종지미의 참 뜻이 새삼 깊은 곳에서 메아리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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