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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의뢰인, 가난한 변호사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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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수금을 무조건 깎으려고만 들거나, 그마저도 일 시작할 때 얼마, 진행하다가 얼마, 심지어는 일을 마치고 얼마를 주겠다는 의뢰인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러한 태도가 꼭 의뢰인의 재력과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름 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아는데도 이 같은 태도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신뢰관계를 흔드는 의뢰인이 있는가 하면, 속으로 ‘이 의뢰인 형편에 이 착수금을 어떻게 마련할까’ 걱정스러운데도 어떻게든 마련하여 착수금을 제때 지급하는 의뢰인도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이 두 의뢰인 중 가난한 사람은 전자이다.

    어느 변호사가 오랜 시간 상담을 하고 상담료를 요청했더니 “저에게는 정말 힘들고 괴로운 일인데 변호사님은 이걸 다 돈으로만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서운합니다”라며 "상담료를 받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고 해서 무척 황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또한 가난한 의뢰인이다. 변호사가 그 상담을 할 수 있기까지 들였던 노력을 가벼이 여기고, 변호사의 축적된 노하우를 단시간에 득하면서 보수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빈자의 마인드이다.

    반대로 변호사는 어떨까. 착수금을 수령하고 몇 개월이 지나도록 아무 일을 하지 않았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가난한 변호사다. 상대방의 준비서면을 수령하고도 다음 재판일이 되도록 아무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그 또한 가난한 변호사다. 수임할 때 아무 준비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수임할 리 없기 때문이다. 애초의 약속과 달리 임무를 태만히 하면서 재판이 그냥 흘러가게 두고 만다면 가난한 마인드의 변호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실 필자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변호사의 기존 소송 진행경과를 기록을 통해 파악하면서 얼마나 바쁘면 이렇게 일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할 때가 있는데, 필자 또한 때때로 스스로의 태만함을 뒤늦게 자각하고 의뢰인에게 미안하고 후회스러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2017년이 90일도 남지 않았으니 재판 주기로 시간이 훅훅 흐르는 변호사에게는 이미 연말이나 다름없다. 남은 2017년만큼은 진짜 부자 변호사로 일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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