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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소수의견 쓰는 대법원장

    이인석 고법판사 (서울고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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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기관인 연방대법원이 입법기관의 역할까지 하는 월권을 행사했다.”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2015년 6월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의 다수의견을 비판하는 반대의견을 내놓는다.

     

    2005년 9월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부시 대통령은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50세의 로버츠를 대법원장으로 지명한다. 부시 대통령이 전임자인 렌퀴스트보다 31살이나 어린 로버츠를 지명한 이유는 ‘젊은 보수주의자’ 로버츠의 보수적 성향과 신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카톨릭 신자인 로버츠는 낙태에 반대했고, 교내 기도를 지지했으며, 적극적 평등실현조치를 반대했다. 그는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법관을 심판에 비유하면서 “심판과 법관은 모든 이가 확실히 규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역할은 한계가 있습니다. 누구도 심판을 보러 야구경기에 가는 사람은 없습니다”라고 하여 자신의 보수적 사법철학을 비유적으로 드러냈다.

     

    로버츠의 인준 당시 상원의원이던 버럭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대법관은 법률지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을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을 투영하여 해결해야 한다”며 “그런데 로버츠는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늘 강자의 편에 서 왔으며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법관 경험이 없고 대법관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로버츠는 임기 초반기부터 대법관평의에서 충분한 논의를 이끌어내며 자신이 재판에 숙련된 장인임을 입증했고, 대법원을 더 밝은 곳으로 만들었다(The Nine, Jeffrey Toobin).

     

    로버츠가 이끄는 연방 대법원에서는 2015년 6월 미국 사법사에 이정표가 된 두 개의 판결을 선고했다. 하나는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안에 관한 판결이다. 이때 로버츠 대법원장은 건강보험 개혁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함으로써 자신의 인준에 반대했던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다. 공화당에서는 로버츠의 건강보험 개혁안 찬성투표를 놓고 ‘배신행위’라는 극언까지 나왔다. 그러나 적지 않은 미국 언론들은 이를 로버츠 대법원장의 배신이 아닌 소신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동성결혼 합법화를 놓고 대법원에서 벌인 투표에서 그는 보수 성향을 명확히 드러내며 반대표를 던졌다. 로버츠는 소수의견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는 잘못된 사법적극주의의 사례이며 헌법에 기초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결혼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본 보편적인 정의는 역사적인 우연이 아닌 자연적인 필연에 의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보수적 세계관과 철학을 당당히 말하는 젊은 보수 로버츠. 그가 이끄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치열한 논의는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일사분란하지 않아 불안해 보이지만 미국사회가 건강한 이유를 설명한다. 자신의 인준에 반대표를 던진 오바마의 핵심 정책을 지지하는 의견을 내면서도, 전 세계적 관심을 받은 동성결혼 문제에서는 당당하게 자신의 철학을 소수의견으로 집필하는 대법원장의 모습은 보수·진보를 떠나 대법원의 가치와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


    새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12∼13일 양일간 열린다. 임명동의 과정에서 논의가 진보나 보수, 대법관 경력, 나이 등 형식적인 것에 머물지 말고, 후보자가 ‘헌법정신에 따라 법치주의를 재판에서 당당하게 구현할 인물’인지 여부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이인석 고법판사 (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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