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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臺에서

    혼자만의 자유

    권양희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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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작 10분 전.


    그는 너무도 익숙한 듯 햄버거 봉지를 입에 문 채, 두 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굴리며 상영관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적당히 자리를 잡는 동안, 어느 누구도 그를 도와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햄버거 봉지를 들어주지 않았다. 

     

    사실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수많은 타인들 중 한사람이었다. 그는 햄버거를 먹으며 영화를 감상했다. 

     

    수년 전, 미국 연수중에 있었던 일이다. 스스로 불편을 이겨낼 의지만 있다면 혼자서도 휠체어에 앉아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에 적잖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돌아와, 그동안 수차례 영화관을 찾았다. 그렇지만 영화관 뿐 아니라 다른 어떤 곳에서도 그와 같은 경우를 만나지 못했다. 

     

    복잡한 거리와 수많은 계단, 누군가 열어주고 잡아주지 않으면 드나들기 어려운 출입문, 측은함 또는 불편함을 담은 타인의 시선과 같은 것들이, 그들이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쉽게 내지 못하게 하였으리라. 

     

    물론 많은 계단에는 휠체어 리프트와 도움 요청 벨이 설치되어 있고, 그들의 발이 되어 줄 차량을 운행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그리고 기꺼이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출입문을 열고 기다려 주는 살가운 손길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그러한 도움일까. 어쩌면 조금 불편하고 힘이 들더라도, 누군가에 기대지 않고 혼자서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면, 아무도 그를 돕지 않았다는 것은 그저 그 순간만을 본 섣부른 오해였다. 누군가 그보다 한발 앞서 경사로와 자동출입문을 정비하고 휠체어에 앉아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둔 것이었고, 그는 숨은 배려들 속에서 혼자만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던 것이다.

     

    우리는 언제쯤 영화관에서 혹은 거리에서, 그가 그랬던 것처럼 혼자만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이웃들을 당연한 듯 만나게 될까.

     

    갈 길은 너무도 멀어 보인다. 


    공공기관인 법원조차 청사 내 최소한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했다. 슬프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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