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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행

    정정훈 법무사 (경기중앙 안양지부 부지부장)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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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80대 후반의 의뢰인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5년 전쯤 남편이 사망했을 때 필자가 상속등기를 해줬다고 하면서 남편에게 상속 받은 집을 이제 자신을 잘 돌봐준 아들 부부에게 증여해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먼저 자녀가 몇 명인지 묻자, "아들 1명에 딸이 3명"이라고 했다. 상담을 모두 마친 후 노인에게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지금 아드님께 증여를 하시면 증여세도 꽤 나올 뿐만 아니라, 어머니 재산을 스스로 정리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자녀들의 우애를 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데 꼭 증여를 하셔야 겠습니까?" 남편에게 받은 유산은 어쩌면 함께 인생을 동행해 온 가족공동체의 것이기에 그 소유를 어머니 혼자 결정하기보다 어머니 사후에 자식들이 의논해서 결정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겠냐는 말씀드렸다. 노인은 한참을 앉아서 생각을 하시더니 "젊은 사람에게 인생 공부 톡톡히 하고 간다"면서 자식들에게 상속등기를 할 때에는 반드시 필자를 찾아가라고 말하겠다면서 보행보조기를 끌고 사무실을 나가셨다.

    얼마 전에는 꽤 잘되는 사업체를 가지고 계신 의뢰인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 의뢰인이 요즘 자신의 거래처들 중에서 여러 업체가 부도가 났다고 하면서 이렇게 사람들이 파산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법무사 같은 사람은 일이 많아지지 않느냐고 하였다. 이 말에 "이웃이 망하는데 혼자서 배부르면 행복하겠습니까?"라고 정색으로 반문하자, 겸연쩍어 하시던 것도 생각난다.

    요즘 들어서 가장 많이 생각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단어는 동행(同行)이다. 동행의 진짜 뜻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이라고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 사회를 보면 온통 가야하는 방향에 대한 얘기만 있지, 어떤 마음으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얘기는 전무하다.

    그 방향의 지향점도 4차 산업혁명이 지상최대의 목표인양 오로지 전자화에 매몰되어 있다. 등기만 봐도 전자등기를 안하면 꼭 큰일이 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그런데 사람에게 유익을 끼치는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마치 기술을 위하여 사람이 존재하는 행태라면 멈춰서 우선 생각을 해 봐야 하는 문제이다. 혹자는 전자화가 시대적 흐름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어떤 대책도 세워보려고 노력하지 않고, 이웃과 공동체를 망가뜨리는 시대적 흐름이 과연 옳은가 묻고 싶다.

     

    정정훈 법무사 (경기중앙 안양지부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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