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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연고관계로 인한 재배당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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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담당한 사건이 재판부 구성원과 변호인의 연고관계를 이유로 재배당되었다. 필자는 아직 경력이 일천하여 재판부와의 연고관계가 문제될 일이 많지 않기에 애당초 재판부의 인적 구성에 큰 관심이 없다. 따라서 어쩌다 재배당이 이루어지더라도 예상치 못한 재배당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의뢰인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재배당이 이루어지자 "왜 진작 이야기를 안 해 주었냐"며 타박한다. 일생일대의 중대사를 겪는 터이니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의뢰인들이 재판부와의 연고관계에 가지는 관심은 지대하다.

    필자는 재판부와의 연고관계가 중요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런 것이 재판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한다. 그러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의뢰인은 많지 않다. "변호사가 아직 젊어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응수하는 의뢰인도 있었다. 연륜 있는 변호사님이 말씀하셔도 "저 양반 몸 사린다"며 뒤에서 비웃는 일도 보았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고자 법원은 최근 연고관계를 이유로 한 재배당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배당 기준을 공개하다 보니 오히려 ‘변호사 선임 가이드라인’처럼 활용되는 문제가 있다. 고등학교 동창은 재배당 사유라고 하니 재판장의 중학교 동창 변호사를 찾아 헤매는 식이다. 소속변호사가 다수인 일부 대형로펌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되면 일부러 연고관계 있는 변호사를 담당변호사로 지정하여 재배당을 노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쯤 되면 연고관계를 이유로 한 재배당이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재판장과 고등학교 동창이나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이유로 재배당을 하면 마치 연고관계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오해를 조장하는 것이다.

    사실 피고인들이 재판부와 연고관계 있는 변호사를 찾는 문제는 법원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이런 풍토는 변호사들이 조장한 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변호사협회 차원에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변호사업계의 불황 이면에는 변호사에 대한 국민의 낮은 신뢰가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류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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