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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비록 열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강호석 변호사 (법무법인 정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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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유명 배우가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허위로 신고한 후 거짓 진술을 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검찰의 무혐의결정이 내려진 후, 오히려 성폭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한 업소 여종업원이 무고죄로 기소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검찰이 고소인인 업소 여종업원의 거짓 주장을 밝혀내어 피의자의 억울함을 벗게 해 준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만일 수사과정에서도 거짓 주장이 밝혀지지 않은 채 유명 배우가 기소까지 되었다면 과연 재판에서는 어떤 판결이 내려졌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성범죄 사건에 대한 형사 공판과정에서 피해자가 전과가 전혀 없고, 경찰 및 검찰, 그리고 법원에서 피해에 대한 진술을 일관되게 하는 평범한 일반인 여성이라면, 설사 cctv 내역 등 객관적인 추가증거가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무죄판결을 받아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실상 입증책임이 전환되어 피고인이 무죄를 입증하지 않는 한 유죄를 선고받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피해자가 나쁘게 마음만 먹으면, 피해를 훨씬 과장한 채 일관된 진술을 하여 피고인에게 보다 중한 법정형이 규정된 범죄로 기소되게 한 후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기까지 하다.

    재경지법 성범죄 전담재판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법관은, ‘피해자 진술이 일관된다면 설사 일부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이 가고 무죄의 심증이 들더라도, 실제로 무죄판결을 써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는 고충을 사석에서 토로한 적이 있다.

    바로 이러한 맹점들 때문에, 최근 김수남 검찰총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무고죄의 처벌기준, 구형기준, 그리고 구속기준을 엄중하게 정비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무고사범에 대한 검찰의 처리관행과 처벌 수준이 과연 적정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범죄자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며, 실제 피해를 입은 사람들마저 일부 무고 범죄자들 때문에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 받아서는 결코 아니 될 것이다. 그러나 ‘열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억울한 죄인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법언에 배치될 정도로 우리 사법제도에 미흡한 부분은 없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억울한 한명의 죄인이 발생하지 않고 보다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무고 범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및 양형기준도 조속히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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