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이 길었던 연휴 탓인지 10월은 유난히 변론기일이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부득이 복대리를 찾는 일도 부쩍 늘었다. 개업 초기에는 복대리를 맡아줄 변호사님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연고가 없는 지역일 경우, 어디에 어떻게 부탁해야 할지 몰라서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수소문한 적도 있다. 관할 지방변호사회에 소개를 부탁하기도 했다. 얼굴도 모르는 변호사님께 부탁하다보니 ‘너무 귀찮게 하는 것 아닐까’, ‘이런 것까지 부탁드려도 될까’하는 생각 때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은 지방변호사회를 통해 소개받아 복대리를 맡긴 변호사님이 금요일 오후 변론을 마치고 퇴근하신 탓에 그 다음 주 월요일 오후가 돼서야 변론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던 적도 있다. 서로 휴대전화 번호를 교환한 일이 없었기에 그 변호사님도 부득이 변론결과를 알려주지 못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이런 변호사들 사이의 사정을 의뢰인이 이해해주기는 쉽지 않다. 답답해하는 의뢰인에게 복대리를 맡긴 사정을 설명하자, 의뢰인이 많이 실망하여 곤혹을 치렀다. 그날 이후로 한동안은 복대리를 선임해야 할 상황이 되면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런 일이 없다. 어느덧 동기나 선후배 변호사님들이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게 된 덕에 어느 지역에서 사건이 있더라도 조금만 수소문해 보면 복대리를 부탁할 사람을 찾기가 어렵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오랜만에 지인들의 근황을 알게 되는 측면도 있어서 복대리를 구하는 일이 즐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의뢰인에게 설명할 때도 ‘잘 아는 변호사님’이라고 말씀드리면 선뜻 이해해주는 편이다. 며칠 전에는 복대리를 구하면서 법무관 시절 훈련소 동기에게 오랜만에 안부를 전했다. 지난주에는 로스쿨 졸업 이후 한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던 동기와 안부를 나누기도 했다. 덕담을 주고받다보니 복대리가 ‘복(福)대리’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복대리를 구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때가 언제였나 싶다.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