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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수는 현명한가?

    이인석 고법판사 (서울고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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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수가 모여서 의사결정을 하면 현명한 소수보다 올바른 결론을 내릴까? 이는 나라의 존망을 결정하는 전쟁을 치르거나 중요한 제도를 설계할 때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가 늘 고민하던 문제다. 프랑스 사회학자이자 심리학자인 구스타프 르봉은 그의 대표작 ‘군중심리’(1895)에서 ‘군중은 아무리 지적인 개인이 모여도 높은 수준의 지능을 요구하는 작업을 완수할 수 없고, 군중은 항상 독자적인 개인보다 열등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뉴요커'의 칼럼리스트 제임스 서로위키는 그의 저서 ‘대중의 지혜’에서 "적절한 환경에서는 집단은 매우 똑똑하고 종종 그 집단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보다 더 똑똑하다"고 주장한다.


    최고 엘리트들의 집합소인 NASA의 치명적인 의사결정 실패로 우주에서 콜롬비아호를 폭발시킨 사례나 출중한 능력을 갖춘 참모들이 모인 케네디 행정부의 쿠바 피그스만 침공 실패 사례 등 엘리트 집단이 터무니없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군중은 유명한 솔로몬 애쉬의 연구에서 보듯이 집단의 의사결정에 순응해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결정을 버리고 그것이 어처구니없는 결정일지라도 집단의 결정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대중의 경향은 인류역사에서 종종 집단적 광기로 이어져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광기를 벗어나 가장 현명한 집단지성이 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은 무엇인가? 서로위키는 ‘다양성’과 ‘독립성’이란 두 가지 핵심 변수를 강조한다. 첫째, 소수의 리더에 의해 이끌려져서는 안 되고 다양한 생각이나 의견이 제시되어야 한다. 다양성을 가진 집단은 동일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 집단의 의사결정보다 뛰어난 결정을 할 수 있다. 둘째, 독립성은 구성원들이 각기 고립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보다는 각 구성원들이 기본적으로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서로위키는 “독립성은 사람들이 범하는 실수가 서로 연관되지 않게 한다. 개인들이 범한 실수들이 체계적으로 동일한 방향을 향하지 않는 한, 개인이 내리는 판단 실수는 집단적 판단을 망가뜨리지 않는다”면서 “독립적인 개인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미 친숙한 오래된 데이터가 아닌 새로운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다.

     

    동양에서는 일찍이 공자가 '군자 화이부동, 소인 동이불화(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라 하였다. 여기서 소인은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보다 다른 사람들에 휩쓸려 동일한 극단적 감정을 느끼고 때로는 야만으로 빠지는 군중이라면, 서로 의견이 같지 않고 독립하되 화합하여 올바름을 찾아가는 현명한 집단이 군자이다.

     

    인간 세상뿐만 아니라 자연에서도 다양성은 중요하다. 같은 종류의 나무로 구성된 숲은 병충해로 쉽게 몸살을 앓지만, 다양한 나무가 어울려 있는 숲은 건강하다.


    지난 6월 19일에 이어 오는 24일 두 번째 전국법관회의가 열린다. 법관회의가 개인보다 열등한 군중의 모임이 될지, 혹은 가장 똑똑한 사람보다 더 훌륭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지는 다양성과 독립성이라는 적절한 환경이 갖춰지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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