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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immerman 사건과 지도자의 역할

    전재민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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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의 일이다. 미국 플로리다 주 어느 마을, 자경단(自警團) 소속 백인(Zimmerman)이 귀가하던 10대 흑인 아이를 총으로 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일부 방송에서 그 재판과정 전부가 생중계되었다. 증인들의 증언, 검사와 변호인의 주장을 일반 시청자들도 소상히 알 수 있었다.

    피고인이 정당방위 주장을 하였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과잉방위에 불과해 보였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신체적 위험을 느꼈다고 판단했고, 주법('Stand Your Ground' statute)에 따라 총기 사용을 ‘정당방위’로 인정, 무죄평결이 선고되었다.

    우선, 형사재판을 방송으로 생중계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 찬반양론이 있겠지만, 국민들의 알권리와 건강한 정치적 의사형성에 기여하는 바가 우려되는 실(失)보다 크지 않나 싶다. 미국민은 사법절차는 국민 세금으로 유지되는 공적 시스템이고 이러한 공적 시스템에 의한 절차진행은 납세자(tax payer)인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더욱 드라마틱한 것은 무죄평결 이후이다. 미국 전역에서 폭동과 소요가 일어났다. 백인들에 대한 증오범죄도 빈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사건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인은 각자의 전문가적 역할을 충실히 했고, 배심원들은 판사의 지침에 따라 평결을 내렸다. 배심의 평결에 따르는 것이 우리 사법시스템의 작동원리이다”라고 먼저 평한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해 시민들이 갖고 있는 감정의 배경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죽은 흑인 아이는 35년 전 본인의 모습이었을 수 있다. 본인도 승강기에 탈 때면 이미 타 있던 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각자의 지갑과 아이를 움켜 쥐었다. 미국 흑인사회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이러한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함께 이해해 줄 필요가 있다”며 흑인으로서 겪었던 일화와 함께 본인의 솔직한 소회를 밝혔다.

    놀랍게도 대통령의 기자회견 후 폭력적인 소요와 시위는 사그라졌다.

    이것이야말로 정치의 힘이라 생각한다. 주방위군과 경찰병력을 투입하여 시위를 진압하는 힘이 아니라, 억울함과 분노에 차 있는 집단,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는 이들의 심정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향되지 않게 원칙을 지켜 나가는 모습. 이것이 위대한 지도자의 역할이다.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에게도 이런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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