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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퀴벌레

    정정훈 법무사 (경기중앙 안양지부 부지부장)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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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개봉한 ‘월-E’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최근 봤다. 영화의 줄거리와 상관없이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영화 속 모티프는 바퀴벌레였다. 지구 대청소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서 황폐한 지구를 등지고 모든 인간은 우주선을 타고 떠나버린 뒤 지구에 남게 된 두 개체가 있는데, 바로 청소로봇 월E와 바퀴벌레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지구가 멸망한다면 맨 마지막에 멸종할 생명체로 바퀴벌레를 꼽는 이유는 그 개체수와 환경조건을 가리지 않고 생존하는 적응력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을 비유할 때도 바퀴벌레를 떠올린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누가 바퀴벌레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우주선에 타고 있는 인간들은 모두가 의자에 반쯤 누운 상태에서 간단한 조작에 의해 로봇의 수행을 받으면서, 하나같이 뚱뚱한 몸매를 가지고 의자에서 떨어지면 다시 앉기도 힘든 상태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변호사와 법무사의 명의를 빌려 5개 지역의 등기사건 3만여건을 싹쓸이해 4년 동안 114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챙긴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어떻게 가능할까? 

     

    부동산 등기시장에서 중개사에게 리베이트를 주는 관행은 일반화되어 있다. 심각한 것은 범죄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의뢰인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비용을 더 받아 중개사에게 주는 것이 마치 영업력으로 평가 받는 실정에서, 중개사와 거래를 하려는 변호사와 법무사는 처음부터 불법으로 내몰리는 꼴이 된다. 그러나 이 사건의 교훈은 의외의 곳에 있다. 그것은 과거 변호사는 법무사와 마찬가지로 1인당 사무원을 5명만 둘 수 있는 인원제한제도가 있었으나,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로펌의 대형화를 유도한다는 이유로 2008년 이 제도가 폐지되었고, 이후 무제한으로 사무원을 고용할 수 있게 되면서 불법 명의대여 문제는 더욱 심화되었다.


    ‘월-E’를 본 날 변호사 출신의 모 국회의원이 변호사강제주의가 반영된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법안을 국회에 상정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변호사업계를 위한다면 반쯤 누워서 로봇의 시중을 받게 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법조시장의 풍토를 만들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가장 오래 살아남고 경쟁력 있는 법률전문가가 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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