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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 장홍식 이력서

    김영복 KBS 진품명품 감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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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이 어떤 일에든지 제일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역사의 뒤안길을 뒤지다 보면, 그 자리에 꼭 그 사람이 있어서 역사의 한 사건이 이루어졌지만 정작 그 당사자의 이력을 찾아보면 생년월일조차도 찾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 소개하려는 서은 장홍식(西隱 張鴻植: 1864~1940?)도 그런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구한말에 내각(內閣) 주사(主事)를 거쳐 일제강점기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저런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장홍식은 조선이 일본에 강제로 병합될 때 규장각(奎章閣) 서리(胥吏)로 있다가 규장각이 1926년 경성제국대학으로 이관할 때까지 실무책임자로 규장각 도서를 관리 했던 사람으로 여겨진다. 그 당시 전고(典故)에 밝은 분으로 소문이 나서 경성제국대학에서 역사를 강의하던 이마니시류(今西龍: 1875~1932)를 비롯한 한국 문화를 연구하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소설가인 월탄 박종화(月灘 朴鍾和: 1901~1981), 시인인 매하 최영년(梅下 崔永年: 1856~1935), 서적상인 송신용(宋申用: 1884~1962)등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이 사람의 자료가 모(某)서점에 나왔을 때 그 일부를 양도받았다. 분량도 많지 않았지만 특별한 사료가 될 만한 것은 별로 없었고, 몇 통의 편지와 거의가 잡다한 메모식의 문서인데, 그 중에 자필로 쓴 ‘이력명세서(履歷明細書)’ 한 장이 있었다. 판심에 ‘내각(內閣)’이라 찍힌 붉은색 괘선의 양면 접지인데, 당시 거주지와 생년 및 개국오백사년(開國五百四年, 1895년) 4월 1일 ‘내각주사’로 시작해 융희 사년(隆熙四年, 1910년) 6월 15일 퇴임할 때까지의 이력이 적혀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보이지는 않지만 인연이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가 보다. 장홍식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이기에 당대에 내놓아라하는 지식인의 자문을 해 주었을까?하여 여러모로 궁금했는데, 이 이력서 한 통이 내 서재에 들어 왔으니 대단한 인연이다. 일제강점기 매일신문 문화부장을 지낸 조용만(趙容萬: 1909~1995) 선생에게 여쭤봤을 때도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어서 이리저리 수소문하여 겨우 알아낸 것이 앞에서 말한 규장각에 관한 것일 뿐이다.


    필자 나름의 여러 가지 조사를 통해 장홍식은 아마도 중인(中人) 신분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중인신분 시인들의 시를 모은 『풍요삼선(風謠三選)』의 후속편으로 『풍요사선』을 편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역관출신인 난타 이기(蘭기 李琦: 1856~?)가 주동이 되어 위암 장지연(韋菴 張志淵: 1864~1921)과 장홍식이 함께 참여했으나 결국 책은 간행되지 못했고, 대신 장지연의 주편으로 『대동시선(大東詩選)』이 간행되었는데 이 편찬에 장홍식이 깊이 관여하였다. 


    또 1930년대 초에 규장각 소장 귀중본의 하나인 『심양장계(瀋陽狀啓)』가 구두점을 찍은 양장본으로 간행할 때 이 책에 나오는 조선식 한문용어나 이두(吏讀)를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전담해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전한다. 이 외에 당시에 많은 다른 책을 내는데 있어서도 일조한 것을 보면 조선조 육조(六曹)의 전형적인 서리(胥吏)출신 집안이 아니라면 가능치 못했을듯하고 또 아들인 장지태(張之兌) 또한 규장각에서 사무를 보았던 것 등도 서리가 세습되었던 것과 연관이 있을듯하다. 이 이력서를 보노라면 그 당시 우리가 등한시하고 있던 사람들을 찾아보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 한시를 일부 한글로 표기한 것은 현행 컴퓨터 상에 사용하지 않는 한자이므로 부득이하게 한글로 표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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